[인터뷰]부스러기사랑나눔회 윤종선 상임이사 "지역 아이들을 가운데에 세우자"
[인터뷰] 부스러기사랑나눔회 윤종선 상임이사 "지역 아이들을 가운데에 세우자"
  • 김사민 기자
  • 승인 2020.02.06 1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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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선 부스러기사랑나눔회 상임이사. 사진. 구혜정 기자
윤종선 부스러기사랑나눔회 상임이사.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김사민 기자] 1986년, '1000원'의 생명 씨앗에서 떼어낸 부스러기가 지난 35년간 빈곤 아동의 건강한 꿈으로 활짝 피어났다. 부스러기사랑나눔회는 지역아동센터의 법제화를 이끌어 전국 4300여 개의 지역아동센터가 아동복지시설로 자리매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자선단체다.

부스러기사랑나눔회는 35년 전 강명순 이사장이 '부스러기 선교회'라는 이름으로 설립했다. 당시 달동네가 개발되던 시기 강 이사장은 쓰레기더미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데려가 씻기고, 먹이는 무료 공부방을 시작했다. 성경 마태복음 속 '주인이 떡에서 부스러기를 떼어내어 병든 딸을 고쳐 주실 것을 믿는 어머니의 강렬한 자식사랑'처럼, 강 이사장은 1000원의 후원금을 모아 아이들을 키우는 아동 결연 사업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19년 후 강 이사장은 '2020년까지 빈곤·결식 아동이 한 명도 없는 나라'를 꿈꾸며 '빈나2020' 운동을 선포했다. 강 이사장은 빈나2020을 선포하면서 결식아동들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리고 강 이사장과 함께 지난 7년간 빈곤 아동들의 현장에서 아이들을 중심에 세우고자 고군분투해 온 윤종선 상임이사가 있다.

윤종선 상임이사는 지난 2018년 8월 부스러기사랑나눔회 상임이사로 취임해 올해로 2년 차에 들어섰지만, 부스러기사랑나눔회와 함께 한 인연은 2013년 지역아동센터 대전지원단장을 맡으며 시작됐다. 윤 상임이사는 2002년 무료 공부방을 운영하며 부스러기사랑나눔회 회원기관으로 활동하다가 2011년 부스러기사랑나눔회에서 진행하는 '1318해피존' 멤버십 기관의 대표를 맡아 빈곤 아동의 성장을 이끌었다.

윤종선 상임이사는 "오랫동안 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호흡했다 보니 늘 현장에 마음이 가 있어요. 아이들을 만나 그 마음을 느낄 때마다 강 이사장의 심정을 이해하게 됩니다"면서 "아이들이 음지로 숨어들거나 또래집단 범죄활동을 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어떤 일을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아요"라고 말했다.

미디어SR은 지난달 22일 서울시 서대문구 부스러기사랑나눔회 사무실에서 윤종선 상임이사를 만나 재단의 지난 발자취와 향후 사업 계획을 들어봤다. 다음은 1문 1답.

- 부스러기사랑나눔회가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대표 사업을 소개해 주세요.

사람들이 흔히 부스러기사랑나눔회가 단순히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는데, 저희는 지난 2004년 지역아동센터가 아동복지시설로 법제화되는 데 크게 기여한 단체입니다. 그러면서 사회적 자원을 끌어 모아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을 교육해 교사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는 역할도 수행했죠.

단체에서 진행하는 가장 대표적인 사업은 아동 결연 사업입니다. 저희는 결연 아동에게 '후원 아동'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장학생'이라고 부릅니다. 아이들이 낙인감을 가지지 않고 비전을 꿈꾸게 하기 위해 후원금이 아닌 장학금을 지원하며, 졸업할 때 장학증서도 수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450여 명의 장학생을 지원했고, 35년 동안 9000여 명의 장학생이 단체를 거쳐 갔습니다.

결연 사업으로 물질적 지원뿐 아니라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가정 방문을 통해 성장 과정을 지켜보면서 후원자들에게 아동 성장 보고서를 보내고 있습니다. 결연을 맺은 아이들은 생계활동에 밀려 접어 뒀던 꿈을 이루고 있어요. 장학생들은 졸업 후 신규 장학생 멘토 역할을 하고, 행사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좋은 모델로 성장하고 있는 것을 눈으로 지켜볼 수 있음에 감사하고 있어요.

- 국내 사업에 집중하시는 것 같은데요, 해외 사업은 진행하고 있지 않나요?

지난 2012년 해외사업을 시작해 코이카 민관협력사업으로 베트남 호치민 시와 MOU를 체결하고 베트남 제1호 지역아동센터인 '휴맨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했어요. 국내 지역아동센터 모델을 베트남 현지에 만든 것인데요, 궁극적인 목적은 베트남 빈곤지역의 아이들을 돌보고 결연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었습니다.

코이카 사업 지원이 끝나고 베트남 정부에서 해당 사업을 이관 받기로 되어 있었으나 이관이 어렵게 돼, 현재는 지속해서 베트남 아동들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아동 결연 사업은 계속 진행하고 있지만, 중단된 지역아동센터 운영을 지속하기 위해 조만간 베트남 지부장과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에요.

현재는 국내 빈곤 아동을 우선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지역에도 해외 결연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에요. 아이들 키우는 일에는 결연이 생명이기 때문에 응급, 위기 아동을 지원하는 사업은 점차 해외로 넓혀 나가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윤종선 부스러기사랑나눔회 상임이사. 사진. 구혜정 기자
윤종선 부스러기사랑나눔회 상임이사. 사진. 구혜정 기자

- '빈나2020' 운동이 끝나는 2021년부터는 어떤 새로운 목표에 따라 빈곤운동을 펼칠 계획인가요?

이제는 보편적 복지가 되다 보니 '빈곤 아동'에 국한하기보다 전체 아동을 건강하게 세워가는 역할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앞으로는 아동 결연을 통해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심리적인 성장을 돕는 사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위기 가정에서 우울감을 느껴 자살을 선택하는 아이들에게 단체가 해줄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하고 있어요.

올해부터는 아동들의 정서적 지지에 맞춰 심리 지원 사업을 진행하려고 해요. 현장에 있을 때 경험한 위기 가정의 아이들은 정체성의 혼란과 함께 많은 상처를 가지고 있어요. 조손 가정이나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은 돌봄이 부족해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탈선을 시작하기도 하고요. 정부에서도 자살예방운동본부 등 많은 일을 하고 있지만 아직 실질적으로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시스템은 부족한 상황이에요.

가장 중요한 것은 '사례 관리'이기 때문에 예방 차원의 아동 심리 상담이 필요합니다. 현재도 바우처 사업으로 상담센터와 연계해 위기가정 아동 상담을 진행하고 있지만, 정해진 바우처 횟수만큼만 진행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회복이 쉽지 않습니다. 마음의 상처는 일순간에 치료되지 않으므로 지속적인 관리와 상담이 필요해요. 이를 위해 기업에 관련 사업을 제안하고 정부에도 지원을 요청할 계획입니다.

- 후원자로부터 받는 기부금은 얼마나 투명하게 사용되고 있나요?

국세청 홈페이지와 단체 홈페이지에 기부금 모집 및 사용 내용을 모두 공시하고, 공익법인 회계 기준에 따라 비용을 지출하고 있어요. 모금비용은 기부금의 15% 이내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단체의 목적은 영리 추구가 아닌 아이들을 키우는 일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아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심부름꾼 역할만 할 때도 많아요.

후원자들에게 사업 내용을 더 자세히 알리기 위해 연차보고서를 발송하고, 연말에 후원자를 초대해 아이들과 함께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합니다. 후원자들이 기부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더 관심 갖고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단체의 투명성 확보는 물론이고, 내가 낸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 들여다보게 되면 그만큼 우리 아이들에게도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거든요. 한 번이라도 저희 홈페이지에 들어와 아이들이 쓴 편지를 읽으시면 그 마음의 감동이 또 다른 후원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요.

- 정부·기업·국민·한국자선단체협의회 각각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먼저 정부에는, 현재 법정기부금단체와 지정기부금단체의 세액공제가 다른데 국민들이 동일한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제도적인 개편이 있으면 좋겠어요. 법정기부금단체의 세액공제율이 더 높아 상위 1% 공익단체에 전체 모금액의 80% 이상이 쏠리고 있거든요. 후원금에 대한 세제 혜택이 다르다는 걸 알고 후원 기관을 바꾸는 후원자들도 있어요. 기부 활성화를 위해 모든 기부금에 동일한 세제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공. 부스러기사랑나눔회
제공. 부스러기사랑나눔회

기업들은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사업을 지원하는 사례가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기업은 직접적인 자금 지원보다 프로그램을 먼저 제안해 후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현장에 맞는 사업 방향이 따로 있어 조율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단기 성과를 목적으로 하는 일회성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보다는 지속해서 아이들을 키울 수 있는 장기적인 프로그램이 필요해요. 한 아이가 성장하는 것은 금방 눈에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10년 이상의 장기 플랜을 가진 꾸준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후원자들은 돈을 후원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해서 단체를 모니터링하고, 관계를 맺으면서 아이들이 커 가는 모습을 지켜봄으로써 동반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이들 성장 보고서를 통해 후원자 스스로도 많은 것을 느끼면서 나름의 성장을 이룰 수 있어요. 후원 기관을 신뢰하기까지 다양한 것이 궁금하실 것이기에 재정 관련 문의사항도 전부 감사해요. 홈페이지에 올리는 사례 지원 보고서 등에 관심 가져 주시면 저희는 지속해서 더 좋은 일들을 하면서 후원자들과 함께 갈 수 있을 거예요.

마지막으로 한국자선단체협의회는 저희같이 작은 단체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규모가 큰 기관들은 각자 행동을 연대할 수 있지만, 저희 단체는 모금 현황으로 따지면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에 의견을 개진하기가 쉽지 않아요. 한국자선단체협의회는 단체들이 힘을 합쳐 정부에 정책 개선 등을 요구할 수 있는 통로가 되고 있어요. 개별 기관이 하기는 힘들지만 여러 기관이 힘을 합하면 더 좋은 사회복지 현장을 만들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김사민 기자 samin@medias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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