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처방안’ 토론회에서 종합토론을 진행하는 과학기술단체 전문가들. 제공.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미디어SR 김사민 기자] 중국 우한에서 발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이날 국내 18번째 확진자를 낸 가운데 과학기술단체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 속도가 빨라 폐렴 전수 조사 등 서너 수 앞을 보고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주최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처방안’ 토론회에서 이재갑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빠른 전파력에 대해 우려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재갑 교수는 "호흡기 전염병은 주로 증상 초기보다 악화했을 때 전파력이 센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증상 초기부터 감염 사례를 보인다"면서 "독감처럼 열이 나면서 증상이 시작되는 게 아니라 일주일 동안 천천히 나빠지기 때문에 민감한 사람은 빨리 알아채고, 덜 민감한 사람은 뒤늦게 알아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증상 감염 전파' 가능성에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증상 자체가 모호하게 천천히 진행돼 무증상 감염과 겹치다 보니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무증상 감염도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 한 명이 1.4~2.5명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 신종플루는 1.4~1.6명, 메르스는 0.4~0.6명이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염기서열 상 유사하게 분류되는 사스는 4명에게 바이러스를 옮긴다. 현재까지는 최대 2.5명으로 나타나지만, 많게는 3.9명까지도 올라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교수는 또한 "현재 중국에서 유입된 환자가 제일 많지만, 유입 국가가 일본, 태국, 싱가포르 등으로 많아지고 있다. 계속해서 중국 외 유입 환자가 늘어나면 사례 정의에 이들 국가를 포함할지에 대한 고민에 들어간 상황"이라면서 "현재 방역으로 중국 외 다른 국가에서 유입되는 환자를 막을 방법이 없어진 일선 의료기관에선 조금이라도 의심되면 바로 진단하는 상황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사태가 확산하면 유입환자 차단에서 지역사회 내 감염을 저지하는 단계로 나아가겠지만,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되면 막을 방법이 없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중증 감염자를 줄이는 방식으로 넘어가야 한다"면서 "이제 지역 사회 의심 환자를 빨리 검사해서 확인하는 게 중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지역사회 감염 전파 모니터링을 통해 피해 최소화 전략으로 폐렴 전수조사, 폐렴 선제격리, 인플루엔자 실험실 감시체계를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현 상황에서 모든 의료기관이 빨리 일반환자 진단 상태로 넘어가야 한다"면서 "방역 당국도 전문가 자문을 통해 한두 단계 빨리 가자고 얘기하고 있다. 바짝 긴장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막기 위한 백신은 현재 부단히 개발 중에 있지만, 개발까지 1년 이상 걸려 지금 당장의 전염병 유행을 막기는 어렵다. 이에 현재는 환자가 버티게 할 수 있는 대증적인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이 교수는 2주 안에 국내 치료 권고안을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가장 중요한 대응책은 이미 수차례 강조됐듯이 '마스크 사용'과 '손 씻기'다. 이재갑 교수는 미디어SR에 "보통 예방 종류를 약물요법과 비약물요법으로 나누는데, 현재 백신이 없는 상황이니 비약물요법에 해당하는 마스크 사용, 손 위생, 격리 등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비약물요법도 생각보다 효과가 좋다고 나와 있다. 개인 위생 부분을 철저히 하는 게 더 중요한 것"이라고 전했다

정용석 경희대학교 교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세포막과 유사한 성질을 갖고 있어, 손세정제 알코올 소독에 훨씬 유리하게 제거가 가능하다"고 말했으며, 이종구 서울대학교 교수도 "오로지 손 씻기를 철저히 하는 것만이 유일한 대안"이라면서 "국민 감염예방 수칙을 잘 지키면 극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비말(침방울) 및 접촉으로 전파되는 호흡기 질병으로 마스크 사용으로 비말의 전파를 막고, 비말이 튀어 오염된 부분과 접촉한 손을 수시로 씻어 호흡기로의 유입을 막으면 예방할 수 있다.

이재갑 교수는 "바이러스가 침방울에 붙어 나와 전파가 되지만, 침방울의 무게가 있어 1m 정도밖에 날아가지 못한다"면서 "호흡기 바이러스는 대부분 아주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공기 흐름으로 전파되지는 않으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1m 내의 단거리에서만 전파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오는 7일부터 전국에 위치한 일반 의료기관 4~50곳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진단시약이 보급돼 의심 환자는 6시간 만에 빠르게 증상 확인이 가능해진다. 

이혁민 연세대학교 교수는 "처음에는 검사 신뢰도가 높은 의료 기관 위주로 진단 검사를 시행하고 시간이 지나면 시행 기관은 더 많아질 것"이라면서 "충분히 역학적인 연관성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보험 처리가 되지만 아무런 근거 없이 개인적인 불안감으로 검사하는 경우에는 보험 처리가 안 된다"고 말했다. 

현재 검사 여력을 하루 10000건 정도로 예정했으나,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가벼운 증상을 확인하기 위해 병원에 몰리면 오히려 큰 위해 요소가 되기 때문에 이를 감안한 조처다. 임상 의사의 처방에 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증상에 적합한 환자들이 우선적으로 진단시약 검사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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