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권민수 기자

[미디어SR 권민수 기자] 최근 미디어의 주축이 방송사에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로 이동하는 가운데, 시각장애인들도 비장애인 만큼 편리하게 OTT를 이용하고 있을지 주목된다. 

넷플릭스, 유튜브, 웨이브, 왓챠플레이 등 다양한 OTT 서비스가 나오면서 동영상 플랫폼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했다. 각 분야에서 피 튀기는 경쟁을 이어가는 OTT 사업자들이, 미디어에서 소외되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웹·모바일 앱 '접근성'은 잘 마련했을까. 

접근성이란 모든 사람이 인터넷서비스를 원활히 이용할 수 있도록 기술적으로 보장하는 일을 말한다. 특히 장애인이거나 나이가 많아 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없는 이들을 돕는 것이 목표다. 

시각장애인은 음성안내 기능을 통해 인터넷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경우 화면을 터치하면 어디를 터치하고 있는지 음성 안내가 나와 일정한 규칙 안에서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음성 안내 기능이 모든 앱에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앱 접근성을 잘 구현해 놓았으면 음성 안내가 수월하게 적용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이상한 안내가 나와 이용이 어렵다. 

시각장애인은 영화 등 영상콘텐츠를 감상하는 데도 장벽이 있다. 등장인물의 대사는 들을 수 있지만 시각적인 변화나 연출은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현이 문을 열고 들어와 목례한다`처럼 상황을 음성으로 알려주는 `화면해설` 서비스가 있어야 온전히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즉, OTT가 시각장애인을 위해 마련해야 할 기능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웹·앱 접근성을 높이고, 화면해설을 입힌 콘텐츠를 늘리는 것. 

그렇다면 어떤 OTT가 가장 시각장애인 친화적일까?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김훈 선임연구원은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가장 편리한 서비스로 꼽았다. 

그는 미디어SR에 "넷플릭스와 유튜브는 시각장애인도 많이 사용하고 있는 OTT로서 VOD 서비스를 시청하는 수단 중 하나다. 웹 접근성 지침과 모바일 접근성 지침이 잘 적용돼 시각장애인이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콘텐츠에 쉽게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한편, 웨이브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웨이브는 우리나라가 만든 OTT 플랫폼이지만, 다양한 양질의 콘텐츠가 부족하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의 매체 접근성이 떨어져서 실제 시각장애인들이 사용하고 싶어도 이용하기에 매우 제약이 있다"고 설명했다.

웨이브는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이 만든 OTT 플랫폼이다. 출시된 지 약 4개월 된 신생 OTT라는 점에서 판단을 내리기엔 이르다는 평가도 있어 추후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웨이브 관계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인터페이스를 iOS에 적용했지만 안드로이드에는 아직 적용하지 않았다. 계속 관련 기술을 업데이트하겠다"고 전했다. 

OTT 접근성 높이고 화면해설 콘텐츠 많아져야

다만, 김 선임연구원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 콘텐츠가 모든 OTT에서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화면해설이 돼 있지 않으면 상황이나 주인공 인물 묘사가 부족해 무슨 내용인지 알아듣기 어렵다. 지금 인기있는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도 많은 시각장애인이 보고 싶어 하는데 화면해설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아 제대로 감상할 수 없는 상황"이라 전했다. 

지상파 방송사 등은 방송시간 중 10% 이상을 화면해설 서비스로 제작해야 하는 의무가 있지만, 이들이 제공하는 화면해설 콘텐츠와 시각장애인의 니즈가 맞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그러면서 "시각장애인도 비장애인과 같이 본방사수를 하고 싶어 하고, '동백꽃 필 무렵' 등 인기 드라마를 감상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몇 주 늦게 시청하거나, 화면해설이 없으면 아예 볼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모범적인 예로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과 MBC 드라마 '신입사관 구해령'이 있다. `킹덤`과 '신입사관 구해령'은 제작 단계부터 화면해설 서비스를 적용해 비장애인과 시간 차이 없이 시각장애인도 바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넷플릭스 모바일 앱에서 확인할 수 있는 '킹덤'의 화면해설. 사진. 넷플릭스 캡처

김 선임연구원은 시각장애인이 OTT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제도 마련과 사업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방통위의 `장애인방송 프로그램 제공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웹사이트와 앱 접근성 개선사항을 포함시키고, 사업자들로부터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인증을 받은 웹접근성 표준을 준수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실시간 화면해설 방송을 늘려야 하며, 시청률 상위 콘텐츠를 선별해 화면해설 서비스를 우선적으로 제공하는 방안 등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드라마, 영화, 예능, 다큐멘터리 등 영상콘텐츠에 대한 시각장애인의 수요가 높다"면서 "시각장애인이 보다 편리하게 미디어에 접근할 수 있도록 각 사업자가 웹 접근성을 개선하고 모바일 앱 내 추가 기능 개발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화면해설 서비스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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