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헌의 直說後談] 신종 코로나 사태. 이제부터 정부가 더욱 잘해야
[김병헌의 直說後談] 신종 코로나 사태. 이제부터 정부가 더욱 잘해야
  • 김병헌 전문위원
  • 승인 2020.02.05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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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생 동향을 고지하고 있는 질병관리본부. 사진.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발생 동향을 고지하고 있는 질병관리본부. 사진.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

때로는 과잉이 매우 필요하다

중국에서 전염병 이른바 역병(疫病)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갑골문(甲骨文)에 남아있다. 갑골문에 따르면 그 시대 역병은 약 16~20 종류였다. 주(周)나라 때부터 '대역'(大疫·역병의 유행)이란 글자가 자주 보인다. 수(隋) 양제(煬帝) 말기부터 당(唐)나라 초기까지 약 40년 동안 7차례나 대역이 있었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염병이라는 흑사병이 발원지가 중국 대륙이라는 설이 있다. 흑사병은 14세기 유럽을 강타해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직전 남송(南宋)에서 흑사병이 유행했다고 전해진다. 당시 남송은 몽골군과 전쟁중이었다. 이후 몽골군의 유럽 원정으로 페스트가 서아시아, 크림반도, 베네치아, 북알프스를 거쳐 전 유럽에 퍼졌다고 전해진다. 명(明)나라 말기 만력제(萬曆帝)와 숭정제(崇禎帝) 때는 화북(華北)지역에서 전염병이 창궐했다. 1000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청(淸)나라 광서제(光緖帝) 때는 광둥(廣東)성과 저장(浙江)성 일대에서 콜레라가 크게 번졌다.

20세기에 들어와서도 전염병은 중국을 중심으로 기승을 부린다. 1918년 세계에 맹위를 떨친 '스페인 독감'도 중국에서 시작됐다는 주장이 있다. 1917년 중국 남방지역에서 발생한 독감은 뱃길을 따라 아시아, 미국, 유럽 등 세계 각지로 확산된 것으로 추정된다. 최소한 2000만명이 숨졌다. 1957년 100만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아시아 독감'도 발원지는 중국 남부로 추정된다. 1968년 겨울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홍콩독감'은 중국에서 첫 발병자가 나왔고 70만명 이상이 숨졌다. 이후에도 사스, 메르스등이 중국을 휩쓴 뒤 주변 국가로 퍼져나갔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우한(武汉)폐렴)도 역시 중국이 발원지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지난 4일 "정부의 대응이 미흡했다,이번 사태는 중국 통치체제에 대한 주요 시험대로 국가 비상관리체계를 완비해 대처 능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국 역사에선 역병을 막지 못해 정권이 붕괴되는 사례는 적지 않았다.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도 그 파장이 지대하다는 의미다. 정부가 전염병과의 전쟁에 열성적으로 임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국민만 놓고 보더라도 그래야 한다. 한국 상황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우한 폐렴)에 과잉 대응을 정부에 주문하고 나선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 무색하다.

사공이 많으면 배는 산으로?

문재인 대통령 및 정세균 총리를 비롯해 해당부처들은 시도 때도없이 “정부차원에서 과하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강력하고 발빠른 선제적 조치들이 있어야 한다”며 움직이고 있다. 전문가들도 "감염병 대책은 무조건 과잉대응이 피해 규모를 줄인다"고 강조한다. 정부는 그동안 우한 교민 수송. 우한 입국자들에 대한 전수조사 개시 등 나름 발빠르게 대처해왔다. 사스· 신종 플루· 메르스 사태등을 경험하면서 축적된 노하우와 세계 선진수준의 의료 및 방역체계를 활용 선도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지역사회 전파가 언제든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치명률도 비교적 높다는 점에서 한치의 오차도 없는 대처가 필요하다는게 모두의 지적이다.

청와대,총리실,관계부처 등이 앞다퉈 나서면서 컨트롤타워가 많다는 지적 뒤에 결국 문제는 터진다. 휴일이었던 지난 2일 문대통령은 감염 전문가들을 불러 2시간가량 방역 대책 등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정 총리도 6개 부처 회의를 갖고 중국 후베이성 방문 외국인의 입국 금지 등 대책을 발표했다. 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오후 5시 넘어 "선제적이고 과감한 방역 대책"을 설명했다. 정부부처 공동 보도자료도 배포됐다. 이날 대통령과 총리, 장관은 물론 관계 부처 공무원들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우한 폐렴) 대응을 위해 사실상 총출동했다. 그날 확진자가 3명 발생했다.

그날 주요 대책 발표과정은 그동안 무난하게 이어지던 정부 대응에 대한 국민 신뢰에 금이 가게 했다. 밤중에 대책 내용이 두 번 뒤집혔기 때문이다. 중국인에 대한 관광 목적의 단기비자 발급을 '중단할 계획'이라던 내용은 2시간도 안 돼 '중단 검토 예정'으로 완화됐다. 다시 2시간 뒤에는 중국 전역의 여행경보를 여행자제에서 철수 권고로 상향 발령하고 관광 목적의 중국 방문도 ‘금지’하겠다던 내용마저 '금지 검토예정'으로 뒷걸음친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은 물론 경제까지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대책이 순식간에 바뀐 것이다. 나중에 부처간의 협의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분명한 중대 실수다.

촌각을 다투는 대책 내용에 변경이 있었다면 즉시 합당한 이유가 나오고 설명이 따라야 한다. 정부가 중국 눈치를 보는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중국 정부가 항의해 뒤늦게 대책을 바꿨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국은 미국·유럽에서 발표한 중국 여행금지 조치에 반발했기에 누구라도 합리적 의심이 들지 않겠는가? 자유한국당은“뒷북 대응”이자 “중국 눈치보기”라고 몰아갔다. 다른 야당들도 "지나치게 소극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부가 우한을 포함해 후베이(湖北)성을 2주 내 방문한 외국인의 입국을 4일부터 금지키로 한 것도 대상 지역 확대 등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 신뢰 문제까지 들고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관계장관회의. 사진. 구혜정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관계장관회의. 사진. 구혜정 기자

정부의 침과대단(枕戈待旦)이 필요하다

온라인 동영상서비스업체인 왓차플레이에 따르면 지난 2011년 9월 국내에서 개봉됐던 영화 '컨테이전'이 갑자기 지난달 28일 ‘많이 본 순위’ 1위에 올랐다. 영화는 개봉당시 국내에서 23만명의 관객을 동원, 실패한(?) 영화였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우한 폐렴)이 역주행을 시켰다. 영화는 현대 전염병의 확산 과정을 다큐멘터리처럼 보여준다. ‘우한 폐렴을 예언한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사재기가 횡행하고 가짜뉴스가 창궐하는 모습은 지금 상황과 너무 닮았다. 바이러스의 원인으로 박쥐가 지목된 것과 세계로 확산되는 과정에 네티즌들은 소름 돋을 정도라는 반응이다. 정부의 대응 하나하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중국 남북조시대(南北朝時代) 진(晉)나라에 유곤(劉琨)과 조적(祖逖)이라는 지사(志士)들이 있었다. 진나라는 당시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들은 함께 밤 늦도록 국가의 형세를 논하였고, 한밤에는 닭 울음소리를 경계 삼아 무술을 연마했다고 한다. 진서(晉書)의 유곤전(劉琨傳)에 전해진다. 침과대단(枕戈待旦).'매일 창을 베개 삼아 잠을 자며 아침이 되기를 기다리면서 오랑캐 무리를 몰아내는 데 일념을 다한다'는 뜻이다. 한치의 오차 없이 항상 대비하며 훈련하고 준비하는 자세를 말한다. 이제 최초 확진자중 완치자가 나왔고 5일 퇴원한다고 한다. 환자 치료이력 등을 토대로 새로운 접촉자 관리지침, 유증상자 관련 새 사례 정의 등도 마련돼가고 있다. 국민들도 잘 협조하고 있다. 이제 정부만 신속하고 주저없이 제대로 하면 된다. 정부의 침과대단 자세가 더욱 필요한 시기다. 이번 사태로 우리 경제와 민생이 더욱 어려움에 빠지고 있고 5일 0시 현재 중국 후베이성 내 확진자 수는 3156명, 사망자 수는 65명이 더 늘어 사망자와 확진자가 490명과 2만 3000명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도 4일(현지시간) “아직 대유행이 아니다”라고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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