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키코 피해 기업에 42억 배상 결정...하나은행은 또 결정 보류
우리은행, 키코 피해 기업에 42억 배상 결정...하나은행은 또 결정 보류
  • 김사민 기자
  • 승인 2020.02.03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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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제공 : 우리금융지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제공 : 우리금융지주

[미디어SR 김사민 기자] 우리은행이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판매 은행 중 처음으로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안을 받아들이고 피해기업 2곳에 42억원의 손해 배상액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이사회를 열어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안을 수락하고 키코 피해기업 2곳에 배상액 42억원을 모두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3일 미디어SR에 "키코 피해기업에 42억원을 배상하기로 했고, 아직 배상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 6개 키코 판매 은행에 대해 피해 기업별로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는 분쟁조정 결정을 내렸지만, 은행들은 기한 내 수락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전부 기간 연장을 신청했다.

따라서 판매 은행들은 오는 7일까지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에 대한 수락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우리은행이 제일 먼저 분쟁조정안을 수락한 가운데, 나머지 판매 은행의 수락 여부가 관심이다. 금감원이 제시한 은행별 배상액은 신한은행 150억원,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KEB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이다.

신한은행은 아직 키코 배상과 관련해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이다. 7일까지 수락 여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오는 4일로 예정된 이사회에서 키코 분쟁조정안 수락 여부가 안건으로 올라올 가능성이 높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아직 정해진 사항은 없고, 이사회에서 키코 분쟁조정안과 관련한 검토를 계속 진행 중이다"면서 "이사회 안건은 공유가 되지 않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한편 하나은행은 한 달의 추가 시간에도 키코 배상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금감원에 수락 기간 연장을 다시 한번 요청하기로 했다. 최초 통보 후 두 달여 동안 키코 배상안 논의를 지속해왔지만, 배임 등의 우려가 있는 만큼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모양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오늘 이사회에서 키코 배상과 관련해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차기 이사회에서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면서 "차기 이사회 일정을 감안해 금감원에 기한 연장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판매 은행 최초로 키코 피해기업 자율배상을 위한 은행 협의체 참여 의사를 밝혀, 분쟁조정안도 제일 먼저 수락할 거라 예상됐으나 결정까지 또 한 달여를 기다리게 됐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분쟁조정을 신청한 기업 4곳의 배상 비율을 발표하면서 나머지 147개 피해 기업의 추가 분쟁조정을 위해 판매 은행 11곳(씨티, 신한, 국민, 기업, SC, 하나, 산업, 우리, 대구, 부산, 농협)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어 자율적으로 배상 비율을 조정하도록 권고했다.

현재까지 11개 은행 중 하나은행만이 협의체 참여 의사를 밝혔고, 나머지 은행은 모두 참여 여부를 계속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현실적으로 대표 피해 기업 4곳의 분쟁조정안 수락 여부를 결정하기도 전에 나머지 피해 기업의 자율 배상을 위한 협의체 참여 여부를 먼저 결정하는 것은 이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따라 오는 7일 나머지 판매 은행들의 수락 여부가 결정되면 협의체 참여 여부도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4개 기업의 분쟁조정 결과를 기반으로 나머지 피해 기업들의 자율 조정을 지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은행들은 이미 민법상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10년)가 지난 키코 사태에 배상금을 지급할 시 배임 소지가 제기될 수 있어 결정에 신중한 입장이었지만, 우리은행이 물꼬를 튼 이상 나머지 은행도 배상안을 받아들일 거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은행권은 이미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라임자산운용 사태 등에 얽혀있어 여론이 악화했다. 은행으로서는 배임 문제 등이 우려되지만 부정적인 여론을 감수하면서까지 금감원 권고를 거절할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한편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로 외화를 팔 수 있지만 그 범위를 벗어나면 큰 손실을 보는 구조의 외환파생상품이다. 지난 2007년~2008년 사이 환 헤지 목적으로 수출 중소기업들이 대거 은행과 키코 계약을 맺었으나, 2008년 금융위기가 터져 원·달러 환율이 급등해 기업 732곳이 3조 3000억원에 달하는 손해를 입었다.

금감원이 키코 계약 당시 은행들이 실제 수출금액보다 과도한 규모의 환위험 헤지를 권유해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147곳의 피해 기업 손해액은 약 1조원으로, 배상 예상액은 2000억원 초반대로 추정된다.

김사민 기자 samin@medias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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