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예상치 못한 허성태
[인터뷰] 예상치 못한 허성태
  • 한혜리 기자
  • 승인 2020.01.29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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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허성태. 사진 제공. 한아름컴퍼니
배우 허성태. 사진 제공. 한아름컴퍼니

[미디어SR 한혜리 기자]

사람에겐 저마다 어울리는 옷이 있다고 한다. 누군가는 파란색 옷을 입으면 얼굴이 살아나고, 누군가는 안 맞는 옷을 입은 듯 어색하기 때문에. 하지만 ‘어울린다’는 이유는 때론 틀이 되기도 한다. 배우 허성태는 드라마 ‘싸이코패스 다이어리’와 영화 ‘히트맨’ 통해 한 가지 '틀'을 깼다. 진중한 것만 어울릴 줄 알았던 그가 어울리지 않을 법한 한물간 조폭 연기로 꽤나 웃겼으니까. 이럴 때마다 우린 늘 ‘예상치 못하다’고 말한다. 이처럼 예상치 못한 허성태는 이다음엔 어떤 옷을 입을까 궁금해졌다.

Q. ‘싸이코패스 다이어리’로 자신의 첫 코미디 연기를 화면으로 보니 기분이 어땠나.

허성태 : 오로지 목표는 하나였다. 와이프가 웃나 안 웃나. 그걸로 내 성공 기준을 판단했다. 다행히 웃을 땐 웃어주더라. 하하. 특히 마지막 회에서 칠성(허성태)이가 88년생이라고 했을 때 가장 많이 웃었다.

Q. 그럼 성공한 거 아닌가. 본인도 만족했는지 궁금하다.

허성태 : 연기에 대한 만족보다는 좋은 작품을 끝낸 것 같아 행복하다. 원래 캐릭터에 빠져나오기 힘든 스타일은 아니다. 끝냈다 싶으면 감정이 해소되는데, 칠성이는 왠지 보내기 힘들다. 쉽게 보내주기도 싫고. 안 그래도 감독님께 종영 후에 문자를 보냈다. “평생 ‘싸이코패스 다이어리’ 찍고 싶어요!" (웃음) 그만큼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역대급이라고 할 정도로. 연기자, 스태프 할 것 없이 모두가 배려 넘치는 현장이었다. 아직도 단체 채팅방이 뜨겁다.

Q. 허성태 표 코믹연기에 대해 주변 반응은 어땠나?

허성태 : 어머니도 그렇고 나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칠성이가 나랑 '찰떡'이라고 한다. 인생 캐릭터 만났다고. 하하. 영화 '신의 한 수 : 귀수 편(이하 귀수)' 감독님 내외분도 보셨다고 연락 왔다. 같이 작업을 했으니 내 성격을 아시지 않겠냐. 잘 어울린다고 하셨다.

Q. 이번 작품에서 얻은 게 있다면 무엇일까.

허성태 : 많은 분께 호감을 줄 수 있었던 기회였던 것 같다. ‘허성태가 이런 것도 할 수 있다’를 보여준 느낌이랄까? 하하. 악역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쌓인 스트레스를 원 없이 날릴 수 있었던 기회였기도 했다. 또, 배우 활동을 하면서 처음으로 팬들에게 서포트라는 것도 받아보았다. 많은 응원을 받은 것 같아서 남다른 작품이다.

배우 허성태. 사진 제공. 한아름컴퍼니
배우 허성태. 사진 제공. 한아름컴퍼니

Q. 칠성 역을 통해 지난번 본인이 원하던 ‘사람 냄새나는 캐릭터’를 맡았다. 처음 대본으로 칠성 캐릭터를 마주했을 때 느낌이 궁금하다.

허성태 : 큰 행운이라 생각했다. 그야말로 좋았다. 너무! 하하. 드디어 기회가 왔다는 생각에 처음부터 해내고 말 거라는 다짐이 강했다. 흔한 기회는 아니니까. 그만큼 디테일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의견도 많이 내면서 감독님과도 상의를 많이 했고. 개인적으로 의상팀에게 정말 고맙다. 촬영 신마다 몇 벌일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의상을 준비해줬다. 배우로서는 정말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Q. 극 중 칠성이가 참 맛깔나게 사투리를 구사했다. 실제 허성태의 고향은 어딘가?

허성태 : 부산이다. 사실 칠성이의 사투리는 내가 먼저 제안드렸다. 극 중에서 원래 대사 중에 “대신동 불주먹”이라는 말이 있다. 대신동은 ‘잘 사는 동네’이기도 하고, 영화 ‘친구’의 배경이 범일동이라서 그 대사를 “범일동 불주먹”으로 바꾸기도 했다. 실제로 어머니께서 범일동에서 장사를 하고 계시기도 하고. 내 동네, 내 학교가 있는 곳, 고향의 말이라서 그런지 좀 더 편한 내가 나온 것 같기도 하다.

Q. 대사 속 지역을 변형한 것처럼, 수많은 애드리브가 있을 거라 짐작된다. 어떤 애드리브가 가장 기억에 남는가.

허성태: 애드리브가 정말 많았다. 오죽하면 인터뷰 때 말하려고 몇 개 적어놓기도 했다. (웃음) 지금 떠오르는 건 7화 때 육동식(윤시윤)과 함께 간 장례식장에서 영화 <신의 한 수> 속 부산 잡초 역할의 대사를 했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또, 육동식에게 충성을 바치기로 한 후에 던진 대사도 원래는 “바늘 가는 데 실이 가야죠”라는 대사였는데, 이전 신에서 작가님께서 베트맨과 알프레도 관계로 동식과 칠성을 소개해줘서 “베트맨이 가는데, 알프레도도 가야죠”라고 바꾸기도 했다. 아마 매 신 애드리브가 들어가 있을 거다. 물론 감독님과 많은 상의 후에 만들어진 애드리브지만, 양이 많다 보니 드라마 방영할 때 작가님께 “애드리브를 쳐서 죄송하다”고 문자를 남기기도 했다. 작가님은 너무 좋다고 하셨지만. 하하.

Q. 극 중 주성치 코미디를 패러디하기도 했다. 이처럼 코미디 연기의 모티브나 롤모델이 되어준 캐릭터나 선배가 있었을까?

허성태: 패러디나 오마주 대사 등이 많아서 장면마다 그때의 캐릭터들을 통해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려 노력하긴 했다. 송강호 선배님이나 유해진 선배님들이 연기하셨던 캐릭터들을 떠올렸다. 선배님들의 코믹 연기가 보여주는 특유의 ‘가벼움’을 표현하고 싶었다. 칠성의 캐릭터에 잘 어울릴 듯 싶었다. 7화 장례식장에서 칠성이가 기자들에게 밀쳐져 날아가는 장면이 있는데, 내가 되게 편안하고 느끼는 듯한 표정을 지어서 많은 사람이 ‘빵’ 터지더라. 하하. 그런 캐릭터의 ‘가벼움’을 표현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Q. 칠성이는 그동안 허성태가 맡은 역할 중 가장 의리 있는 역할 아니었나.

허성태: 그렇지. 하하. 캐릭터를 볼 때 가장 중요한 건 매력적인 역할인가, 혹은 내가 매력적인 역할로 만들 수 있는가인데, 영화 ‘블랙머니’와 ‘스텔라’ 속 맡은 역할은 전자에 가깝다. 매력적인 역할들이었지. 반면 칠성이는 전자와 후자를 어우르는 역할이었다. 처음부터 매력적이었고, 매력적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만큼 너무나 소중한 기회였다.

Q. 자기가 맡은 역할 중 칠성과 가장 반대지점에 있는 역할이 있다면 무엇일까?

허성태: 대부분이지 않을까? 하하. 의리로 따지자면 영화 ‘말모이’의 우에다 역이겠지. 무게감으로 따지자면 영화 ‘남한산성’의 용골대 역이겠고. 칠성이는 동식에 대한 충성과 의리는 있지만, ‘손하트’를 하면서 애정을 표하는 재밌고 가벼운 인물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배우 허성태. 사진 제공. 한아름컴퍼니
배우 허성태. 사진 제공. 한아름컴퍼니

Q. '친애하는 판사님께' 이후 윤시윤과 또다시 호흡한 셈이다. 이번엔 버디 무비급의 호흡을 보여준 것 같은데, 다시 만난 소감은 어떤가.

허성태: ‘싸이코패스 다이어리’에서 칠성이가 술이 떡이 되어 부하에게 “한 잔만 더 하자”고 청하는 신이 있다. 열 명 중 반 이상은 그 상황에서 취객인 칠성이가 “한 잔만 더 하자”라고 윽박지를거라 생각하는데, 나는 일부러 호흡을 섞어서 조용히 “한 잔만 더 하자”라고 대사를 쳤다. 시윤이는 그걸 캐치하더라. 호흡을 의도했다는 걸 알더라. 연기를 아는 배우라 생각했고, 대단한 친구라 생각했다. 나도 덩달아 시윤이와 함께 잘해보고 싶은 의욕이 솟구치더라. ‘쿵짝’도 잘 맞고. 시윤이를 보면 스스로 ‘이럴 때가 아니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불 지펴진다.

Q. 배우로서는 참 고마울 수밖에 없겠다.

허성태: 시윤이가 항상 내게 “서른 작품만 더 하자”고 말한다. 그럴 때마다 고마움을 느끼지. 열려있는 친구다. 배려심도 많은 데다가 가식도 없고, 에너지도 넘친다. 연기 열정은 말할 것도 없고. ‘친애하는 판사님께’ 때도 느꼈지만, 그 열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사람이다. 이번 ‘싸이코패스 다이어리’에서도 동식과 칠성이가 얼싸안고 우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날따라 감독님이 컷을 안 하더라. 알고 봤더니 시윤이가 계속 울고 있었다. 덩달아 나도 눈물이 났지. 시윤의 눈을 보면 안 울 수가 없으니까. 믿고 연기할 수 있는 배우다. 현장에서도 모든 스태프를 잘 챙기기도 한다. 그럴 때면 형으로서 걱정될 때도 있다. 모든 상황이 다 내 마음처럼 흘러가진 않잖아. 착한 시윤이가 그 앞에서 지칠 수도 있을까 봐 걱정되기도 한다.

Q. 윤시윤 배우와의 인공호흡 신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웃음)

허성태: 이 말은 꼭 하고 싶다. “시윤아, 나도 네가 내 스타일이 아니야.” 하하. 다른 인터뷰를 통해 내가 자기 스타일이 아니라고 하더라. 억울해서 나도 말하고 싶었다. (일동 웃음) 인공호흡 신을 찍을 때 시윤이가 실제로 걱정하더라. 절대 진짜로 뽀뽀하지 말라고. 메이킹을 찍고 있으니까 내가 장난이라도 뽀뽀할까 겁났나보다. 계속 그러길래 “나도 너랑 뽀뽀하기 싫어!”라고 했다. 하하. 이런 식으로 시윤이랑 서로 장난을 많이 친다.

Q.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화기애애한 현장의 분위기가 가늠된다. 메이킹에서도 보면 모두가 다 친해보이기도 하고.

허성태: 분위기는 정말 ‘역대급’으로 좋았다. 다 처음 보는 스태프, 배우들이었는데도 금세 친해져서 떠들고 웃곤 했다. 감독님과 스태프분들은 배우들을 위해 배려해주시고, 배우들은 감사함을 느끼며 제 역할을 잘해나갔다. 참 잘하는 배우들이 모인 것 같았다. 최대철, 김기두, 최성원은 정말 애드리브의 달인들이더라. 현장에서 자주 만나던 친구들은 아니었는데, 실제로 함께해보니 정말 잘하는 친구들이었다. 애드리브를 함께 짜기도 하고 덕분에 재밌게 연기했었다.

Q. 말처럼 모두가 즐거웠고, 열심히 노력한 작품이었다. 그렇지만, 시청률 부분에서 아쉬운 점은 어쩔 수 없었을 것 같다.

허성태: 출연 배우 입장에서 시청률에 부담을 안 가질 순 없겠지만, 아마 주연배우가 받는 부담감은 남달랐을 것이다. 또한, 드라마 현장에서 스태프분들이 고생하면서도 힘낼 수 있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시청률이다. 그래서 더 아쉬웠지. 더 으쌰으쌰 할 수 있었으니까. 근데도 좋은 사람들이 가득해서인지 모두 마냥 즐거웠다.

배우 허성태. 사진 제공. 한아름컴퍼니
배우 허성태. 사진 제공. 한아름컴퍼니

Q. 영화 ‘히트맨’ 역시 코미디다. ‘귀수’에 이어 또 한 번 권상우와의 호흡이기도 하고. 기대되는 바가 남다를 것 같다.

허성태: ‘히트맨’도 정말 좋은 현장이었다. 많은 사람이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기도 하고. 권상우, 정준호, 이이경, 배우들 모두가 호흡이 좋았다. (윤)시윤이 대본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는 배우라면, (권)상우 형은 애드리브의 천재? 하하. ‘히트맨’ 역시 애드리브로 명장면이 많았는데, 특히 저와 정준호 선배, (이)이경이 셋이 촬영한 장면은 반 이상이 애드리브였다. 특히 정준호 선배 연기를 보고 도저히 웃음을 못 참겠더라. 그야말로 피 튀기는 전쟁이었지. (웃음) 사실 애드리브 잘하는 배우들 사이에서 위축되기도 했다. 하지만 애드리브 연기로 또 다른 희열을 맛봤던 것 같다.

Q. 배우로서 연기하면서 느낀 코미디 연기의 주안점은 무엇일까?

허성태: 엇박자, 허를 찌르는 타이밍. 이런 게 아닐까. ‘여기선 당연히 웃길 거야, 여기선 이 정도는 웃겠지’하고 박자를 정해버리면 식상해지기 마련이다. 지난 해 많은 작품을 하면서 ‘배우’란 직업에 대해 크게 느낀 건, 배우는 연구를 많이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블랙머니’의 최재광(허성태)이나 ‘귀수’의 부산잡초(허성태) 캐릭터들은 결과물과 초반 시나리오와 차이가 있다. 특히 ‘블랙머니’ 최재광 역시 칠성이처럼 지역적 특색을 살리려고 사투리를 사용하기도 했다. 주인공 양민혁(조진웅)에게 살짝 굴복하는 캐릭터였는데, 감독님께서도 평소 진웅 선배와 나의 관계가 캐릭터로 보인다고도 말씀하셨다. 그렇게 캐릭터의 성격이나 말투 등 빈 곳을 채워나가고 논리적인 이유를 덧붙여서 만드는 게 배우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이번 작품들을 하면서 그 부분을 확실히 배워나간 것 같다.

Q. 원하던 ‘사람 냄새’ 나는 코미디 연기도 했고, 이다음의 새로운 도전은 무엇이 될까?

허성태: 늘 얘기하는 거지만, 정의로운 역할. 하하. 정말 ‘정의’밖에 없는, 의로운 역할을 해보고 싶다. 반대로 가장 자신 없는 건 멜로다. 나도 두렵기도 하고, 상대 배우에 괜히 폐가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들어서. (웃음)

Q. 다양한 작품을 마치고 또 새로운 작품을 앞두고 있다. 지금 배우 허성태는 어디까지 달려왔다고 느끼는가.

허성태: 지난 드라마 촬영 당시 한석규 선배가 “성태야, 넌 무슨 재테크를 하니?”라고 물으신 적 있었다. 지금 난 그럴 여유도 안되고, 그런 쪽에도 재주가 없어서 안 한다고 말씀드리니 선배가 “나도 연기가 나의 재테크야”라고 말씀하시더라. 그게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배우로서 정말 멋진 말이 아닌가. 어떤 성과나 지표를 생각하기보다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연기만 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하다 보면 좋아지겠지. 얼마 전엔 권상우 형도 나한테 그러더라. “너 빚진 거 있니? 왜 이렇게 쉬지도 않고 달리니.” (웃음) 형의 말처럼 빚진 건 없지만, 내게 주어지는 역할들이 다 소중하다 보니 달리게 되는 것 같다. 성격상 먼 미래를 걱정하는 편도 아니고, TV에 많이 나오면 어머니가 좋아하시니까. 열심히 살다 보면 좋은 날이 올거라 믿는다. 하하.

한혜리 기자 hyeri@medias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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