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알펜루트자산운용 홈페이지 캡쳐

[미디어SR 김사민 기자]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단 사태로 증권사들이 줄줄이 TRS 대출금을 회수하면서 다른 사모펀드 운용사에도 유동성 위기가 번지고 있다. 

28일 알펜루트자산운용은 이날 환매 일정인 개방형 펀드 '알펜루트 에이트리 펀드 1호'와 환매 신청이 들어온 2개 펀드 '알펜루트 비트리 펀드 1호', '알펜루트 공모주 펀드 2호' 등 총 1108억원 규모 펀드의 환매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펀드별 환매 중단 규모는 에이트리 펀드 567억원, 비트리 펀드 493억원, 공모주 펀드 48억원이다.

알펜루트자산운용 관계자는 28일 미디어SR에 "26개 개방형 펀드 중 한 개 펀드는 이날 환매 중단이 확정됐다"면서 "그 외 개방형 펀드의 경우 시장상황에 따라 상황의 변경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을 두어 환매연기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총 수탁액 9000억원 규모의 알펜루트자산운용은 프리IPO(상장 전 지분 투자) 펀드를 비롯해 자사 개방형 펀드 26개를 2300억원 규모로 운용하고 있다. 

회사는 이날 환매 연기된 에이트리 펀드 외에도 이후 2월 말까지 1817억원 규모의 26개 펀드의 환매 연기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에 환매 연기를 예정하고 있는 펀드는 알펜루트자산운용의 총자산 대비 19.5% 수준이다.

이번 환매 중단은 라임자산운용과 같은 투자 자산의 부실이 아닌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은 증권사들의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가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알펜루트자산운용은 TRS 계약을 통해 증권사로부터 대출을 받아 26개 펀드에 증권사 자금 450억원과 고객 자산 1400억원, 자체 투자금 490억원을 투입했다. 

한데 최근 알펜루트자산운용에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를 제공하고 있는 한국투자증권이 TRS 계약으로 대출해준 투자금의 회수를 요청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정상적인 리스크 관리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라임자산운용의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며 TRS 계약을 통해 원금 회수 우선 자격이 있는 증권사에 책임의 화살이 돌아가자 증권사들이 PBS 규모를 줄이는 데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알펜루트자산운용에 TRS 대출의 회수를 요청한 것은 맞으나 금액이나 회수 시기 등은 밝힐 수 없다"면서 "정상적인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진행된 건"이라고 설명했다. 

한투증권이 TRS 계약을 해지하자 미래에셋대우, 신한금융투자 등도 잇따라 환매를 요구했는데, 알펜루트자산운용은 이에 대응하지 못해 일시적인 유동성 문제가 생겼다. 환매 요청 규모는 에이트리 펀드 19억 5000만원, 비트리 펀드 42억원, 공모주 펀드 7억원으로 알려졌다.

TRS자금을 빼내면 정상적인 펀드의 운용이 어려워 다른 자금으로 투자금을 메워야 한다. 이번에 환매가 연기된 개방형 펀드는 주로 프리 IPO 등에 투자해 비유동성 자산이 대부분이라 당장 현금화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알펜루트자산운용은 급매 및 저가 매각으로 인한 수익률 저하 방지의 측면에서 고객자산 보호를 위해 환매 연기 결정을 내렸다는 입장이다.

알펜루트자산운용 관계자는 "대량환매청구의 원인은 증권사 PBS 부서들이 사모펀드 시황 악화로 내부적으로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리스크를 극도로 회피하는 의사 결정에 따른 것"이라면서 "이러한 대규모, 일괄 환매 청구에 기계적으로 응한다면 수익자 간 형평성 훼손의 우려가 있어 환매 연기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라임자산운용 사태와는 달리 환매가 연기된 주요 펀드 대부분은 우량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알펜루트자산운용 측은 "당사 펀드에는 당사 고유 자금과 임직원 자금(447억원)이 고객 자금과 함께 운용될 만큼 우량한 포트폴리오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면서 "펀드의 유동성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수익률의 훼손 없이 안정화되고 정상화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알펜루트자산운용은 사모사채, 메자닌 자산이나 무역금융 관련 상품은 다루고 있지 않으며 모자형 펀드 구조를 취하고 있지 않은 등 라임자산운용과는 선을 그었지만, 증권사들의 운용사 대상 TRS 계약 해지 여파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회사는 현재 19개 자산운용사와 함께 2조원에 달하는 TRS 계약을 맺고 있으나, 라임 사태로 TRS 계약에 관한 금융당국과 시장의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 증권사들이 TRS 사업의 규모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리스크 관리에 나선다면 알펜루트자산운용 외에도 환매 중단을 선언하는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속출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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