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영 디자인 기자

[미디어SR 김사민 기자]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 23년 동안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에 몸담으며 동양증권을 채권의 명가로 부흥시킨 장본인으로서, 그에게는 '채권의 귀재', '채권의 전설' 등 최고의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동양증권에서 IB, 채권, 자산관리 등 핵심 업무에서 두루 두각을 드러낸 김병철 사장은 지난 2012년 동양증권을 떠나 신한금융투자 S&T그룹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신한금융 출신이 아니고 CEO 경험이 없음에도 김 사장은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아 이직 6년 만인 지난 2019년 3월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그룹 내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철 사장은 취임 후 신한금융투자를 초대형 투자은행(IB)의 반열에 올려놓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외부 인재를 공격적으로 영입하는 한편 GIB 영업조직을 확장하고 구조화금융본부, IB본부를 신설하는 등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김 사장은 취임 첫해에 신한금융지주로부터 6600억원의 유상증자를 끌어내면서 자기자본을 4조원대로 확충했다. 자기자본이 4조원이 넘으면 금융위로부터 초대형 IB 인가를 받을 수 있는데, 초대형 IB로 지정되면 자기자본 한도의 2배까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11월 3분기 실적 공시를 마치는 대로 금융위원회에 초대형 IB 인가를 신청한다는 계획이었다. 6번째 초대형 IB는 신한금융투자로 확실시됐으며, 3호 단기금융업 사업자로 가는 길도 탄탄대로였다. 그러나 지난해 말 금융감독원이 라임 펀드 사태와 관련해 신한금융투자의 사기 가담 정황을 확보하고 검찰 수사를 의뢰하면서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만약 검찰 수사가 이뤄질 경우 관련자 소환 등의 여파가 김 사장까지 미치면 연내 초대형 IB 인가 계획은 어려워질 수 있다. 금융당국은 초대형 IB 인가 심사 시 증권사 내부 통제 시스템, 과거 제재 이력, 향후 제재 가능성까지 엄격하게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앞서 단기금융업 인가를 신청한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도 일감몰아주기 의혹, 유령 주식 배당 사건 등에 발목 잡혀 인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오는 3월 취임 1주년을 맞는 만큼 라임 사태를 현명하게 수습해 위기관리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한 신한금융지주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상황에서 초대형 IB 지정에 이어 발행어음업 인가까지 갈 길이 멀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다. 지난해 12월 연임이 확정돼 오는 3월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추가 3년 임기의 정식 취임을 앞두고 있다. 조용병 회장은 지난해 6월 신한금융투자를 초대형IB로 키우기 위한 자본 확충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이는 두 달가량 미뤄졌다. 당초 납입일을 6월 초로 정하고 유상증자를 추진했는데, 지주 측이 신한금융투자가 제출한 사업계획의 수익성에 의구심을 품고 더 상세한 자본 활용 방안을 세우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다소 깐깐하고 엄격한 기준을 내세우는 신한금융은 지난해 금융권에 칼바람을 불러온 해외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무관할 수 있었다. 업계에서는 신한금융이 철저한 상품 검증과 내부통제 체계를 성공적으로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신한금융투자가 최근 라임 사태와 깊숙이 연관돼 있다는 정황이 제기되면서 신한금융도 리스크를 안게 됐다. 조 회장은 신한금투를 전면에 내세워 비은행 수익 부문에 드라이브를 걸 계획이었지만, 돌연 악재가 덮친 것이다.

조용병 회장은 신한금융투자를 중심으로 여러 핵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신한금투가 비은행 계열사 강화와 수익원 다각화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계열사이기 때문에 새롭게 임기를 시작하는 조 회장의 경영 목표에 차질이 우려된다. 그룹 차원에서도 신한금투의 라임사태를 중요한 문제로 보고 있는 이유다. 

최근 신한은행 채용비리 1심 공판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되면서 조용병 체제의 가장 큰 리스크는 일단락됐다. 그러나 라임사태가 일파만파 확산하며 소송전까지 번지고 있어 조 회장의 고심은 당분간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강대석

2012년부터 2017년까지 5년 동안 신한금융투자를 이끌었던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이다. 동양증권에 있던 김병철 사장을 신한금투에 직접 영입한 인물이다. 강 사장과 김 사장은 대학 선후배 사이로, 신한금투 영입 전부터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취임 후 언론에서 이직 사유를 얘기할 때 "사장님 한 분 보고 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만큼 강 사장을 처음 봤을 때 열정과 비전에 공감해 신한금융투자의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느꼈다고 한다. 

강 사장의 김병철 영입을 두고 당시 업계에서는 영업의 달인들이 뭉쳤다며 큰 기대를 모았다. 강대석 사장과 김병철 당시 부사장은 모두 20년 전문 채권인력으로, 채권 부문 강화의 목표를 강하게 추진해 채권시장에서 신한금투를 급부상시켰다.

두 사람은 신한금투 내에서 유일한 증권업 출신 사장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신한금투는 그동안 강대석 전 사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CEO가 은행 출신 인사였는데, 김 사장이 선임되면서 두 번째 증권업 출신 사장이 탄생했다.  증권사 출신과 은행 출신 CEO들은 리스크에 대한 접근 방식이 다른데, 공격적인 투자로 신한금투 자산을 늘리는 측면에서 비슷한 경영 스타일을 갖고 있다.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대표이사. 1991년 신한증권에 입사해 굿모닝신한증권 시절을 거쳐 신한금융투자 부사장까지 24년을 신한 증권맨으로 살았다. 2011년 임기 만료로 경영 일선을 떠난 이 사장은 2013년 경쟁사인 하나금투 사외이사로 깜짝 귀환한다. 성균관대 동창인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신임에 힘입어 2015년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에 올랐다가 2016년 하나금융투자 대표이사로 임명된다. 취임 후 눈에 띄는 실적 향상을 이끌어 두 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하나금융투자도 초대형 IB를 따내기 위해 잰걸음 중이라, 이진국 사장은 공교롭게도 친정인 신한금투와 경쟁자로 맞붙게 됐다. 자기자본 요건 달성은 신한금투가 앞섰지만, 최근 하나금융지주가 1분기 내 유상증자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하나금투가 강하게 따라붙는 형국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하나금투의 자기자본은 3조 4396억원으로, 하나금융지주가 5000억원대의 자본을 수혈하면 단번에 4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 신한금투가 주춤하는 사이 하나금투가 연내 초대형IB 인가를 받는다면, 발행어음 사업까지 순항할 가능성이 높다.

 

김성현

KB증권 대표이사 사장. 박정림 대표와 각자대표 체재로 지난해부터 KB증권을 이끌고 있다. 김병철 사장과 비슷한 시기에 취임한 데다 대신증권, 한누리투자증권, KB증권 IB부문에서 잔뼈가 굵은 IB전문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 사장은 30년간 채권성 자금조달 중심으로 부채자본시장(DCM)에서 경력을 쌓았다. 증권계에 IB 출신 CEO가 활약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들은 리테일, 위탁 수수료 위주에서 벗어나 IB부문에 역량을 집중해 수익원 다각화를 이뤄야 하는 특명을 부여받았다. 

이에 김 사장은 취임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지난해 5월 KB증권의 숙원이었던 발행어음사업 자격을 따냈다. 3전 4기 끝에 이룬 결실이었다. KB증권은 2017년 7월 초대형 IB로 선정된 직후 단기금융업 인가를 신청했지만, 절차가 계속 지연돼 다음 해 1월 신청을 자진 철회했다. 거듭된 도전 끝에 KB증권이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에 이어 세 번째 발행어음 사업자가 되면서 KB증권은 양분된 발행어음 시장에 경쟁을 불어넣고 신사업을 확장할 수 있게 됐다. 

 

강성부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대표이사. 김병철 사장과 같은 동양증권 채권 전문가 출신으로, 김 사장을 보좌해 동양증권에서 채권분석팀장으로 함께 일한 인연이 있다. 동양증권이 채권 명가로 이름을 날릴 당시 회사채, 인수합병 시장에서 맹활약한 연구원 중 한 명이다. 그만큼 김 사장과의 친분도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같은 해에 동양증권을 떠나 4개월 간격을 두고 신한금융투자로 이직했다. 동양증권에서 채권 전문가로 두각을 드러낸 드림팀이 둥지를 옮겨 또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 것이다. 두 사람의 재회에는 강대석 전 신한금융투자 사장의 '채권명가 부활'에 대한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다. 강 사장은 채권업계에서 유명한 인재들을 모아 신한금융투자에 새바람을 일으키고자 했다.

이후 2018년을 기점으로 이들의 행보는 갈린다. 강성부는 신한금융투자에서 채권분석팀장, 글로벌자산전략팀장을 지내고 2015년 LIG그룹의 사모펀드인 LK파트너스의 대표로 잠깐 있다가 2018년 기업 지배구조 전문 투자회사 KCGI를 세워 행동주의 펀드의 길로 독립한다. 같은 해 김병철 사장은 비은행출신 최초로 신한금융지주 GMS그룹 부문장을 맡아 지주, 은행, 금융투자, 생명보험 등 계열사들이 운용하는 60조원 규모의 고유자산을 관리하며 승승장구한다.

한편 강성부 대표는 현재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며 한진칼을 대상으로 강력한 주주행동을 펼쳐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을 전방위로 압박해 금융권 화제의 인물로 부상했다.

 

라임자산운용

국내 최대 헤지펀드 운용사.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1조 5000억원 규모 펀드의 환매를 중단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최근 신한은행이 주로 판매한 ‘크레딧 인슈어드 무역금융펀드’에서 1200억원의 환매가 추가로 연기될 수 있다고 발표해 라임자산운용의 총 환매 중단 규모는 1조 70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났다. 

신한금융투자는 라임자산운용과 TRS 계약을 맺어 손실을 라임자산운용에 넘기고 35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대출해줬다. 투자금 손실이 발생해도 신한금융투자가 선순위로 원금을 상환받게 되는 구조인데, 문제는 신한금융투자가 투자 자산의 부실을 인지하고서 이를 체결했다는 것이다. 

라임자산운용은 무역금융펀드 투자처인 미국 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그룹(IIG)의 부실을 알고 펀드 지분 일부를 싱가포르 R사에 넘겨 상품 재구조화 계약을 맺었다. 펀드의 40%를 투자한 IIG는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다단계 금융사기 혐의로 자산동결 처분을 받았는데, 금감원은 신한금투가 이를 미리 인지하고서 펀드 운용 및 판매에 가담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지난해 말부터 라임 무역금융펀드를 지원하는 신한금투 PBS본부에 대한 강도 높은 검사를 벌였다. 또한 라임자산운용과 함께 신한금투도 부실 펀드 판매 혐의로 검찰 수사를 의뢰한다는 방침이다.

신한금융투자 측은 "신한금투는 투자자가 아닌, 대출을 실행한 것으로 금융당국이 판매 과정에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면 잘못될 부분이 전혀 없다"는 입장이지만, 투자자들의 분노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무역금융펀드 투자자들은 신한금융투자에 집단 법적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아직 손해액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 사문서 위조 혐의에 대한 형사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내달 삼일회계법인의 환매 중단 펀드 실사 결과가 나온 이후 상각 등의 과정을 거쳐 손해액이 확정되면 신한금융투자도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라임자산운용이 무역금융펀드를 통해 투자한 투자금이 모두 상각 처리되면 신한금융투자는 TRS 계약에 의해 원금을 회수하고, 나머지 손실은 개인 투자자가 모두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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