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하나금융투자

[미디어SR 김사민 기자] 하나금융투자가 연내 5000억원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4조원대로 늘리는 계획에 힘을 실으면서 신한금융투자보다 먼저 6호 초대형 투자은행(IB) 자리를 거머쥘 가능성이 커졌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투자는 1분기 중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4조원 수준으로 확충할 예정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하나금융투자의 자기자본은 3조 4396억원으로, 5000억원대의 자본이 투입되면 단번에 초대형 IB의 자본 요건인 4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지주는 하나금투와 이같은 유상증자 방안을 논의했지만, 지난 20일 이사회 안건에는 올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투자는 하나금융지주가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로, 하나금융은 하나금투를 초대형 IB로 키우기 위해 지난 2018년 3월, 12월 두 차례에 걸친 유상증자를 통해 총 1조 2000억원의 자본을 투입했다. 이에 따라 하나금투는 지난해 7월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승격했다.

하나금투의 최종 목적지는 단기금융업으로, 이를 위해 먼저 자기자본 4조원 기준에 맞춰 초대형 IB 인가를 받아야 한다. 초대형 IB로 지정되고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으면 자기자본의 2배까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발행어음 사업을 본격적으로 펼칠 수 있다.

하나금투 관계자는 22일 미디어SR에 "시기나 방법이 구체화한 것은 없지만 유상증자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계속 논의가 돼 왔던 부분"이라면서 "이진국 사장이 연내 증자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 회사 차원의 의지가 크고, 초대형 IB가 돼서 다른 회사들과 경쟁을 좀 더 활발히 하고 싶기 때문에 증자는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나금투를 초대형 IB로 키우려는 그룹 차원의 의지가 상당하다는 설명이다. 1분기 이내에 유상증자를 실시하려면 하나금융은 오는 2월 4일 이사회에 유상증자안을 상정해 의결할 가능성이 크다. 늦어도 3월 안에 증자 작업이 완료되면 올해 안에 초대형 IB 인가를 신청할 수 있다.

하나금투 관계자는 "유상증자를 통해 선제 조건인 자본금을 충족한 뒤 관련 조직을 만드는 등의 준비 기간을 거쳐 빠른 시일 내 금융당국에 초대형 IB 인가를 신청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현재 초대형 IB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5곳이며, 초대형 IB 중 발행어음 사업자는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3곳이다.

당초 6호 초대형 IB는 이미 지난해 자기자본 요건을 충족한 신한금융투자가 될 가능성이 높았지만, 라임 사태에 휘말려 금융감독원에서 공범 정황을 확보해 검찰 수사까지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 차질이 불가피하다.

금융감독원은 신한금투가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 투자자산의 부실을 알고도 펀드 운용 및 판매에 가담했다고 보고 있다. 정황이 사실로 밝혀져 검찰 수사까지 확대되면 연내 초대형 IB 인가를 받기는 어려워진다. 금융당국은 초대형 IB 인가 심사 시 증권사 내부 통제 시스템, 과거 제재 이력, 향후 제재 가능성까지 엄격하게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앞서 단기금융업 인가를 신청한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도 일감몰아주기 의혹, 유령 주식 배당 사건 등으로 심사가 무기한 연장되고 있어, 하나금투가 이변 없이 올해 초대형 IB에 지정된다면 4호 단기금융업 사업자가 되는 길도 열려 있는 셈이다.

한편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초대형 IB 인가는 원래 올해 신청하기로 계획된 일정"이라면서 라임 사태와의 관련성에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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