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헌의 直說後談] 롯데그룹에 딱 2% 부족한 것은?
[김병헌의 直說後談] 롯데그룹에 딱 2% 부족한 것은?
  • 김병헌 전문위원
  • 승인 2020.01.22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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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제공 : 롯데지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제공 : 롯데지주

초일류기업으로 가는 마지막 성장통

장주(莊周). 중국 전국 시대 송(宋)나라의 저명한 철학자 莊子(장자)의 본명이다. 제자백가 중 도가(道家)의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본인이 집필한 것으로 알려진 장자 內編(내편) 7편중 마지막 응제왕편(應帝王篇)에 조탁복박(雕琢復朴)거화취실(去華就實)'이라는 말이 나온다. ‘무늬를 조각하고 다듬어 한껏 모양을 냈던 나무 밑둥을 원 상태로 되돌리고 사치스러운 겉치레를 배제한 뒤 내실을 취한다’는 뜻이다. 겉치레를 벗어버리고 내실 있게 살아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지난 19일 향년 99세로 별세한 롯데그룹 창업주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생전 집무실에도 ‘거화취실’이 쓰여진 액자가 걸려 있었다. 고인은 이 말을 좌우명으로 삼아 롯데를 성장시킨다. 고인은 화려한 것을 싫어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한국과 일본을 오갈 땐 수행원 없이 혼자 서류가방을 들고 비행기를 탔다. 집무실도 크지 않고 소박했다. 기업경영에도 무차입을 추구하는 등 내실을 중요시 여겼다. 여기에 빼어난 안목과 헌신으로 롯데를 국내 최고 유통·식품 회사로 올려놓았다. 서비스·관광·석유화학 분야로도 사업 범위를 넓히며 대한민국 산업의 기틀을 닦았다. 이제 명실상부한 신동빈 회장 체제가 됐다. 상당수 1세 경영인들이 그러했듯이 기업성장에 필요악이던 정경유착 등 전근대적 경영의 잔재와 매끄럽지 못한 후계구도 등의 아쉬움을 남기고 영면에 들었다. 향후 신동빈 회장의 몫이다. 롯데 역시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안착을 위한 마지막 성장통이 진행중이다.

전자상거래의 비약적 성장으로 주력인 유통쪽의 치열한 경쟁을 차치하더라도 그렇다. 신 회장 체제가 견고해 보이지만 적지 않은 리스크가 존재한다. 크게 2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친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대권 전쟁이 승리로 끝났지만 불씨는 남아있다. 주주의 지지도 분포나 신동빈 회장이 수년 째 임원 인사 및 사업 개편 등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볼 때 현재의 지배구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은 우세하다. 롯데그룹의 복잡한 지배구조 때문에 그렇다. 지난 2015년 신동주 전 부회장이 도발한 ‘형제의 난’이 마무리되면서 고 신격호 명예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 주주들도 신동빈 회장의 손을 들어주었다. 2018년 신 회장이 ‘국정농단’ 관련 1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되어 불리한 상황에서 열렸던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도 신 회장의 이사직 해임과 형 신 전 부회장의 이사 선임은 모두 부결됐다.

흔들리지 않는 경영권 확보가 중요

롯데홀딩스는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회사다. 종업원지주회 등 주요주주들이 신 회장에 우호적이어서 다시 경영권 분쟁이 불거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고인의 유산 상속에 대해 아직 알려진 바가 없지만 유산의 향배 역시 크게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고인 소유의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은 0.4%로 알려진다. 신 회장은 4%의 지분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롯데를 가진 이가 한국 롯데까지 지배할 수 있는 구조인 점도 현재로서는 신 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신 전 부회장 지분과 최대주주인 광윤사가 가진 홀딩스 지분은 29% 가량이다. 신 회장에게 우호적인 임직원 및 관계사 쪽 지분이 50% 가량 된다. 그래도 신 전부회장이 경영권 도전 의사를 숨기지 않고 있어 불씨로 남아 있다. 신 회장이 주주총회 등에 참석해 롯데홀딩스를 챙기는 이유다.

이보다 롯데그룹 경영외적 취약성에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 이른바 광의(廣義)의 정치적 리스크다. 한국과 일본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애매한 정체성부터 해결해야한다. 지난해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로 한일 틈바구니에서 곤욕을 치루고 엄청난 손실을 봤다. 정치적 리스크의 흑역사는 진행중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측근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주고 배임, 횡령 등 각종 경영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 회장은 지난해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의 확정판결을 받아 집행유예 기간이다. 노파심일지 모르나 롯데의 미래성장 동력으로 롯데케미칼이 31억 달러(약 3조6000억원)를 들여 미국 루이지애나에 세운 셰일가스 에탄을 원료로 하는 에탄올 정제공장도 뒷맛이 찜찜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연결고리 때문이다. 신 회장에 대한 도에 넘치는 호의와 극찬이 맘에 걸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탄핵위기에 몰려 올해 재선이 불확실해보인다. 재선에 실패할 경우 롯데가 피해자가 될수 있다는 우려가 든다. 국내에서 곤욕을 치르고 일본 때문에 힘들었고 중국에게 피해를 본데 대한 기우였으면 좋겠다. 롯데마트는 중국에 대규모 투자를 했다가 2017년 9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체계 배치 부지를 우리 정부에 내줬다가 중국의 잇단 영업정지 조치에 직격탄을 맞았다. 단지 나쁜 운으로만 돌릴게 아니다. 사업초기 단계에서부터 정치적인 면은 배제해야한다. 기업보국(企業報國)으로 보이는 정경유착(政經癒着)의 우는 다시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롯데호텔의 상장을 통해 지배구조 안정화를 위한 조치를 시작한 것처럼 이같은 리스크를 근절하는 대책을 심각하게 고민할 때라고 본다.

19일 저녁 8시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롯데그룹 신격호 창업주 장례식 초례(장례를 시작하고 고인을 모시는 의식). 모처럼 30여명의 롯데 그룹 일가가 모였다(사진상 단상을 보고 앞줄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격호 회장의 부인 시게미쓰 하츠코 여사,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사진. 롯데지주 제공
지난 19일 저녁 8시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롯데그룹 신격호 창업주 장례식 초례(장례를 시작하고 고인을 모시는 의식). 모처럼 30여명의 롯데 그룹 일가가 모였다(사진상 단상을 보고 앞줄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격호 회장의 부인 시게미쓰 하츠코 여사,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사진. 롯데지주 제공

정치적 리스크는 처음부터 만들지 말아야

개혁(改革)이란 고치고 바로 잡는다는 뜻이다. 개(改)는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다는 것이다. 형태나 성질, 기능에서 벗어난 상태를 본연의 상태로 되돌려 놓는다는 의미다. 혁(革)은 원래 상태로 바로 잡을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을 바꾼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개혁이 원형으로의 복귀나 복원은 아예 없고 지금까지 제도나 규율과 문화를 고치고 사람을 바꾸는 것으로 할 일을 다한 것처럼 여겨져온 경우가 적지 않았다. 후세에서 꼽는 성공한 개혁가가 드문 이유와 무관치 않다. 불교에서 윤회설(輪廻說)은 하나의 생명이 죽으면 새로운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고, 끝없이 반복된다는 믿음에서 시작된다. 항상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는 것 같지만 윤회의 본질은 그대로라는 것이 핵심이다. 개두환면(改頭換面)을 말한다. 개혁은 이렇게 되면 영낙없이 실패다.

회남자(淮南子)에 "양자(楊子)는 갈림길에서 울고(양자곡기/楊子哭岐),묵자(墨子)는 흰실을 보고 울었다(묵자읍련/墨子泣練)."라는 말이 전해진다. 전한(前漢)시대 회남왕(淮南王) 유안(劉安)이 전국의 빈객과 방술가(方術家)를 모아 제자백가(諸子百家)의 학설을 집대성한 21권으로 된 백과사전이다. 갈림길에서는 어느 방향의 길로도 갈 수 있다. 선택해야만 하는 길이다. 흰실은 어떤 색의 물도 들일 수 있다. 양자는 사람들이 갈림길에서 선(善)의 길을 택하지 않고 악(惡)의 길로 가는 것을 보고 울었고, 묵자는 스스로 선으로 물들일 수 있는 데도 악의 물이 들게 하는 것을 보고 울었다는 고사다. 양자와 묵자는 주나라 말기인 BC 5세기 경의 사상가다. 기업도 ‘어느 길을, 어떤 색의 물감을 선택할 것인가’는 절실한 문제 앞에서 고민해야 하는 존재다. 초일류 글로벌기업이 아닌 자칫 지탄받는 정경유착등의 문제기업으로 갈수도 있으니 기로에서 숙고하며 고뇌하지 않겠는가? 롯데그룹은 최근 유동성을 확보하고 정기 임원인사에서도 과감한 조직개편과 세대교체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명복을 빌며 신동빈 회장의 ‘뉴’ 롯데그룹의 개혁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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