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수석부회장(앞줄 중앙 오른쪽)과 공동 회장사인 에어리퀴드 베누아 포티에 회장(앞줄 중앙 왼쪽) 등이 20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수소위원회 연례 'CEO 총회'에 참석했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글로벌 수소사회를 위한 선결 조건 3가지를 제시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수소를 기반으로 한 사회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20일(현지 시간) 정 수석부회장은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수소위원회(Hydrogen Council) ‘CEO 총회’에 공동회장으로 참석해 환영사를 전하고 개별 토론을 주재했다.

현재 국내에서 상용화된 수소차는 현대차의 넥쏘가 유일하다. 현대차그룹은 수소 에너지의 친환경성에 주목해 일찍이 수소 기반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쏟아왔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1월 수소위원회 공동회장 취임 이후에도 각국 정부와 기업이 수소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와 관련 현대차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전세계 자동차 회사들이 내연기관에서 탈피해 수소‧전기차 등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면서 “미래 친환경 에너지로 수소가 더 나은 대체 자원으로서 장래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수소는 자연 상태에 풍부하게 존재하며 연료전지에서 산소와 반응하는 과정에서 부산물이 물밖에 나오지 않아 청정 에너지로 인식된다. 전세계에 걸쳐 기후 변화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기존 화석연료의 한계를 극복할 대체 에너지로 수소 에너지가 적격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현재 수소 에너지가 보편적으로 쓰이기 위해서는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공급 비용을 낮춰야 한다. 원활한 유통을 위해 안전한 충전소를 확충하고 운영하는 것 또한 과제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날 환영사를 통해 “미래 수소사회로 가는 지름길은 없다. 수소산업 각 분야별, 단계별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지속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수소사회 구현을 위한 3대 방향성을 제시했다.

그가 제시한 3대 방향성은 ▲기술 혁신을 통한 원가 저감 ▲대중 수용성 확대 ▲가치사슬 전반 안전관리체계 구축이다. 이는 곧 수소 기반 사회를 위한 필수 선결과제다.

정 수석부회장은 먼저 “수소산업 모든 분야에서 기술 혁신을 통한 원가 저감으로 지속 가능한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생산‧저장‧활용 등으로 이어지는 가치사슬 전 단계에 걸쳐 기술 혁신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수소 에너지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화합물 형태로 존재하는 수소를 분리시켜 순수한 수소를 얻어야 한다. 석유화학‧제철공장의 공정 중에 부산물로 발생하는 부생수소나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얻는 수전해 방식은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지만 대량 생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와 관련 수소위원회가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에 의뢰해 수소위원회 30여개 회원사들의 2만5천여개에 달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한 ‘수소원가 경쟁력 보고서(Path to Hydrogen Competitiveness: A Cost Perspective)’를 이번 총회에서 최초로 발표한 것도 이러한 한계를 인지하고 기술 혁신을 통해 넘어서기 위해서다.

보고서는 수소 기술의 발전이 가속화되면 생산‧유통 등 각 단계에서 원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향후 10년 이내 최대 50%까지 수소 원가가 저감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보고서는 수소 분리에 다시 전력이 필요한데, 재생에너지의 원가가 낮아지면 수소 생산 원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소 원가 절감을 위해서는 2030년까지 글로벌 주요 지역에서 약 81조원 규모(700억 달러)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서는 예상했다. 81조원 규모는 현재 전세계 연간 에너지 관련 지출의 약 5%에 불과하다.

특히 전세계 에너지 소비량의 약 15%를 차지하고 있는 장거리 및 대형 트럭 운송, 산업용 열원(熱源) 생산 등 20여개 이상의 분야에서 수소 에너지가 활용될 경우 글로벌 기후 목표를 달성하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서는 판단한다. 글로벌 기후 목표는 2015년 12월 체결된 파리협정을 통해 지구의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하고 장기적으로는 1.5℃ 이하로 제한한다는 내용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맥킨지 보고서가 일상의 에너지원으로 수소가 지닌 잠재력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을 제고할 뿐 아니라, 수소산업 전반의 원가저감과 함께 수소경제 사회 구현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줄 것으로 희망한다”고 전했다.

수소에너지에 대한 대중의 우려도 불식할 필요가 있다고 정 수석부회장은 강조했다. 수소산업이 성장하기 위한 기반이 구축되려면 대중들에게 먼저 수소에너지의 가치와 비전을 적극적으로 알려야한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미디어SR에 “LPG의 경우도 안정적으로 상용화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수소차의 경우도 마찬가지라 본다”면서 “사실 수소충전소 확충 등 인프라에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 그래서 수소차 보급을 위해서는 수소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이 개선되고 이용자나 수요가 더 많아질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또 정 수석부회장은 수소에너지의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도 역설했다. 지난 5월 강릉의 수소탱크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하며 수소의 안전성에 의문이 제기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수소 에너지의 위험성보다 수소 관리‧운영 소홀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글로벌 기후 목표에 도달하고 수소가 주는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지금이 바로 행동해야 할 때”라면서 “공동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수소위원회는 지난 2017년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출범한 수소 관련 글로벌 CEO 협의체로, 에너지, 화학, 완성차 및 부품 업체 등 전세계 주요 기업이 참여하고 있으며, 현대자동차와 프랑스의 세계적인 에너지업체 에어리퀴드가 공동 회장사를 맡고 있다.

수소위원회는 수소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주요 20개국(G20) 에너지환경장관회의, 세계기후행동회의(GCAS), 세계경제포럼(WEF) 등과 연계해 다양한 분야의 리더들과 긴밀한 협력을 추진해 왔다.

회원사는 2017년 출범 당시 13곳에서 올해 약 6배 증가한 81곳으로 확대됐다. 다양한 산업 군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추가로 합류했으며, 특히 사우디 아람코(Saudi Aramco),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ritish PetroleumㆍBP), 쉘(Shell), 토탈(TOTAL) 등 에너지 기업과 커민스(Cummins) 등 파워트레인 업체까지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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