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관련 뇌물공여 혐의 등에 대한 파기환송심 4차 공판이 17일 오후 진행됐다. 이날 재판부는 “아직 많은 국민들이 의구심을 버리지 못했다”면서 준법감시위원회의 운영을 감독할 전문위원 한 명을 선정하고 이 부회장과 특검에도 각각 한 명을 추천하라고 주문했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양형심리와 관련해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적 운영 점검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다음 기일에 3명의 전문심리위원단을 구성해 실효적 운영을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재판부는 이 부회장에게 "향후 정치 권력자로부터 (부당한) 요구를 받으면 뇌물 공여를 할 것인지, 기업이 응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변을 다음 기일 전에 제시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삼성은 이달 초 재판부의 요구에 대한 답변 격으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구성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대법관 출신의 김지형 변호사를 위원장으로 선임해 이달 말까지 삼성 계열사 협약과 이사회 의결 절차를 거쳐 2월 초 공식 출범할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때에 따라서 삼성그룹과 최고경영진의 법 위반 사안을 직접 조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이날 재판부는 위원회의 설치보다 ‘실효적 운영’에 집중했다. 재판부는 준법감시위원회가 출범했으나 아직 많은 국민들이 의구심을 버리지 못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준법감시위원회가 실효성 있게 운영되는지 점검하기 위해 법원과 특검, 이 부회장 측이 한 명씩 추천해 3인으로 된 전문위원단을 구성하라고 주문했다.

재판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건 주심이었던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을 추천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재판부의 주문에 따라 전문위원 한 명을 1월 31일까지 추천하고 구체적인 점검 사항 및 범위를 2월 14일에 논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아직 어떤 위원을 내세울지, 재판부가 선정한 위원에 대해서도 정보가 없다”면서 “선정한 위원에 대해 서로 의견을 교환하기로 했으니 내부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참여연대 관계자는 미디언SR에 “재판부 의도는 알겠으나 준법감시위나 전문위원 모두 법적 기구가 아니기 때문에 의견을 낸다고 하더라도 결국 지배구조 개선에 구속력이 없지 않느냐”면서 이번 재판부의 주문이 결국 이 부회장에게 면죄부로 작용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했다.

이어 “결국 이사회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면서 “삼성 측이 진정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싶다면 다양한 이해관계를 반영할 수 있는 이사회를 구성하는 것이 진짜 ‘혁신’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재판부의 ‘특별’ 주문은 무조건적인 형벌보다 치료를 우선으로 하는 ‘치료 사법’적 관점에서 법원이 새로운 시도를 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재판을 맡은 정준영 판사는 지난해 8월에도 피고에게 판결 대신 ‘제안’을 했다. 음주운전으로 여러 차례 벌금형을 받았던 한 남성에게 가중 처벌을 하는 대신 3개월 금주한 상태로 귀가해 매일 밤 이를 SNS메신저를 통해 꾸준히 인증할 경우 집행유예를 선고하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이 남성은 실제로 판사의 주문을 지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의 결과로 이 부회장의 형량보다 ‘준법 경영의 실효성’이 안착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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