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7일에 열린 남양유업-전국대리점협의회 제 21회 대리점 상생회의
사진. 남양유업제공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남양유업(주)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던 중 자진 시정 차원에서 영업이익을 일부 공유하는 잠정 동의 의결안을 마련했다. 사실상 ‘협력이익 공유제’에 가까운 의결안은 40일 동안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 절차와 공정위 전원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공정위는 남양유업이 영업이익의 5%를 농협 위탁 납품 대리점들과 공유하는 방안의 잠정 동의 의결안을 지난 13일 확정했다. 잠정 의결안에는 업황이 악화돼 영업이익이 20억원에 미달하는 경우에도 최소 1억원을 대리점들과의 협력 이익으로 보장한다는 조건을 포함하고 있다.

앞서 남양유업은 농협 위탁 거래 대리점에 지급하는 수수료율을 충분한 협의 없이 2016년 1월 1일부로 인하해 거래상지위남용 혐의를 받았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7월 동의 의결 절차를 신청했으며 공정위는 11월 동의 의결 절차를 개시했다.

공정위는 60일간 남양유업과 수차례 서면 및 대면 협의를 통해 시정방안을 수정‧보완한 뒤 의결안을 확정했다. 향후 40일간 잠정 의결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거친 뒤에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최종 동의 의결서를 발표해야 의결안이 시행된다.

동의 의결 제도는 공정위가 조사 대상 기업이 제시한 시정안이 타당하다고 인정하면 법 위반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잠정 동의 의결안에는 △대리점 단체 구성권 보장 및 장기거래 대리점 복리후생 제공 △중요 거래 조건 변경 시 대리점 측과 사전 협의 강화 △동종 업계 평균 이상으로 수수료율 유지 △대리점과 영업이익 공유 등의 대리점 후생 증대 방안이 담겨 있다. 특히 남양유업은 긴급생계자금 무이자 지원, 출산·양육 지원 등 대리점을 구성원으로서 존중하는 수준의 복리후생을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15일 남양유업 관계자는 미디어SR에 “협의 절차가 남아 있어 아직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그는 미디어SR에 “다만 협의 과정에서도 대리점주들과의 상생을 최우선으로 하고 동종업계 수준 대비 많은 부분에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13년 갑질 파동으로 남양유업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전개된 이후 남양유업은 업계 1위를 매일유업에 뺏겼다. 회사가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불매운동의 여파는 아직까지 이어져 꾸준히 매출과 영업이익이 하락했다. 이번 공정위와 잠정 동의 의결을 거치면서 그간의 오명을 만회하기 위해 이처럼 전향적인 조치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남양유업 이광범 대표는 13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주관하는 ‘공정거래 및 상생 협력 모범사례 발표회’에 참석해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부문에서 최우수 등급으로 공정거래위원장 표창을 수상했다.

일각에서는 남양유업이 영업이익을 공유하겠다고 나서면서 국회에 계류 중인 협력이익 공유제를 법제화 하는 법안 처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이와 관련한 정부 여당과 재계의 입장차가 큰 만큼 사회적 갈등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