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기업은행장 비토 옳지 못해" 발언에 들끓는 노조
문 대통령, "기업은행장 비토 옳지 못해" 발언에 들끓는 노조
  • 김사민 기자
  • 승인 2020.01.14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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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는 문재인 대통령. 제공. 청와대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는 문재인 대통령. 제공. 청와대

[미디어SR 김사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윤종원 기업은행장 선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못 박자 기업은행 노조는 즉각 "대통령은 약속을 지켜라"면서 정부에서 사과하지 않는 한 투쟁을 지속하겠다고 반발했다.

14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업은행 인사권은 정부에 있다"면서 행장 출근 저지 투쟁을 강행하는 노조에 일침을 놨다.

문재인 대통령은 윤종원 기업은행장 임명을 반대하는 노조의 비판에 대해 "기업은행은 정부가 투자한 국책은행, 정책금융기관으로 일종의 공공기관과 같다. 인사권은 정부에 있다"면서 "변화가 필요하면 (행장을) 외부에서 수혈하고, 안정이 필요하면 내부에서 발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각에서 제기된 윤종원 행장 자격 논란을 일축했다. 문 대통령은 "윤종원 신임 기업은행장은 경제금융 분야에 종사해왔고, 경제금융 청와대 비서관도 과거 정부 때 했다. 우리 정부에서는 경제수석과 IMF 상임이사까지 역임했다"면서 "경력 면에서 전혀 미달하는 바가 없는데 그냥 (기업은행) 내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비토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12일간 계속된 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으로 기업은행의 여러 경영 현안이 지체돼 있다는 점을 시사하듯 "노조 분들이 좀 더 열린 마음으로 기업은행의 발전, 기업은행이 해야 할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나 역할을 얼마나 더 활발히 할 수 있느냐의 관점으로 인사를 봐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 기업은행 노조는 "집권의 초심을 잊지 않고 약속을 지켜준다면 기업은행 노조는 모든 저항과 투쟁을 당장 끝내겠다"면서 후보 시절 협약한 '낙하산 인사 근절'의 공약을 지키라고 촉구했다. 

기업은행 노조는 이날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 대한 성명서를 내고 "기업은행은 국책은행보다는 시중은행 성격이 더 강한 곳인데, 이 부분에서 윤 전 수석은 은행업, 금융업 근무 경력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면서 "대통령은 자격이 충분하다고 하지만 노조는 이 때문에 윤 전 수석을 낙하산 인사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렇듯 노조와 정부 간에 뚜렷한 합의점이 보이지 않으면서 지난 3일 취임 이후 윤종원 행장을 둘러싼 노사갈등은 점점 장기화하고 있다. 

노조는 전날 대토론회를 열어 700여 명의 조합원과 출근 저지 투쟁의 성과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날 토론회가 행장과의 대화의 물꼬를 트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존재했지만, 노조는 투쟁 의지를 다졌을 뿐 목적과 방향에 변화는 없다는 입장을 확실히 했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14일 미디어SR에 "어제 토론회는 투쟁을 접기 위해 마련한 자리는 아니었고, 투쟁이 장기화할 것 같다는 판단하에 조합원들에게 목적에 관해 설명함으로써 정당성을 가져가고자 하는 취지에서 진행한 것"이라면서 "경영 공백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긴 했지만 노조 입장에 대한 설명이 추가되면서 행장과의 대화만으로 투쟁이 끝나지 않는다는 데에는 조합원들이 충분히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투쟁을 마무리할 수 있는 것은 노조가 아니라 정부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더 달라고 하는 투쟁이 아니라 정부가 지키지 않은 약속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와 행장 선임 과정에 있어서 체계화된 시스템을 마련해달라는 의미에서 하는 투쟁"이라면서 "마무리되는 시점은 노조가 정하는 게 아니다. 이제 정부로 공이 넘어갔기 때문에 청와대에서 답을 준다고 하면 마무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3주째 기업은행 본점에 들어가지 못하고 외부 집무실로 출근한 윤종원 행장은 노조 대토론회가 열린 날 취임 후 첫 공식회의를 개최해 혁신 추진 TF 신설을 주문하는 등 불안정한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김사민 기자 samin@medias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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