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규 KEB하나은행장. 제공. KEB하나은행

[미디어SR 김사민 기자]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피해 기업 자율 배상을 위해 금감원이 구성을 권고한 11개 은행 협의체에 KEB하나은행이 처음으로 참여 의사를 밝혔다. 신한·우리은행도 참여 여부를 검토함에 따라 10여 년을 끌어온 키코 사태 해결의 물꼬가 트일지 관심이 모인다.

10일 KEB하나은행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최근 열린 이사회에서 키코 사태 추가 분쟁 자율조정을 위한 은행 협의체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오랫동안 끌어온 키코 관련 분쟁을 끝내고 고객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결정"이라면서 "단순히 배상금 지급 의무 여부를 떠나 피해 기업과 고통 분담을 통해 금융기관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은 분쟁조정을 신청한 4개 피해 기업에 대한 배상 비율을 발표하면서 나머지 147개 기업에 대해서는 판매 은행 11곳(씨티, 신한, 국민, 기업, SC, 하나, 산업, 우리, 대구, 부산, 농협)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어 자율적으로 배상 비율을 조정하도록 권고했다.

11개 은행 중 하나은행이 처음으로 참여 의사를 밝힌 가운데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분쟁조정과 별개로 협의체 참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한, 우리은행 관계자 모두 미디어SR에 "키코 관련해서 은행협의체 참여는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이미 지난 2013년 키코 사태 대법원 판결 후 민법상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10년)가 지났기 때문에 배상금을 지급할 시 주주 이익의 배임 소지가 제기될 수 있어 검토에 신중한 입장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배임 문제 말고도 언급된 4개 기업 외 다른 기업들, 또 이후 이로 인한 영향 등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야 해서 검토가 좀 걸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은행들은 은행 협의체보다 먼저 통지된 4개 기업 분쟁조정안 수락 여부를 기한 내 결정하지 못하고 전부 연장을 신청했다. 당초 은행들은 지난 8일까지 조정안 수락 여부를 결정해야 했지만, 은행 요청에 따라 금감원이 내달 8일까지 수락기간을 연장했다.

앞서 지난달 13일 금감원은 6개 판매 은행에 피해 기업별로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는 조정결정을 내렸다. 은행별 배상액은 신한은행 150억원,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KEB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이다.

금감원이 4개 기업의 분쟁조정 결과를 토대로 나머지 피해 기업들의 자율 조정을 지도하겠다는 방침이라서, 내달 초 결정되는 조정안 수락 여부에 따라 협의체 구성의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미디어SR에 "키코 피해 기업 중 여러 은행과 거래한 기업들이 있기 때문에 어느 은행 주도로 배상을 할지 서로 논의하기 위한 기구가 있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한 것"이라면서 "11곳 중 몇 개 은행이 참여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되도록 많은 은행이 참여해야 기업들에 배상이 많이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로 외화를 팔 수 있지만 그 범위를 벗어나면 큰 손실을 보는 구조의 외환파생상품이다. 지난 2007년~2008년 사이 환 헤지 목적으로 수출 중소기업들이 대거 은행과 키코 계약을 맺었으나, 2008년 금융위기가 터져 원·달러 환율이 급등해 기업 732곳이 3조 3000억원에 달하는 손해를 입었다.

금감원이 키코 계약 당시 은행들이 실제 수출금액보다 과도한 규모의 환위험 헤지를 권유해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147곳의 피해 기업 손해액은 약 1조원으로, 배상 예상액은 2000억원 초반대로 추정된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