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진행된 윤종원 기업은행장 출근 저지 시위 현장.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김사민 기자]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취임 6일 차인 오늘도 기업은행 본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이 일주일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김형선 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청와대가 사과하기 전 윤 행장과 대화할 의사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10일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 조합원들은 서울 을지로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8일 차 행장 출근 저지 집회를 열고 총선까지 남은 90여 일 동안 같은 수위의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날 집회에서 김형선 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윤종원 전 수석이 일본, 독일에 비해 대한민국 금융권 급여가 높다고 한 과거 발언이 기사로 올라왔다. 기가 막힌다"면서 "그동안 이번 인사의 책임은 청와대에 있다고 생각하고 개인 공격은 자제해왔지만, 해당 발언을 통해 윤 전 수석이 국책은행 수장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인물이라는 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어 "윤 전 수석이 느닷없이 노동에 대한 철학이 있는 것처럼 떠들고 있는데, 1년 만에 철학이 바뀌고 금융노동자 처우를 악화시키기 위해 골몰하는 사람에게 기업은행 수장을 맡길 수 있겠나"면서 "올해 총선까지 90여 일 남았다. 시간은 우리 편이므로 끝까지 투쟁해 승리로 마무리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윤 행장은 취임 첫날인 지난 3일, 7일 기업은행 본점에 두 차례 출근을 시도했으나 노조에 의해 가로막히고 일주일째인 이날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윤 행장은 현재 서울 종로구 금융연수원의 임시 집무실로 출근해 업무 보고를 받으면서 집무를 보고 있다. 아침마다 본사에서 노조와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면 은행 이미지에도 좋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무리하게 출근을 시도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윤 행장의 정식 취임이 늦어지면서 기업은행에는 당면 과제가 쌓여가고 있다. 계열사 CEO 인선이 계속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달 장주성 IBK연금보험 대표이사, 서형근 IBK시스템 대표이사, 김영규 IBK투자증권 대표이사의 임기가 만료됐다.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도 시급하다. 기업은행 부행장들의 임기가 오는 20일을 시작으로 차례로 만료를 앞두고 있고, 1월 중순 일반 직원 인사도 예정돼 있다. 기업은행은 통상적으로 임원과 직원 인사를 한 번에 내는 '원샷 인사'를 단행해왔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10일 미디어SR에 "여러 정무가 지연된 상황에서 총선까지 윤 행장의 출근 저지가 계속될 순 없는 일"이라면서 "노조는 청와대 사과 후 대화를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은행에서는 내부 문제를 먼저 해결한 뒤 청와대 사과 등의 조치를 하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은행 노조는 인사 지체 등 내부 우려는 알고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은행의 관치금융 적폐를 근절하기 위해 불가피한 투쟁이라는 입장이다. 

김형선 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미디어SR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걱정하는 분들이 많을 거라 보지만 지금 하고 있는 투쟁은 기업은행의 100년을 내다보고 하는 투쟁"이라면서 "이번 투쟁은 모든 공공기관이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낙하산 관행으로 망가졌던 수많은 노동자의 삶의 개선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가지고 오지 않는 이상 윤 행장과 대화할 의사는 없다"면서 "노조는 이 정도 수위로는 백일이든 천일이든 얼마든지 투쟁을 이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기업은행 노조는 오는 13일 기업은행 직원 대상으로 인사적폐를 청산하기 위한 비공개 노조대토론회를 열어, 기업은행 내부 자체 개혁의 준비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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