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2020년 신년사. 2020.01.07. 제공 : KTV국민방송

[미디어SR 김병헌 전문위원]

포용 혁신 공정이 전제되야

상생(相生)은 함께 또는 더불어 산다는 의미다. 동양의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에서는 목,화,토,금,수의 오기(五氣)간이 서로 살리는 관계를 말한다. 자연계에서 불을 얻기 위한 방법으로 나무와 나무를 비비면 불이 일어난다. 목생화(木生火)다. 물건이 타면 남는 재는 흙이 되므로 ‘화생토(火生土)’가 성립한다. 광물의 대부분은 흙 속에 매장되어 있어 파내면 생활에 도움이 된다며 ‘토생금(土生金)’ 이며 습도가 높으면 금속의 표면에 물방울이 맺힌다. ‘금생수(金生水)’의 관계를 맺는다. 물을 주어야 나무가 살아 ‘수생목(水生木)’ 의 등식이 성립한다. 여기서 다시 무한으로 반복되는 자연의 선순환이 상생이다. 영어로 모두 승자가 되는 ‘Win-Win’보다 한단계 더 높은 의미다.

문재인 정부들어 정부와 대기업은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 관련 많은 발표를 했다. 정부까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들며 간여하고 있다. 뒤집어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경제적 공생(共生)이 제대로 되지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갑’의 지위를 이용해 ‘을’이 가져야 할 이익의 몫도 가져가는 힘의 논리에서 상생은 필요성을 갖는다. 정부기관이나 대기업이 국민이나 중소기업, 소비자 및 고객과의 관계에서 또는 특정 조직의 상하간에서도 발생한다. 경제만 봐도 지표상으로 회복되고 있고 좋아지고 있는데도 중소기업이나 다수의 서민들이 개선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이런 연유에서 기인한다. 최근들어 이같은 괴리는 더 싶해진 듯 하다. 옛날에는 얼마나 더했을까 하는 생각이다. 생산적이고 발전적 상호관계,즉 상생의 필요성이 강조되거나 이를 권장하는 의미의 고사와 성어들만도 보거상의(輔車相依) 순망치한(脣亡齒寒) 조지양익(鳥之兩翼) 순치보거(脣齒輔車) 동주상구(同舟相救) 유무상생(有無相生)등 어림잡아 10개는 족히 된다.

양보와 타협이 담보되는 선순환

문재인 대통령이 7일 발표한 경자년(庚子年) 신년사도 같은 맥락이다. 포용과 혁신, 공정에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확실한 변화'를 만들어 상생 도약하겠다는게 신년사의 요지다. 특히 경제 분야는 더욱 절실해 보인다. ‘확실한 변화’를 결과물로 “상생 도약”을 이뤄내겠다는게 문대통령의 의지와 정부의 노력에 공감하는 국민들이 대다수 일 듯 싶다. 집권 4년차에 들어섰으니 민생·경제,한반도 평화 등 여러 분야에서 국민이 체감할 만큼의 확실한 성과를 내야 할 때도 됐다. 대통령 본인의 의지도 여느해와 달라 보인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4월 총선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대통령은 새해 벽두부터 수출차량이 선적되는 평택 당진항을 찾는 등 행보가 예사롭지 않았다. ‘경제 활력’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의중이 읽힌다. 미루어 민생·경제에서 많은 체감적 변화를 이루기 위한 전략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주력해온 ‘3대 중점육성 산업(비메모리반도체·바이오헬스·미래차)’을 통한 ‘혁신성장’과 사회안전망 확충을 비롯한 ‘포용적 성장’의 정책 기조를 재차 강조한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변화와 혁신으로 공정과 포용을 달성해 국민과 기업 모두가 실감하는 상생의 선순환으로 도약을 이끌어 내겠다는 의지다.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여기에 맞닿아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대통령이 상생 도약을 위한 구체적 실천과제를 제시했다고 평가했지만 모든게 의지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자유한국당 등 야권이 '안이한 현실인식'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평가절하 하는 이유도 다름아니다. 재계의 반응도 긍정적이나 이면에 숨겨진 다소 불편한 생각도 헤아리는게 진정한 포용이고 상생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경제활력 회복과 체감’을 강조한 대통령의 신년사를 환영했다. 다만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와 공정거래법 개정 등 사안은 경영여건을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돼야 한다”고 밝힌 사실도 거슬리지만 곱씹어 봐야 한다. “민간 실물경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시장경제가 작동할 정책적 환경을 보장하는 게 중요하다” “주 52시간제 시행에 따른 생산성을 보전하고 법인세 인하와 상속세제의 체감 있는 개편과 같은 상징적인 기업 제도 개선이 요청된다”고 강조한 사실도 흘려들을 얘기는 아니다. 상생의 공정은 실행 과정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상생 도약'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만큼 중소기업 현장에서도 정책효과를 체감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제조업 고용부진을 해소하고 민간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도록 규제혁신과 투자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것은 우리경제의 혁신동력을 확충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Win-Win 또한 양보와 타협이라는 상생의 선순환이 전제돼야 가능하다. 경제 주체들마다 생각이 다양한 만큼 모두가 승자가 되는 상생은 정부의 의지와 정책 만으로는 안된다.

양포지구(楊布之狗)가 주는 교훈

통일신라 시대 고승 원효의 원융회통(圓融會通)이론은 원만하게 융합한다는 의미다. 다른 쟁론을 화합하여 하나로 소통시킨다는 뜻이다. 원효는 많은 쟁론들 가운데 하나의 윤리가 꿰뚫고 있다고 설파했다. 초창기 인도 불교나 중국으로 건너간 불교는 시대별·종파별로 각각 다른 주장으로 큰 혼란을 주었다. 우리에게도 그대로 전래되었으나 원융사상으로 통합하면서 우리 불교의 대표적인 흐름으로 자리잡게 된다. 원효는 ”모든 종파와 사상을 분리시켜 고집하지 말고, 높은 차원에서 하나로 종합해야 한다“며 원융회통 이론으로 묶었다. 화쟁(和諍) 사상이다. 화쟁은 ‘논쟁을 조화시킨다’는 의미다. 상반된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 사실은 동일한 것임을 깨닫는 데서 출발한다. 얼음과 물은 그 형태로 보아 다른 것이나 근원은 동일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통령의 강조한 상생 도약도 다름아니다. 원효처럼 정책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소상공인 소비자 등 대한민국 모든 경제주체들이 봐도 하나로 꿰뚫는 공정,혁신,포용의 공통 기준이 있어야 한다. 쉬운 일은 아니다.

양포지구(楊布之狗), 양포의 개라는 고사가 있다.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 사상가 양주(楊朱)에게는 양포(楊布)라는 동생이 있었다. 양포가 흰 옷을 입고 외출을 하였는데 비가 내려 검은 옷으로 갈아입고 집으로 돌아왔다. 기르던 개가 몰라보고 짖자 양포는 주인도 몰라본다며 개를 때리려 했다. 양주는 “네 개가 흰 털로 나갔다가 검은 털로 돌아오면 너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겠느냐”고 말한데서 연유한다. 한비자(韓非子) 설림(說林)편에 나온다. 달라진 겉모습을 보고 내용물도 달라졌을 것이라고 오해하는 태도를 비유하는 말이다. “겉 모양이 달라졌다고 속 모양까지 달라진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을 가리킨다. 대통령의 의지는 강해보인다. 그러나 혼자서 다할 수 없다. 세밀한 실천이 따르지 않으면 대통령의 공정,개혁,포용은 양포지구가 된다. 미래학자들은 상생이 21세기 인류를 이끌 지침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존이나 공생보다 더욱 포괄적이고 적극적인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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