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제공: 대한항공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전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등 한진가(家) 2세들이 852억원의 상속세가 부당하다며 불복절차를 밟고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국세청이 한진가 다섯 남매의 상속세 852억원을 부과한 것은 2018년 4월이다. 이후 5월 당시 한진그룹은 보도참고자료를 내 상속세를 5년간 분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두 달 뒤인 그해 7월,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2019년 4월 사망), 조현숙 씨,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한진그룹 창업주인 조중훈 전 한진그룹 명예회장의 국외 재산 상속분에 매긴 상속세가 부당하다며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다.

셋째인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2006년 11월 사망)의 아내 최은영씨도 같은 내용의 심판을 청구하면서 한진가 2세 모두 과세에 불복했다.

상속세 부과의 정당성은 다섯 남매가 한진그룹 창업주인 조중훈 전 한진그룹 명예회장의 해외 자산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는지에 따라 판가름난다.

국세청은 2017년 말부터 한진가에 대한 세무조사에 나서 창업주인 조중훈 전 명예회장의 스위스 유비에스(UBS) 은행 계좌 예치금과 프랑스 파리 부동산 등 국외 재산에 대한 상속 신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사실을 파악했다. 또한 조 전 명예회장의 스위스 계좌에서 그가 사망하기 4개월 전인 2002년 7월 약 580억원 가량이 인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상속 개시일 전 처분 재산의 용도가 객관적으로 명백하지 않은 경우’ 상속이 이뤄진 것으로 추청하는 상속‧증여세법에 따라 인출된 돈까지 포함해 국세청은 총 852억원의 상속세를 2018년 4월 부과했다.

국세청은 한진가 2세가 납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선친의 해외 재산을 신고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지만, 당사자들은 뒤늦게 발견하게 됐다며 이미 납세 기간이 지났으니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한다. 한진가 2세들은 고의가 아닌 단순 신고 누락의 경우 세금 부과 기간이 10년이므로 상속세 납부 의무는 조 전 명예회장 사망 6개월 뒤인 2003년 5월부터 발생해, 이미 과세할 수 있는 기한인 2013년 5월을 넘겼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세청은 조 전 명예회장 사망 직전 스위스 계좌에서 5000만 달러가 인출된 사실을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등이 알았다고 보고 고의로 신고를 누락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 경우 세금 부과 기간은 15년으로 늘어나 2018년 5월까지 과세할 수 있다.

이들 한진가 2세들이 이 계좌 존재를 알았다는 사법기관의 판단도 추가된다. 국세청은 상속세 부과 당시 조양호 전 회장,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을 해외계좌 미신고 혐의(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위반)로 고발했고, 검찰은 이들을 같은 혐의로 기소했다.

지난해 6월 서울남부지법 형사12단독 김유정 판사는 해외계좌 미신고 혐의로 조남호·조정호 회장에게 각각 벌금 20억원을 선고한 바 있다. 김 판사는 “선친 사망 이후 5년간 해외 보유계좌 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는데, 이 계좌의 존재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수년간 신고의무를 회피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조세심판원이 한진가 2세들의 청구를 기각할 경우 행정소송을 통해 다시 불복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만약 조세심판원이 한진 손을 들어줄 경우 이들은 852억원을 내지 않아도 된다.

한편 7일 조세심판원 관계자는 미디어SR에 한진가 상속세 심판의 경과에 대해 묻자 “심판청구 사항들이 개인정보나 납세자 관련한 사항이라 법에 의해 비밀유지 의무가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상임심판관 1명당 한 달에 약 637건에 달하는 조세심판원의 인력난과 사안의 복잡성을 감안하면 불복절차에 대한 결과는 1년 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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