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경기 성남시 분당에 있는 메모리얼파크에서 윤종원 기업은행장(왼쪽 두 번째)이 故 강권석 은행장의 묘소를 찾아 헌작하고 있다. 제공. IBK기업은행

[미디어SR 김사민 기자]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같은 관료 출신 고(故) 강권석 전 행장의 묘소를 방문해 공식 일정을 이어가는 한편, 기업은행 노조는 윤 행장이 스스로 사퇴할 때까지 출근 저지 투쟁을 지속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며 평행선을 걷고 있다.

6일 IBK기업은행은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메모리얼파크를 찾아 고 강권석 전 행장을 추모하고 업적을 기리는 일정을 소화했다고 밝혔다.

이날 윤 행장은 "시중은행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중소기업금융 리딩뱅크로서 지금의 기업은행을 만드는 데 초석을 놓으신 분"이라면서 "고인의 유지를 이어받아 혁신금융을 통해 국가경제의 근간인 중소기업의 발전을 지원하고, 나아가 기업은행이 초일류 은행으로 발돋움하는 데 앞장설 것을 다짐했다"고 행장직을 이어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강 전 행장은 지난 2004년 제20대 기업은행장에 취임해 2007년 21대 은행장으로 연임했으나 같은 해 11월 지병으로 별세했다. 행정고시 14회로 공직에 입문해 재정경제원, 금융감독위원회 등을 거친 정부 관료 출신 행장이다.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가 관료 출신 '낙하산 행장'을 격렬히 반대하며 이틀간 기업은행 본사 앞에서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관료 출신 행장의 위신을 세우기 위한 행보로 읽힌다.

지난 3일 기업은행장으로 취임한 윤 행장은 취임 첫날과 둘째 날인 이날 모두 노조의 저지로 기업은행 본사로 출근하지 못했다. 윤 행장은 업무를 이어가기 위해 서울 종로구 금융연수원에 임시 집무실을 차리고 업무 현황을 보고받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6일 미디어SR에 "윤 행장은 노조와 얘기해서 잘 풀어나가자는 입장이다. 아직 예정된 노조와의 대화 일정은 없지만 조만간 마련해보도록 할 것"이라면서 "행장 공백이 계속되면 업무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으니 빠른 시일 내 협의가 이뤄져 정상 출근하시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윤 행장은 노조와의 소통을 통해 기업은행을 잘 이끌어나가겠다는 입장이지만, 노조의 강경 노선이 꺾일 여지가 보이지 않아 당분간 계속 '외근' 신세를 면치 못할 전망이다.

노조가 낙하산 행장 문제는 노사 간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노동계와 집권세력 간의 문제라면서 행장과의 대화를 전면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이 문제는 내정자 한 사람과 노조 간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금융노조와의 정책 협약과 공약을 파기하고 낙하산 인사를 강행한 집권 여당과 청와대에 대한 분노"라면서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청와대 모두 노사 간 대화로 해결할 일처럼 치부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유감스럽다"고 전했다.

지난 2017년 금융노조와 당시 문재인 대선후보와의 정책협약에 '낙하산 인사 근절'이 명시되어 있는데 청와대가 이를 손바닥 뒤집듯 파기하고 '내로남불'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윤 행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며 행장이 스스로 내려올 때까지 출근 저지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한국노총과 연계해 총파업 등 수단을 가리지 않고 목소리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외부에 임시 집무실을 마련해가며 반쪽짜리 행장직을 시작한 윤 행장과 사퇴만이 답이라는 노조 간 별다른 합의점이 보이지 않아 정초부터 시작된 기업은행의 파행은 무기한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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