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송주온 BT&I 대표, 기부 문화 해치는 'SNS 사칭 피싱'을 말하다
[인터뷰] 송주온 BT&I 대표, 기부 문화 해치는 'SNS 사칭 피싱'을 말하다
  • 정혜원 기자
  • 승인 2020.01.03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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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I 송경애 대표. 제공: BT&I
BT&I 송주온 대표. 제공. BT&I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이제 ‘나눔’이라는 단어를 듣기만 해도 넌덜머리가 난다”

누가 이렇게 나눔을 싫어하는 걸까. 나누면 기쁨이 배가 되고 슬픔은 반으로 줄어든다는 사실을, 가끔 잊고 사는 사람들은 있어도 이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1억원 이상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 여성 1호이자 많은 사람들을 아너 소사이어티로 이끌며 나눔의 가치를 역설했던 송주온 BT&I그룹 대표는 이제 ‘나눔’이라는 단어에 치를 떨게 됐다. 누가, 무엇이 그를 180도 뒤바꿔 버린 걸까.

송주온 대표는 B2B 전문 여행기업 BT&I의 창업자다. 1987년 자본금 250만 원의 작은 여행서비스 기업을 매출 3천억 원대의 건실한 기업으로 성장시킨 그는 벤처기업계의 성공 신화를 쓴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그런 송 대표는 40세 무렵부터 남편과 함께 ‘남을 도우면서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고 살뜰히 실천해왔다. 그런 그가 이처럼 돌변하게 된 것은 그를 사칭한 '메신저 피싱' 때문이다. 피싱 때문에 본래 이름인 송경애를 버리고 '송주온'으로 개명까지 했다.  

“송 대표님, 나눔을 열심히 하시던데요?”

약 1년 전, 그는 이런 말을 대수롭지 않게 듣고 넘겼다. 그러나 얼마 안 가 지인들이 송 대표의 SNS 계정이 해킹당한 것 같다고 말해주고 나서야 그는 지인들이 전한 말을 비로소 이해했다.

이 사실을 인지하자마자 송 대표는 최선을 다해 가짜 계정을 신고하고 계정을 공식 인증 받았다. 그러나 역부족이었다. 그를 사칭한 네이버 밴드 계정과 카카오톡 오픈 채팅은 끊임없이 새로 생겨났고 가짜 계정을 통해 그와 관련 없는 사람들이 피싱을 당했다.

송주온 BT&I 대표가 제공한 피싱 범죄 자료. 사진. 정혜원 기자
송주온 BT&I 대표가 제공한 피싱 범죄 자료. 사진. 정혜원 기자

또 그를 사칭하는 사람들은 그의 약력을 이용해 ‘광고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눔이다’, ‘창업 신화를 쓴 송경애가 현실적으로 도와드리겠다’와 같은 말로 사기 및 도박을 미화하면서 일반 사람들을 도박 행위와 도박 사이트로 유인했다.

심지어 송 대표의 인지도가 피싱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밴드와 비슷한 사이트를 개설하는 수법까지 발전시켰다. 예를 들면 네이버 밴드(band.us)와 디자인이 흡사하지만 주소는 다른 사이트(band-us.co.kr)를 개설하기까지 했다. 이들은 정상적인 사이트 내에서 위조 사이트로 연결되는 링크를 퍼뜨려 일반 사용자들은 가짜 사이트로 연결되더라도 이를 인지하기가 불가능에 가깝다.

그 사이 송 대표는 마음의 병을 얻었다. 그는 “주변에서 저를 보면 놀래요. 얼마 안 된 사이에 왜 이렇게 수척해졌냐고요”라며 하소연했다.

그는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이렇게 다른 사람을 사칭할 수 있다고 하니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겠다”면서 기부와 나눔을 적극적으로 실천해온 자신의 발자취에 대해 “회의감이 커지고 있다”며 힘든 속내를 털어놨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이름으로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고 범죄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고 스트레스는 늘어만 갔다.

실제로 송 대표를 사칭한 메시지나 사이트 인해 피싱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은 송 대표의 회사에 전화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송 대표는 “처음에는 저를 사칭한 사람들을 대신 소송하는 형태로 지원해주기도 했지만 점점 피해자로부터 오는 전화가 빈번해지면서 그도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현재 법적 대응을 진행하고 있는 확인된 피해 규모가 적게는 60만원, 많게는 6000만원에 이른다. 

이어 송 대표는 “피해자들은 하나같이 사회적 약자”라면서 “돈이 있는 사람들도 아니고 힘든 사람들이 피해자가 되니 아예 모른 척도 하기가 너무 힘들다”며 하소연했다. 한 피해자는 자신이 송 대표 때문에 이혼을 당하게 생겼다면서 회사로 전화하기도 했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송 대표는 법적으로 직접 대응할 수 없다. 경찰도 “SNS 계정 사칭을 형사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법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경찰이 이들을 피싱 사기 범죄자로 적발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 수많은 피싱 범죄와 불법 유해 사이트 등이 그렇듯 해외 서버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지만 대응할 방법이 없는 송 대표가 무엇보다 우려하는 것은 기부 문화의 위축이다. 이미 ‘미르재단’이나 ‘새희망씨앗’, ‘어금니아빠’ 등 기부 문화에 부정적 인식을 심은 사건들이 영향을 미쳐 지난해 기부금 총액이 감소했다. 결과적으로 송 대표의 이름과 선의를 빌려 불법 도박과 사기가 이어진다면 기부 문화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뿌리깊게 남길 수 밖에 없다.

이에 송 대표는 "이런 피싱 범죄는 '기부 사기'라 불러야 마땅하다"면서 "본인의 신고가 있을 경우 특정 키워드나 이름 등에 대해 경고를 해줄 수 있게 네이버 등이 나설 필요가 있으며 입법도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결혼 30주년을 기념해 우간다에 우물 30개를 개발하도록 지원하려고 했는데 이런 활동도 다 피해만 될 것 같아 하기 싫어졌다”는 송 대표의 말에서 기부문화에 미치는 악영향은 여실히 드러낸다.

20년 넘게 소외계층 아동들을 후원해 온 송 대표는 나눔에서 삶의 목적을 찾던 참된 기부자다.  그를 개명까지 하게 하고, 나눔에 치를 떨게 만든 기부 사기의 근절을 위해서 관련 입법과 수사 지원이 절실해 보인다. 

정혜원 기자 won@medias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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