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7일 '낙하산 행장 반대 전조합원 결의대회'를 개최한 기업은행지부. 제공.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미디어SR 김사민 기자] 2일 기업은행장에 임명된 윤종원 전 경제수석이 이날 공식적인 첫 출근을 할 예정이었으나 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에 가로막혀 기업은행 문턱을 넘지 못했다.

3일 IBK기업은행은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이 어제 신임 기업은행장에 임명돼 오늘 취임과 함께 공식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 신임 행장은 이날 첫 출근길에 올랐으나, 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에 부딪혀 기업은행 내부로 들어가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리는 상황이 펼쳐졌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3일 미디어SR에 "윤종원 행장이 오늘부터 출근했으나 노조가 저지하고 있어 출근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에 취임식 일정은 미정이며, 노조 반대로 예정보다 늦춰질지는 아직 검토가 안 된 부분"이라고 전했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행장은 금융위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다.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는 윤 행장 취임 전부터 정부 출신 인사가 신임 행장에 오르는 것을 반대하며 임명 강행 시 강경 투쟁을 지속하겠다고 선언해왔다. 

노조는 지난달 27일 전 조합원 결의대회를 열고 출근 저지 투쟁은 물론 총파업과 같은 강력한 투쟁과 내년 총선에서 현 집권 세력에 대한 지지 철회 등 모든 수단을 열어놓고 총력 투쟁하겠다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청와대가 정부 출신 인사를 강행하는 것은 기업은행 지부를 넘어서 노동계와 전혀 소통하지 않겠다는 처사로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정부에서 선임을 강행하면 내년 총선까지 이 문제를 가지고 계속해서 정부에 부담을 지울 생각이다"고 말했다. 

지난달 23일 신임 금융노조위원장에 당선된 박홍배 위원장도 취임 일성으로 기업은행의 낙하산 행장 저지 투쟁을 챙기겠다고 강조하며, 지부를 넘어 금융노조 차원에서 총력을 다하는 상황이다.

노조는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기업은행 출신 인사가 행장에 올라야 마땅하다는 주장을 피력하고 있다. 시중은행과 경쟁하면서 전국에 영업점을 가진 영업조직인 기업은행 수장에 은행 실무 경험이 없는 정부 인사를 앉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직전 행장을 역임한 김도진 전 행장부터 권선주 전 행장, 조준희 전 행장 모두 3연속 내부에서 선임이 됐으며 지난 9년간 이들은 기업은행의 호실적을 유지했다. 특히 기업은행에만 30여 년간 몸담은 김도진 전 행장은 지난해 말 1조 7058억원이라는 최대 순익을 거두기도 했다.

청와대가 이미 논란을 의식해 유력한 행장 후보로 검토되던 반장식 전 청와대 일자리수석에서 윤종원 행장으로 선회한 만큼, 노조와의 갈등은 쉬이 식지 않을 모양새다.

금융 관련 경력이 없는 반 전 수석에 비해 윤 행장은 거시경제, 국내·국제금융, 재정, 산업, 구조개혁 등 경제정책 전반을 두루 담당한 경험이 있다. 

윤 행장은 1983년 행정고시 27회로 공직에 입문한 후 재무부 저축심의관실, 재정경제원 금융정책실 서기관, 기획재정부 종합정책과장·산업경제과장, 경제정책국장,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특명전권대사, 연금기금관리위원회 의장,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등 요직을 두루 맡아온 경제관료 출신이다.

기업은행은 관계자는 "윤 신임 행장은 금융과 중소기업 분야에 풍부한 정책 경험이 있는 경제·금융 전문가"라면서 "현 정부의 경제·금융 정책의 큰 뿌리인 ‘포용적 성장’, ‘사람 중심 경제’, ‘혁신 금융’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국가 경제의 근간인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IBK기업은행의 핵심 역할을 한 단계 발전시킬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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