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제367회 국회(임시회) 개회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김병헌 전문위원]

시련과 고난이 유익이라...

구약성경 시편은 150편으로 되어있다. 시편에는 시련과 고난에 대해 읊은 시들이 많다. 시련과 고난에 관련된 시들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려 읊으신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란 구절이 있는 22편이다. 그래도  시편 119편에 가면  71절에서 시련과 고난의 긍정적 의미에 대해 말한다. ‘고난을 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로 시작하는 구절은 비단 기독교인이 아니라도 새해를 맞는 모두에게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할 것 같다. 개인이든 사회든 국가이든 재기와 성공 여부는 시련과 고난의 과정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하는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새해를 맞는 대한민국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는 느낌이다. 희망, 출발, 재기라는 중의적 의미도 경자년 새해 우리의 각오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중국 호남성 북부 동정호(洞庭湖)와 양자강(揚子江)이 만나는 곳에 옛도시 악양(岳陽)이 있다. 악양성 서문에 위치한 악양루(岳陽樓)는 무창((武昌)의 황학루(黃鶴樓), 남창(南昌의 등왕각(滕王閣)과 더불어 중국 강남 지역의 3대 명루중의 하나다. 악양루에 오르면 넓은 동정호가 눈앞에 펼쳐진다. 중국인들이 자랑하는 “동정호는 천하제일의 호수요, 악양루는 천하 제일의 누각이다”(동정천하수/洞庭天下水, 악양천하루/岳陽天下樓)라는 말이 실감케 한다.

이백(李白),두보(杜甫),백거이(白居易),맹호연((孟浩然)등 유명한 중국의 문인들이 악양루에 올라 명 시문들을 남겼다. 그중 시로는 두보의 등악양루(登岳陽樓), 산문으로는 범중엄(范仲淹)의 악양루기(岳陽樓記)가 으뜸으로 꼽힌다. 북송의 정치개혁가이자 문장가인 범중엄은 악양루기에서 위정자가 마땅히 지켜야할 도리를 밝힌다. 그는 “위정자들은 당연히 ‘천하의 근심을 앞서서 근심하고, 천하의 즐거움은 뒤로 하여 나중에 즐거워할 것’(선천하지우이우/先天下之憂而憂, 후전하지락이락/後天下之樂而樂)이라고 대답할 것이다.”이라고 말한다.

선천하지우이우(先天下之憂而憂)의 자세

위정자는 모든 백성들이 근심하기 전에 먼저 근심함으로써 백성들의 근심과 걱정을 덜어주고, 백성들이 즐거움을 다 누린 다음에야 자신의 즐거움을 찾아야 하는 법이리는 문구다. 우리의 위정자들은 지난해 그러지를 못했다, 국회는 국민들에게 걱정과 근심 고난만 안겨주었다. 청와대나 정부도 그나마 나은편이나 오십보 백배다. 추구하는 바가 좋았다고 해도 결과는 신통찮았다. 춘추시대 제(齊)나라 명재상 안영(晏嬰)의 안자춘추(晏子春秋)에는 사서(社鼠)라는 말이 등장한다.

제나라 임금 경공(景公)이 안영에게 묻는다. "나라를 다스리는데 무엇이 걱정이고 근심인가?" "사직단((社稷壇)의 쥐, 즉 사서가 걱정입니다. 안으로는 선과 악을 헷갈리게 하고 밖으로는 백성들에게 권세를 부리고 있습니다. 이들을 제거하려 해도 임금의 뱃 속에 들어있는 것과 같습니다. 이들이 사직단의 쥐들입니다“. 우리나라의 얘기처럼 들린다. 국회라는 보호막 아래 서로 치고 받는 통에 국민들이 나랏일을 먼저 걱정하게 만든 정치인들이 다름 아닌 사서라는 생각이다. 그들이 각자 뭉쳐서 행동하는 당도 각성하는게 맞다. 논어 위영공편((衛靈公篇)에 “군자는 자긍심을 갖되 남과 다투지 아니하고, 남과 함께 처하되 편당을 짓지 않는다.(군자긍이부쟁/君子矜而不爭,군이부당/群而不黨)”는 말도 있다.

그래도 경자년(庚子年) 새해의 태양은 떠올랐고 국민들은 지난해의 시련과 고난을 접고 새로운 희망에 대해 얘기한다. 적지않은 이들이 정치보다 경제를 말한다. 경제단체 수장들의 신년사에도 온통 절박함이 묻어난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은 "지난해 우리 경제는 소비·투자·수출 모두 부진해 성장률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면서 "올해는 더 거친 파도가 예상되고 글로벌 금융 시장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고 했다. "올해 우리 경제는 일어서느냐 주저앉느냐 하는 기로에 있어 혁신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고 말했다. 김영주 한국무역협회장도 신년사에서 "고령화·저성장·저소비가 '뉴 노멀'로 자리 잡아 세계 무역의 양적 성장은 한계에 봉착했다"면서 "우리도 수출을 양적 성장에서 품질·부가가치 중심 성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새해 중소기업에서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했으며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은 "현대사에서 최단 기간에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일궈낸 우리의 무한한 역량으로 새해는 다 같이 손을 잡고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정부에 규제개혁을 호소했다. 경영활동을 옥죄는 각종 혁신규제 법안에 세금 등 각종 사회적 부담 가중 여기에 노동경쟁력 하락까지 더하면서 성장동력을 찾을 수 없는 한계에 직면했다는 간곡한 부탁이 담겨있다. 직접 국회에 수차례 찾아가 규제개혁을 호소했던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29일 신년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정치권에 대한 담답함과 절망감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위기는 도약의 기회다

새해 경자년의 경자(庚子)는 육십간지 중 37번째 간지다. 육십간지는 10개의 천간(天干)과 12개의 지지(地支)를 차례로 맞춰 쓴 것을 말한다. 천간은 '색깔', 지지는 '동물'과 관련이 있다. 庚(경)은 10개 천간 가운데 희다는 의미다. 지지의 자(子)는 쥐라는 뜻이다. 올해가 흰쥐 해인 셈이다, 사직단의 쥐, 사서(社鼠)가 아닌 상서로운 흰 쥐다, 서양 별자리로 치면 사수자리다. 그리스 신화에서 수많은 영웅들을 키워낸 켄타우로스의 현자(賢者) 케이론이 주인공인 별자리다. 흰 쥐는 쥐의 우두머리로 총명함을 나타낸다. 흰 쥐가 실험용으로 희생양의 상징처럼 되기도 했지만, 이는 세상을 위해 선구가 되는 일이다.

흰 쥐의 희생정신과 지혜, 용기와 생존능력이 새해 대한민국에게 여느 때보다 절실한 듯 하다. 2020년 경제 위기설은 이전부터 예고된 상황이다. 이럴수록 흰 쥐의 청력과 판단력, 행동력을 주문하고 싶다. 지도자는 잘 듣고 소통하며, 국민은 열심히 달리고, 국가는 좋은 결과물을 풍성하게 생산할 수 있도록 혁신의 멍석을 보다 넓게 깔아줘야 하지 않는가. 서양에서 새해를 알리는 1월을 재뉴어리(january)라 한다. 두 얼굴을 가졌다는 고대 로마의 신 야누스(janus)에서 유래한다 야누스는 문(janua)의 신이자 항구(port)의 신이다. 문이나 항구는 위기(危機)로 향하는 입구라고 한다. 위기에는 위험과 기회가 항상 함께한다. 기회(opportunity)와 항구(port)가 같은 어근(語根)에서 비롯된 연유도 다름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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