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영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교수]

10여년 전 필자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주유소를 찾았을 때의 일이다. 보니까 사람들이 다들 직접 자동차의 주유기 뚜껑을 열고 주유와 결제까지 하는 것이 아닌가. 2000년대 초 셀프 주유소가 없었던 한국에서 살다가 미국에서 직접 셀프 주유시스템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2020년에 다다른 요즘 우리는 이미 맥도날드 같은 레스토랑에서도 키오스크로 본인이 원하는 메뉴를 직접 주문하는 환경에 익숙해졌다. 마트에서도 구입하려는 상품들을 고객이 직접 스캔하고 카트 지불까지 마치는 셀프 체크아웃이 일반화되어가고 있다. 미국 월마트가 소유하고 있는 창고형 클럽 무인매장, 샘스 나우(Sam’s Now)는 시스템은 매장에 들어갈 때 모바일 앱으로 본인을 인증해야 한다. 매장 내에서 사고자 하는 상품의 위치를 모바일 앱 안의 지도에서 볼 수 있기도 하고 상품 정보를 알고 싶을 땐 QR코드를 스캔하면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로 실제감 있는 상품 정보를 볼 수 있다. 결제는 매장을 나오면서 QR코드를 스캔하는 것으로 완료된다.
 
미국 온라인 리테일러 아마존의 무인매장 아마존 고(Amazon Go)도 아마존 고 모바일 앱으로 본인을 인증하고 매장 안으로 들어가 원하는 상품들을 집어 들고 그냥 걸어나오면 되는(Just Walkout Technology 기술을 적용한) 무인 매장이다. 자동 결제된 영수증은 매장을 떠난 뒤 몇 분 후 스마트폰으로 날아온다. 2021년까지 약 3천 여개를 오픈한다는 아마존의 애초 계획은 조금 더딘 속도로 추진되고 있긴 하지만 어찌되었던 무인 매장의 성장이 주요 흐름인 것은 분명하다.
 
 
아마존 고

이렇게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기에 직원과의 인터렉션이 전혀 필요없는 무인 매장 시스템을 리테일 용어로는 언택트 리테일(Untact Retail)이라고 한다. 직원과의 대면이 필요없는 비대면 기반의 서비스라는 의미를 가진 신조어다. 이런 시스템은 당연히 인공지능(AI)을 비롯해 컴퓨터 비전, 머신 러닝, RFID(무선 인식 시스템) 등의 첨단 기술이 있기에 가능하다.

 
그런데 소비자들이 직접 느끼지 못하는 영역에서의 기술화, 자동화는 훨씬 더 엄청난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7월 뉴저지에 있는 아마존 풀필먼트센터(Fulfillment center)에 방문을 해보니, 키바(Kiva)라는 로봇들이 상품들을 옮기고 70% 이상의 공정이 자동화되어 있는 현장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즉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공장에서의 물류 라인 등에 자동화 공정이 대폭 늘어났고 반면 투입된 인적 자원은 현격히 줄어든 것이다.
 
아마존 물류센터에서 운영되는 키바 로봇

#시스템에 의한 인간의 소외가 커질 미래

개개인의 소비자로서는 자동화되어가는 소비 생활이 편리한 점이 더 많다. 그런데 이런 자동화로 이동해가는 사회는 결국 인간의 미래에 대한 위기도 내포하고 있는 현상이 아닐까? 아마존 풀필먼트센터에서 사람이 차지하고 있던 자리를 키바 로봇이 대신하고, 소비자들의 질문들에 대답했던 영역에 챗봇이 들어가 대신 궁금증을 해소해 주는 시스템이 어떤 면에서는 달갑지 않은 이유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기계의 투입은 인건비 감소 뿐 아니라 시스템의 정확성과 효율성을 높여주니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밖에 없지만 그만큼 일자리가 줄어들고 인간들에게는 기회가 줄어든다.
 
사실 자동화, 기계화는 필연적으로 데이터 수집의 용이성과 함께 데이터를 해석하는 능력의 중요성과 연관된다. 심지어 데이터가 기업들에게 더욱 더 중요해지면서 “데이터가 새로운 힘이다”라는 표현들도 생겨났다. 그러다보니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해석해서 인사이트를 찾아내는 능력을 가진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몸값도 높아졌다. 미국에서 연봉 데이터를 제공하는 글래스도어(Glassdoor)에 따르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평균 연봉은10만8천 달러(한화 약 1억 2천 6백만원), 최고 14만 5천달러(한화 약 1억 7천만원)에 이른다. 물론 기업에 따라서 스톡옵션등의 추가 혜택을 제공하는 경우 이를 훨씬 웃돌 수도 있다. 이외에도 새로운 직업들이 생겨나고 있기도 하다.
 
반면 소비생활을 둘러싼 기술적/사회적 환경의 변화가 인간에 대한 소외, 그리고 사회적 불평등의 증가가 될 수 있다. 데이터가 있는 곳에 힘이 생기고, 기업들의 경쟁력이 데이터의 해석과 적용에 점차 의지하게 되면서, 반대 급부로 기존의 인력들과 사라져가는 일자리는 시스템에 의한 소외와 불평등으로 연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들의 일의 미래, 직업의 미래, 인간의 미래에 대한 고민들이 많이 대두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업 강연이나 인터뷰에서도 종종 우리들은 ‘앞으로 어떻게 대비를 해야하나’라는 질문들도 받곤 한다. 고백하자면 필자도 ‘리테일의 미래’라는 저서를 집필하게 되면서 그때서야 기술화 자동화 되어가는 사회 속에서 인간의 미래와 직업의 미래에 대해서 깊이 있게 고민해 보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렇구나!’라는 느낌이 드는 방법은 없는 것 같다. 다만 몇 가지 미래의 위기감을 줄일 수 있는 방향들을 제시할 수는 있겠다. 예를 들면 하이브리드(Hybrid)형 인간을 추구하는 것이 한 방안이 될 수 있다. 인간과 기계의 장점을 결합한 인간 형 말이다. 그러기 위해선 창의력을 키워야 한다. 식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 기계가 인간보다 뒤처진 분야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은 창의력 분야다.
 
특히 다양한 사실과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새로운 영역에 적용하거나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은 (아직까지는) 인간이 우세하다. 그래서 기업에서도 매니지먼트 영역이 생각보다 미래에 위험이 다른 직업들보다 덜 위험한 영역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둘째, 다양한 경험을 쌓고 감성지능(EQ)을 높여야 한다. 공감 능력과 감성 지능(EQ)을 높이는 것 역시 인간만의 능력을 강화하는 방법이다. 그러기 위해서 생각만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경험이던 책 등을 통한 간접 경험이던 해봐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공대 전공이더라도 인문학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며, 인문학 전공이라도 데이터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2020년을 맞이하며 다가오는 사회 속에서 우리가 보다 조금은 더 준비된 자세로 미래를 대비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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