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SR 김예슬 기자] '프로듀스101'(이하 프듀) 조작 사태와 관련해 CJ ENM 허민회 사장이 직접 나서 사과문을 발표했다. '프듀' 사태가 불거진지 163일 만이다.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M 센터 2층 멀티 스튜디오에서 Mnet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X101' 투표 및 순위 조작 사과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은 당일 오전 8시에 취재진에 긴급 공지됐다. 현장에는 Mnet 외에도 CJ ENM 직원 여럿이 자리해 초조한 듯 단상을 지켜봤다.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대책 마련에 대해서는 현재도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이에 앞서 진정성 있게 사과 말씀을 드리고자 했다"며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허민회 CJ ENM 대표이사는 고개 숙여 사과하며 입장을 밝혔다. 허 대표는 "오디션 프로그램 관련 순위 조작으로 피해를 입은 연습생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지고 보상하겠다"면서 "금전적 피해 보상은 물론 향후 활동지원 등 실질적 피해구제 위해 필요 조치 시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허민회 대표 "조작으로 발생된 이익 300억, 사회 환원할 것" 초강수 대책 밝혀
순위조작 관련 프로그램을 통해 Mnet에 돌아온 이익과 향후 발생하는 이익을 모두 내어놓겠다는 대책안도 발표했다. 허 대표는 이 같이 밝히면서 "약 300억 원 규모의 기금 및 펀드를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외부 독립 기관에 맡겨 음악산업 생태계 활성화와 K팝의 지속 성장을 위해 쓰이도록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송 공정성과 투명성 강화를 위한 조치도 내놨다. ▲외부 콘텐츠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시청자 위원회 설치 ▲내부 방송윤리강령 재정비 및 관련 교육 강화 등을 통해 관행처럼 이뤄지는 잘못에 대해서도 재정비하겠다고 말했다.
아이즈원과 엑스원 멤버들의 활동 재개도 돕겠다고 밝혔다. 허 대표는 "이들이 빠른 시일 내에 활동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속적으로 협의할 것"이라면서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두 그룹의 향후 활동을 통해 얻는 Mnet의 이익은 모두 포기하겠다"고 피력했다. 구체적 피해보상안의 조속한 실행도 약속했다.
◇ 실무진, 구체적 방안 질문에 난색… "추후 논의 후 발표" 답변만 되풀이
하용수 경영지원실장과 신윤용 커뮤니케이션 담당 등 실무자의 질의 응답도 진행됐다. 다만 이들은 대부분의 답변에 대해 "추후에 논의 후 알려드리겠다"고 답해 빈축을 샀다. 아이즈원과 엑스원의 활동은 빠른 시일 내에 재개한다는 계획이나, 이에 대해서는 여전히 기획사 및 멤버들 간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모호한 답을 내놨다.
이에 더해 조작으로 인해 피해 및 수혜를 입은 범위를 특정짓지 못했다면서 "추후 확인 시 적극적으로 피해를 보상할 생각이다. 금전적 피해보상과 활동 부분 지원 계획"이라고 전했다. 시청자들의 문자 투표 비용에 대해서는 "환불이나 기부를 원할 경우 진행하려 한다. 통신사를 통해 기술적으로 일괄 환불 가능한지도 알아보고 있다. 조만간 피해보상 방안에 대해 말씀드리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년도에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포스트 방탄소년단을 뽑는다는 빌리프랩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내용 확정돼 나온 게 없다"고 애둘러 말했다. '아이돌 학교'의 추가적인 조작 의혹이 불거지는 것에 대해서도 "수사 중인 상황"이라며 구체적인 답을 피했다.
◇ "CJ ENM은 피해자… 신뢰성 공정성 회복 후 오디션 제작 재개할 것"
검찰의 공소장에 CJ ENM이 피해자로 명시돼 꼬리 자르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 것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이들은 이번 사태를 K팝 생태계의 문제가 아닌 개인의 일탈로 정의내리고 조작이 PD들 선에서 자행됐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신윤용 담당은 "납득이 안 가겠지만 내부적으로 확인 안 되는 부분이 많다. 숫자나 집계 내용에 대해 확실한 자료를 갖고 있지 않아 수사기관에 의뢰를 한 것"이라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안준영 PD와 김용범 CP 등은 여전히 재직 중인 신분이라는 설명도 보탰다.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인사 상의 결정을 내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앞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의 제작은 신뢰성을 회복한 뒤 재개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신윤용 담당은 "신뢰도를 올리기 위해 외부 참관인 제도를 두고 있다. 외부 전문가 모셔서 공정히 진행되는지 참관 제도를 운영 중이고 향후에도 그 부분은 강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사회에 환원한다고 밝힌 300억의 운용 계획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하용수 실장은 "4가지 목적으로 생각 중이다. 해외진출 기획사 자금 지원, 작곡가 등 언더그라운드 창작자 지원, 중소기획사 신인발굴 지원, K팝 발전 위한 연구소 창설 등을 5~7년 정도 운영하는 형태"라면서 "기금은 공공성 있고 신뢰성 있는 단체들과 협의해 지원하려 한다. 펀드 운영엔 일절 관여 않고 독립 운영사를 알아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과 및 대책을 발표하는 자리를 5개월여 만에 마련한 것에 대해서는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는 게 우선이었기 때문이라는 답을 내놨다. 하용수 실장은 그러면서 "연말이 지나 해를 넘어가면 아티스트들의 심적 고통이 클 것이라 생각했다"고 전했다. 아티스트 보호를 위해서라곤 하지만, 구체적인 방안을 묻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정리하지 못한 채 긴급 기자회견을 강행한 것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CJ ENM 측은 이날 회견을 통해 "아이즈원 엑스원 측과는 계속 협의를 진행 중이며 (질문들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확인 거쳐 밝힐 부분이 많다. 논의 후 빠른 시일 내에 발표토록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들이 어떤 확실한 대책을 내놓을지 지켜볼 부분이다.
앞서 지난 7월 21일 '프로듀스X101' 종영 직후 일부 연습생 투표수가 동일한 간격을 보이면서 조작 논란이 불거졌다. 이후 경찰 수사가 진행되며 연출가 안준영 PD와 김용범 CP(책임프로듀서)가 구속됐고, 이들이 '프듀' 전 시즌 조작을 시인하며 Mnet은 큰 비난에 직면하게 됐다.
검찰은 안준영 PD와 김용범 CP 등을 업무방해와 사기 등의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으며, 지난 20일 이들의 첫 공판준비기일이 진행됐다.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은 내년 1월 14일 오전 10시 20분에 열릴 예정이다.
한편, 경찰은 '프듀' 외에도 또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인 '아이돌학교'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