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女風? '연예대상' 안영미 김숙 눈물이 시사하는 것
말로만 女風? '연예대상' 안영미 김숙 눈물이 시사하는 것
  • 김예슬 기자
  • 승인 2019.12.30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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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에서 눈물을 쏟은 안영미와 김숙, 송은이. 사진. 2019 MBC 연예대상 방송화면 캡처
시상식에서 눈물을 쏟은 안영미와 김숙, 송은이. 사진. 2019 MBC 연예대상 방송화면 캡처

[미디어SR 김예슬 기자] 지상파 3사 연예대상이 성황리에 마쳤다. 방송계에 '여풍'이 불었다고는 하지만, 여성 예능인들의 설 자리는 여전히 좁았다.

지난 21일 KBS 연예대상을 시작으로 지난 28일 SBS 연예대상, 29일 MBC 연예대상이 순차적으로 열렸다. 대상은 각각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아빠들과 '런닝맨'의 유재석, '나 혼자 산다'의 박나래가 받았다.

무엇보다도 화제가 된 건 김구라의 일침이다. 요지는 3사 본부장들이 만나 연말 시상식을 통합하라는 것인데, 이를 두고 "통쾌하다", "맞는 말이다"라는 긍정적 반응이 뒤따랐다. 상을 나눠먹기 식으로 가져가는 행태에 대해 반감을 가진 시청자들도 적지 않은 모양새다.

다만, 그 나눠먹기 식의 시상 형태에서 여성 예능인들이 다수 배제돼 궁금증을 자아냈다. KBS의 경우 여성 예능인의 수상 내역이 전무했으며, SBS는 '미운우리새끼'에 출연한 가수 홍진영만이 리얼리티쇼 부문 최우수상을 타간 것 외에는 여성 예능인의 수상이 아예 없었다.

이 가운데 MBC에서는 그나마 여성 예능인들이 웃을 수 있었다. 대상의 영예를 안은 박나래(대상·올해의 예능인상)와 송은이(최우수상), 김숙(최우수상), 안영미(우수상), 이영자(올해의 예능인상), 장도연(올해의 베스트 엔터테이너상), 홍현희(여자신인상) 등이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2019 MBC 연예대상'에서 수상의 기쁨을 안은 여성 예능인들. 좌측부터 장도연, 송은이, 김숙, 안영미, 홍현희, 이영자. 사진. 김숙 인스타그램
'2019 MBC 연예대상'에서 수상의 기쁨을 안은 여성 예능인들. 좌측부터 장도연, 송은이, 김숙, 안영미, 홍현희, 이영자. 사진. 김숙 인스타그램
'2019 MBC 연예대상'에서 수상의 기쁨을 안은 여성 예능인들. 좌측부터 이영자, 송은이, 김숙, 장도연, 박나래, 홍현희. 사진. 김숙 인스타그램
'2019 MBC 연예대상'에서 수상의 기쁨을 안은 여성 예능인들. 좌측부터 이영자, 송은이, 김숙, 장도연, 박나래, 홍현희. 사진. 김숙 인스타그램

장도연과 안영미, 김숙의 수상소감은 이들이 놓인 현실을 더욱 잘 보여준다. 다수 프로그램에서 활약한 장도연이지만 연예대상에서의 수상은 데뷔 13년 만에 처음이었다. 그는 "무대로 향하는 이 다섯 계단을 올라오기까지 13년이 걸렸다"고 말해 뭉클함을 자아냈다. 그런가 하면 안영미는 눈물을 쏟으며 "송은이 김숙 선배님께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어버이 같은 분들이다. 앞으로 '송김안영미'로 살고 싶다"며 큰절을 올려 동료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김숙은 "25년 만에 처음으로 MBC 시상식에 왔다. 올해는 상을 못 받고 지나가는 줄 알고 가족들에게 TV를 안 봐도 된다고 했다"며 울컥함을 감추지 못했다. '숙 크러쉬'로 불리는 등 괄목할 만한 활약을 펼쳐온 그는 앞서 KBS 연예대상에선 대상 후보에만 올랐으나 무관에 그쳐 아쉬움을 자아낸 바 있다. 김숙에 이어 송은이의 수상 역시 동료 예능인들에 박수갈채를 받았다.

예능에서의 활약을 두고 수상을 진행하는 거라지만, 애초에 여성 예능인이 활약할 무대가 없다는 건 가장 큰 문제다. 지상파 3사 예능프로그램 중 메인 진행자에 여성이 포함된 건 MBC '전지적 참견 시점'(이영자·김숙·송은이)과 KBS2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김숙), MBC '구해줘 홈즈'(김숙·박나래) 뿐이다. 여성 예능인들의 활약은 대부분 패널 및 보조MC, 게스트에 그쳤다. 활약을 보여줄 만한 장 자체가 부족한 현실이다. 

이 같은 문제점은 방송계도 이미 인식하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미디어SR에 "근래 여성 예능인의 활약이 도드라지긴 했으나 예능 판 자체가 남성예능 중심으로 짜여져 있어서 그들의 활약이 단발성이 그치는 경향이 많았다"면서 "다양한 기획과 구성을 가진 프로그램들이 여성 연예인에게도 많이 열려있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2019 MBC 연예대상' 수상자들. 사진. MBC
'2019 MBC 연예대상' 수상자들. 사진. MBC
'2019 MBC 연예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개그우먼 박나래. 사진. MBC
'2019 MBC 연예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개그우먼 박나래. 사진. MBC

남성 예능의 절대적인 수가 많다보니 일부 아쉬운 시청률을 받아들어도 프로그램 자체의 문제점이 지적되는 반면, 여성 예능은 개수 자체가 적은 만큼 부실한 성적을 받으면 여성 예능이어서 실패했다는 인식이 생기곤 한다. 기회조차 부족한 마당에 그 평가 역시 더욱 박하게 매겨지는 셈이다. 지난해 이영자, 올해 박나래가 대상을 받으며 여자 예능인의 면을 살려줬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여성 예능인이 설 곳은 마땅치 않다.

연예대상이지만 정통 예능인에게는 박한 분위기도 문제다. 십여년 간 무사고로 '라디오스타' 진행을 이끌어 온 개그맨 김국진은 최우수상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웹툰작가 기안84는 '나 혼자 산다'의 출연으로 김국진과 같은 최우수상 후보에 올라 상을 받았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아빠들은 KBS의 대표 프로그램의 출연자라는 이유로 수많은 예능인들을 제치고 대상을 받았으며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거나 합류한 이들은 연예대상에서 굵직한 상들을 휩쓸다시피 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특히나 설 자리가 없던 여성 예능인에게 연예대상의 문턱은 높고 또 험하다.

한 가지 반가운 것은, 플랫폼이 확대됨에 따라 여성 예능인에게도 새로운 콘텐츠를 시도할 일이 많아지는 점이다. 이를 가장 잘 활용한 게 바로 송은이다. 팟캐스트를 시작으로 여성 예능인 다수를 재조명시키면서 새로운 장을 만들어낸 건 고무적인 부분. 온라인 및 SNS 상에서 인기를 얻은 콘텐츠와 인물들의 TV 프로그램 진출이 확대되는 만큼 방송가에서는 여성 예능인들의 TV 외적인 활약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다가오는 2020년에는 새로운 여성 예능인들이 비상할 기회가 더욱 마련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예슬 기자 yeye@medias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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