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HDC그룹 회장. 제공 : HDC그룹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이 아시아나항공의 금호산업 지분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45일 만이다.

계약 주체인 현산과 금호산업은 27일 오전 각자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는 안을 가결했다.

금호산업은 이날 아시아나 지분 31.05%(6868만8063주)를 3228억원에 현산‧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에 매각하는 안을 의결했다. 인수 대상에는 아시아나항공과 계열사인 에어부산, 에어서울, 아시아나IDT, 금호리조트 등이 포함됐다.

현산은 인수금액 중 2조 101억원을 들여 61.5%가량의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확보하게 되며 미래에셋대우는 재무적 투자자로서 4899억원을 부담해 약 15%의 지분을 보유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산은 내년 4월까지 기업결합신고 등 모든 인수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즉시 인수작업에 착수하여 아시아나항공을 조속히 안정화하겠다”면서 “HDC그룹과 다양한 사업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도 빨리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HDC그룹이 글로벌 모빌리티 그룹으로 성장하기 위한 토대로도 평가받는다. 이에 정몽규 회장은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HDC그룹은 항공 산업뿐만 아니라 나아가 모빌리티 그룹으로 한걸음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앞서 금호산업은 지난 7월 25일 아시아나항공 매각 공고를 냈고 지난달 12일 우선협상대상자로 2조 5000억원을 써낸 현산‧미래에셋 컨소시엄을 선정한 바 있다.

이후 금호산업과 현산 간 입장 차이가 상당해 당초 SPA 기한으로 잡은 일정보다 2주 가까이 늦어졌다. 매각 협상과정에서 아시아나 구주 가격과 우발채무 등으로 인한 손해배손한도에 대해 합의하지 못하면서다.

그러나 양측 모두 연내 SPA를 마무리하지 못할 경우 상당한 부담을 안게 돼 새해를 나흘 앞두고 매각 절차를 마무리했다. 현산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인수단까지 꾸린 상황에서 협상이 깨질 경우 신뢰를 잃고 체면을 구기게 된다는 부담감을 갖고 있었다. 금호는 연내 매각에 실패하면 매각 주도권이 채권단에 넘어가게 되는 만큼 이번 협상을 마무리하는 것이 절실했다.

이에 아시아나항공 구주 가격은 HDC현산의 요구대로 3200억원대에서 정리됐으며 우발채무 등으로 인한 손해배손한도를 구주 가격의 9.9%(약 317억원)로 명시하는 데 양측이 합의했다.

아시아나항공이 2조원 대의 유상증자를 통해 ‘실탄’을 마련하게 됨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현재 660%에서 330%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자본금은 1조 4000억원으로 유상증자를 거치면 자본금은 3조원 이상으로 늘어난다.

향후 현산이 기업 이미지(CI) 변경 등 ‘금호 색’을 빼고 ‘HDC 색’을 입히는 작업이 시작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트레이드마크인 '윙'(날개) 마크가 사라진 새 CI를 선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HDC그룹 내 계열사 대부분이 HDC현대산업개발, HDC아이파크몰, HDC신라면세점 등 'HDC' 명찰을 달고 그룹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HDC아시아나항공' 등으로 바꾸고 소속감을 높일 가능성도 존재한다.

한편 아시아나항공은 23일부터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국내 일반, 영업 공항서비스직 중 근속 만 15년 이상인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자에게는 기본급 등 24개월분의 퇴직 위로금과 학자금을 지원한다. 아시아나는 지난 5월에도 같은 조건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현산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오는 4월 쯤 인수와 관련해 조직 개편 등을 진행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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