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소현. 사진. 이앤티스토리

[미디어SR 김예슬 기자]

김소현의 2019년은 쉴 틈 없이 지나갔다. 넷플릭스 ‘좋아하면 울리는’과 KBS2 ‘조선로코-녹두전’(이하 녹두전) 등 올해에만 두 작품을 선보인 그는 연타 흥행에 성공하며 시청자들에 찬사를 이끌어냈다. 어느덧 데뷔 11년차인 김소현은 아역부터 차근차근 밟아온 연기 내공으로 ‘믿고 보는 배우’로 통한다. 대중에 친숙한 얼굴인 만큼 앞으로도 시청자들에 편하게 다가가는 배우를 꿈꾼다.

Q. 올해가 유독 바빴어요. ‘좋아하면 울리는’에 이어 ‘녹두전’도 좋은 반응을 얻었죠.
김소현: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어 감사했어요. ‘녹두전’에서는 지금까지 해보지 못했던 역할을 맡게 됐는데, 그걸 잘 표현해주신 작가님과 감독님께 감사할 따름이죠.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Q. 원작이 있는 작품을 연달아 맡아 부담도 됐을 법한데.
김소현:
원작보다 추가되는 부분도 있고, 만화가 극으로 만들어지면서 캐릭터가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됐어요. 다만 사전에 작가님과 대화를 많이 나누면서 감독님과도 충분한 조율과정을 거쳤어요. 그 덕분에 부담은 덜 수 있었죠. 작가님께는 동주가 너무 수동적이지 않은 캐릭터였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작가님도 그런 걸 원하셔서 서로 의견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배우 김소현. 사진. 이앤티스토리

Q. 그동안 맡았던 캐릭터 중 ‘녹두전’의 동주는 유독 밝았어요.
김소현:
그래서 편했어요. 제 원래 성격이 밝은 편이거든요. 하지만 작품을 통해 그런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어서 초반에는 조금 어색하기도 했는데, 감독님이 편하게 이끌어 주신데다 상대역인 장동윤 씨가 굉장히 높은 텐션을 갖고 있어서 덩달아 좋은 에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었어요. 상대 배우가 여장하는 경우는 별로 없어서 기억에도 남아요. 워낙 예쁘다보니 몰입하는 데에 큰 어려움도 없었고요(웃음).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다 싶었죠.

Q. ‘좋아하면 울리는’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여심을 자극하는 포인트를 전수해줬다고 들었어요.
김소현:
녹두와 동주 둘 다 아끼는 캐릭터여서 모두에게 예뻐 보이고 싶다는 생각이 컸어요. 그래서 녹두가 동주에게 조금이라도 다정하게 챙겨줬으면 좋겠다는 부분이 있을 땐 한 번씩 이야기를 해주곤 했어요. 서로 호흡도 잘 맞았거든요. 동윤 씨가 액션도 많은데다 여장도 해야 했는데 그런 걸 다 소화해서 대단하다 느꼈고, 호흡하며 서로 불편한 점이나 이런 제안들을 나누고 공유해주는 것 자체가 고마웠어요. 재밌었던 현장이었어요.

Q. 그동안 사극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는데, 이번 퓨전 사극 역시 호평을 받았어요.
김소현:
사극을 할 때 편한 감이 있어요. 몇 번 했다 보니 제가 편하게 할 수 있는 것들이 조금씩 보이더라고요. 다만 ‘녹두전’에서는 사극 말투가 거의 없었어요. 다만 너무 현대극처럼 찍으면 이질감이 생길 것 같아서 선을 지키려 노력했죠.

배우 김소현. 사진. 이앤티스토리

Q. 남장이 잘 어울린다는 반응도 있었어요.
김소현:
잘생겼다는 반응이 나와서 감사하더라고요(웃음). 카메라 감독님이 잘생겼다고 하시길래 남자로 태어날 걸 그랬다고 했어요. 하하. 편하고 재미있었죠. 갓은 처음 써봤는데, 우는 장면에서 음영이 져서 눈 화장을 한 것 같이 보이더라고요. 시청자 분들이 화장을 한 것 같다고도 하셨는데, 갓의 그림자가 예상치 못하게 변수를 줘서 속상했던 기억이 나요. 하지만 새로운 걸 많이 해봐서 신기하고 좋았어요.

Q. 요즘 작품들에서 능동적인 여성 캐릭터가 각광받고 있어요. 최근 참여했던 작품 역시 스스로 개척해나가는 능동적인 성격이 많았던 것 같은데, 과거에는 ‘민폐 여주’라는 평을 들은 캐릭터를 맡기도 했어요.
김소현:
사극에서는 시대적 배경 때문에 여성 캐릭터가 중간에서 민폐를 끼치는 등 수단처럼 이용되는 역할이 많았어요. 그럴 때면 연기하기가 힘들었죠. 마음으로는 여러 상황을 이해할지라도 꼭 그렇게 가야만 할까 싶었거든요. 애착 갖고 찍는 역할이 비판을 받는 것도 슬펐고요. 그래서 그 후 사극을 잘 못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번 작품은 감독님이 절대 그렇게 만들지 않겠다고 확언을 하시더라고요. 물론 끝까지 의심은 했죠(웃음). 말씀은 그렇게 하셔도 장르 특성상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그런데 작가님과 감독님 모두 제 마음을 이해해주시고 여러 생각과 고민을 많이 하신 게 느껴졌어요. 그런 만큼 믿고 할 수 있었고, 작가님이 끝까지 캐릭터를 놓지 않고 잘 이끌어주셔서 감사했어요.

Q. 여러 시류에 변화가 생겼죠. 여성캐릭터끼리 케미스트리가 살아나는 작품도 많아요. 그런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을 것 같은데.
김소현:
‘검블유(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를 정말 재미있게 봤어요. 선배님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작품도 꼭 해보고 싶고요. 제가 대부분은 오빠들과 작품을 하거든요. 그래서 언니들과 작품을 하고 싶어요. 여자 선배님들과 함께 하고 싶은 생각이 큰데, 정말로 하게 된다면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요.

Q. 꼭 한 번 같이 연기해보고 싶은 여자 선배가 있다면요?
김소현:
‘검블유’에 나오신 임수정, 이다희 선배님과 함께 작품을 찍어보고 싶어요. 선배님들의 그림 자체가 정말 좋아보였거든요. 이다희 선배님은 아역 시절에 한 번 뵀던 터라 성인이 되어서 다시 봬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임수정 선배님은 한 번도 뵌 적이 없어서 꼭 뵙고 싶어요.

배우 김소현. 사진. 이앤티스토리

Q. 사람들이 생각지 못한 파격적인 배역에 대해서도 갈망이 있을 것 같아요.
김소현:
한다면 할 수는 있는데 보시기에 너무 어색하지 않은 선에서 적절히 해야 할 것 같아요. 아무리 제가 할 수 있다고 해도 받아들여지기 힘들면 안 되니까, 적정선을 찾는 게 중요하겠죠. 어두운 역할은 드라마에서 해볼 수 있으니까 경험해보고 싶고 더욱 성숙해지면 오피스물이나 직장인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액션 연기도 해보고 싶고, 정말 하고 싶은 게 많아요.

Q. 하고 싶은 것들이 많다지만, 지금 나이에 맞는 배역을 차근차근 해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소현:
그렇게 하려고 마음을 먹었거든요. 어렸을 땐 그냥 성숙한 역을 빨리 맡아서 성인으로 보이는 게 맞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막상 스물한 살이 되니 그런 게 부질없더라고요(웃음). 아무리 성숙해보이려고 해도 어른들 눈엔 제가 꼬맹이고 어려보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지금 나이 대에 할 수 있는 연기가 있으니 차근차근 연기를 하다보면 시간이 흘러 성숙해질 테니까, 자연스럽게 흐름에 맡겨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기를 짧게 할 건 아니니까요. 여유를 가져도 되겠다 싶었죠.

Q. 깨달음을 빨리 얻었네요.
김소현:
생각을 정말 많이 했거든요. 짧은 시간에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Q. 어릴 때부터 연기를 했는데도 자아가 곧게 섰다는 느낌이 들어요. 어떻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나요.
김소현:
주변에 좋은 조언을 해주시는 선생님들이 계셨고, 선배님들도 여러 이야기들을 해주셨어요. 그런 이야기들이 이해되지 않았다면 실행을 할 수도 없었을 텐데 공감이 많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새겨들을 수 있었죠. 저 스스로도 어렸을 때부터 객관화해서 저를 보려고 했고요. 그런 것들이 많이 반영된 것 같아요. 일단 엄마부터도 저를 무조건적으로 ‘우쭈쭈’하며 키우지 않으셨거든요(웃음).

배우 김소현. 사진. 이앤티스토리

Q. 영민한 이미지가 있다 보니 이에 대한 부담도 있을 것 같아요.
김소현:
그쵸. 아무리 똑똑하게 군다 해도 언젠가는 실수를 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것도 과정이니까 너무 얽매이지 않으려 해요. 제게 똑똑하다고 말해주는 분들도 그런 이미지에 얽매이라고 말씀하시는 건 아니니까, 다른 분들이 저에 대해 이렇게 생각한다고 받아들이고 넘어가면 되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크게 연연하지는 않아요.

Q. 촬영장에서도 스태프들이 김소현이라는 배우에 갖는 신뢰와 믿음이 크잖아요. 그 무게감도 클 법한데.
김소현:
믿고 맡겨주신 만큼 드라마를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들 ‘소현이는 알아서 하겠지’, ‘너는 믿는다’ 같은 말씀을 하시는데 저 역시도 힘들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면 서운하기도 하지만, 그렇게 믿어주시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작품은 저 혼자 만들어가는 게 아니잖아요. 모두가 함께 만들어나가니까 큰 부담을 갖지 않으려 하죠. 그리고 믿어주신 만큼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부분에선 도움이 되고 싶어서 배우들과도 대화를 많이 나누는 편이에요.

Q. 데뷔 연차는 꽤 됐지만 아직 보여줄 게 많은 나이예요. 연차와 나이 사이에서 갖는 괴리감이 있을 텐데 배우로서 어떻게 방향성을 잡아가고 있나요.
김소현:
그런 생각을 많이 해보긴 했어요. 아역부터 시작한 만큼 새로운 느낌은 덜하겠죠? 처음엔 속상했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니 별 일이 아니게 되더라고요. 저도 아직 어리고 이제 성인으로서 제대로 연기를 시작하게 된 거니까 보여드릴 지점도 많아요. 배우로서 묵묵히 해나가고 싶은 마음이죠. 제가 해낼 수 있는 것들을 하다 보면 새로운 느낌은 없더라도 편하게 대중에게 받아들여지고, 믿고 볼 수 있는 배우라는 애칭으로 남아도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새롭지는 않을지라도 편하게 다가갈 수는 있는 거잖아요. 그런 점에서는 더 좋게 생각하는 부분도 있어요.

Q. 시상식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수상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면.
김소현:
수상을 하면 연말을 완벽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는 하고 있죠(웃음). 베스트커플상 정도는 욕심을 내봐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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