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제공: 대한항공
[미디어SR 이승균 기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법무법인 원을 통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선대 회장의 유훈과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반기를 든 배경에는 인사권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26일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은 아버지 조양호 회장 별세 이후 조원태 회장의 공정거래위원회 동일인 지정 과정 전반에 대해서 합의 과정이 없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5월 조원태 회장은 한진그룹 동일인으로 지정되면서 사실상 총수직에 올라 조원태 체제를 공식화했다. 당시 서류 제출이 늦어져 동일 지정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자 공정위는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 이 같은 상황을 외부에 알리기도 했다. 이 때문에 항공업계에서는 내부적으로 가족 간 갈등의 불씨가 남아 있다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결국, 이 같은 분쟁은 24일 조 전 부사장이 법무법인을 통한 대응에 나서며 표면화되었다. 조 전 부사장 변호인 측은 "조원태 대표이사는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하여 왔고, 지금도 가족 간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경영상 중요 사항들이 결정되고 발표되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지난 11월 조 회장은 조직 간소화와 미래성장을 위한 경쟁력 강화 도모를 위해 기존 임원을 20% 축소했다.
 
그 과정에서 조현아 전 부사장의 복귀가 무산된 것은 물론 조양호 전 회장의 최측근 석태수 대한항공 부회장, 서용원 한진 사장, 강영식 한국공항 사장 등이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어 우기홍 부사장이 사장으로, 노삼석 전무가 한진 대표로, 유종석 전무가 한국공항 대표로 올랐다. 직위 체계도 6단계에서 4단계로 조정해 직위 체계도 간소화했다. 조원태 체제로 전환 과정에서 조 전 부사장의 거듭된 요청이 일절 반영되지 않은 셈이다.
 
조 전 부사장의 요구나 요청이 우선 가족들의 동의나 설득을 얻어내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조 전 부사장은 갈수록 경영 복귀가 어려워지고 그룹내 영향력마저 약해지는 위기감을 느껴 조원태 회장에게 '선대 회장 유훈 불이행'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들고 나왔다는 분석이다. 그 카드도 악화된 주주 및 국민 여론을 환기시키기엔 역부족인 것 같다는 지적이다      
 
조원태 회장은 지난 정기인사 직전 기자 간담회에서 "항공운송 주축인 대한항공과 서포트하는 항공 제작, 여행, 호텔 사업 외에는 관심이 없다"며 주력사업은 수익성과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타 사업부는 유지 또는 정리해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한진관광 대표이사, 왕산레저개발 대표이사로 올라 있는 조현아 전 부사장의 입지는 지속해서 축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1월 정기인사를 시작으로 다시 촉발된 경영권 분쟁은 손쉽게 봉합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조 전 부사장 측이 "다양한 주주 의견을 듣고 협의를 진행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힌 것처럼 어머니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와의 연합 전선 구축에 실패한 모양새다. 항공 업계에서는 경영권 분쟁을 이어가고 있는 KCGI와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추측까지 나오는 등 분쟁이 점입가경에 이르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미디어SR에 "항공업 전반의 어려움이 지속하고 있고 새로운 총수의 경영 무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에 분쟁이 발생해 대한항공이 뒤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노조 측도 성명서를 내 "조 전 부사장은 대한항공을 나락으로 추락시킨 장본인으로 자숙해야 한다"고 비판에 나섰다.
 
직장인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 앱에는 "평판을 잃은 조 전 부사장이 내부 결속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글이 올라오는 등 힘이 실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조 회장에게 주도권이 넘어간 모양새다 
 
조 전 부사장의 반기에도 한진그룹은 별도 대응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은 조 전 부사장 보도자료 배포 직후 자료를 내 "회사의 경영은 회사법 등 관련 법규와 주주총회, 이사회 등 절차에 의거하여 행사되어야 한다"며 "최근 그룹이 임직원들의 노력으로 새로운 변화의 기초를 마련하고 있는 중요한 시점으로 이번 논란으로 회사 경영의 안정을 해치고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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