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픽사베이

미디어SR 김병헌 전문위원]

동지(冬至)는 새해의 시작을 알린다

역경(易經)은 유교의 기본경전인 오경(五經)중 하나다. 원래 명칭이 역(易) 또는 주역(周易)이었는데 점서(占書)였던 것이 유교의 경전이 되면서 역경으로 불린다. 상경(上經)·하경(下經)과 해설부문인 십익(十翼)으로 이루어져 있다. 점복(占卜)을 위한 원전(原典)과 같다. 어떻게 하면 흉운(凶運)을 물리치고 길운(吉運)을 잡느냐 하는 처세상의 지혜이며 나아가 우주론적 철학이기도 하다. 주(周(주)나라 시대는 십익까지 합쳐 주역이라 했다. 쓰여진 연대는 대략 동주 시대 이전으로 추정된다. 역경에 보면 태양이 부활하는 복괘에 해당하는 11월을 자월((子月)이라고 해서 동지(冬至)날을 새해의 시작으로 삼았다. 다음날부터 차츰 밤이 짧아지고 낮이 길어지기 때문에 생명력과 광명 즉 태양이 부활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동지가 부활이나 출발 같은 의미를 지닌다. 우리나라도 중국의 영향을 받아 고려 충선왕 이전까지는 동지를 설로 지낸 것으로 짐작된다.

동양권에는 동지가 태양의 부활을 통해 출발과 재생, 탄생의 의미를 담고 있다면 서양도 기원은 흡사하다. 다만 여기서는 예수가 등장한다. 기독교가 중동인 페르시아 미트라교의 동지 축제일이나 태양 숭배의 풍속의 영향을 받아 태양 부활일이 같은 의미로 구세주인 예수의 탄생 기념일이 된다. 로마제국을 거치면서 기독교는 서양의 중심사상으로 성장한다. 이 과정에서 예수탄신일, 즉 성탄절이 동양권의 동지랑 비슷한 의미를 가지면서 자리잡게 된다. 날짜만 3~4일 차이가 나는 이유도 설명이 가능하다. 신약성서에도 예수 탄생일의 기록은 없다.

애초 농경 민족인 로마인의 농업신인 새턴의 새턴네리아 축제기간이 12월 21일부터 31일까지 였다. 그 중 동지가 지난 25일이 당시 태양 부활일로 지정된 기념일이었다. 기독교가 예수탄신일을 그날로 정한 듯 하다. 주역에서 출발한 동지와 기독교의 성탄절의 기원이 같은 태양에서 비롯된다는게 공교롭다. 지금은 둘다 새해 첫날의 역할은 양력에 밀려 잃어버렸다. 하지만 다가올 새해에 대한 여러 수식어들은 항상 따라붙어 잔재는 남아있다. 동지 팥죽과 관련된 나이를 한 살 먹는다는 얘기나 성탄 축하에 ‘Happy New Year’가 따라 붙는 것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서구화되고 현대화되면서 풍속도 언 듯 보기에는 많이 달라 보이지만 동지와 성탄절의 핵심은 변하지 않은 듯 닮아있다.

하선동력(夏扇冬曆)에도 이유가 있다

조선조 혜경궁 홍씨의 조카뻘인 홍석모(洪錫謨)의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기록만 봐도 확인가능하다. 당시 관상감(觀象監) 즉 요즘 기상청에서는 이 무렵 새해의 달력을 책력으로 만들어 왕에게 바쳤다. 왕은 이 책력에 동문지보(同文之寶)라는 어새를 찍어 백관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이 책력은 황장력(黃粧曆), 청장력(靑粧曆), 백장력(白粧曆)의 구분이 있었고, 관원들은 다시 이를 친지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었다. 이것을 단오에 부채를 주고 받는 풍속과 아울러 하선동력(夏扇冬曆)이라 했다. 이조(吏曹)에서는 지방 수령들에게 표지가 파란 청장력을 선사했다는 기록이 있다. 달력은 내용에 따라 사용처가 많다. 옛날에는 농경 본위의 사회였던 만큼 24절기 등 때에 맞추어 농사를 짓는데도 달력이 요긴했고 기재된 내용도 그에 맞게 다양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 차원의 내년 경제 계획의 큰 틀이 담겨있었던 셈이다.

지난19일 정부도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새해 경제전망을 발표했다. 새해 경제전망에 따르면 내년도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2.4%로 제시했다. 소비자물가는 1.0%대로 회복하고 수출과 시설 투자도 부진에서 벗어나 플러스(+)로 전환할 것으로 봤다. 2.4%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2.0%)보다 개선된 수준이다. 국제통화기금(IMF) 2.2%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3%, 한국개발연구원(KDI) 2.3%, 한국은행 2.3% 등의 전망치를 소폭 웃돈다. 글로벌 경기와 반도체 업황이 회복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초슈퍼예산'으로 불리는 512조3천억원 규모의 예산, 투자ㆍ내수 활성화 등을 위한 정책효과가 맞물리면서 올해보다 개선된다고 봤다.

미ㆍ중 무역갈등이 일차적으로 합의가 됐고 글로벌 경기의 저점이 지났다는 흐름이 확실하지 않지만 조금씩 신호들은 보인다는데 주목한거 같다.하선동력, 여름의 부채, 겨울 새해 책력은 철에 잘 맞는 선물이라는 의미다. 겨울은 새로운 봄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탄절을 종교적 의미를 같이 담아 생각해도 자신의 처지에서 새로운 시작과 출발 그리고 희망과 구원을 담고 있다. 다소 흥청거리고 들떠있는 듯한 느낌은 든다. 각종 모임과 파티, 선물 주고 받기, 조명과 장식 꾸미기 등 일련의 모습들이 그렇다는 얘기다.

국민이 바라는 최고의 성탄 선물은?

예컨대 성탄절 선물을 주고받는 풍습은 동방박사 세 사람이 황금, 유약, 몰약을 아기 예수에 예물로 바친 일에서 유래한다. 또 산타크로스의 기원인 성니콜라스 대주교의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는 요즘 연말연시의 활발한 기부문화의 시작이다. 성탄카드의 유래와 성탄카드에 적여있는 ‘A Merry Christmas and Happy New Year’ 라는 인사말의 시작도 즐겁고 행운이 가득한 새해를 맞이하자는 소원이 깃들어 있다. 지금쯤이면 매년 다사다난이라는 표현이 회자된다. 의미는 과거형이다. 누구든지 새해는 다사는 있어도 다난이 없었으면 하는 소원이 여기에 묻어있다. 올해는 며칠 남지 않았다. 그러나 다사다난은 진행형이다. 유종의 미와 아직 거리가 멀어 보인다.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가 마찬가지다. 공직선거법 공수처법 등 개혁입법과 조국 관련 검찰수사와 연관된 사안들도 주내에 마무리 될 듯 보여 그나마 다행이다.

맹자(孟子)는 맹자 이루장구(離婁章句) 하편에서 하나라 우(禹)임금과 주나라 시조 후직(后稷)을 ‘기기기닉(己飢己溺)’이란 말로 칭송했다. 천하의 성군으로 불리는 우임금은 13년 동안 홍수와 싸워 이긴 ‘치수(治水)의 달인’이며 후직은 상고시대부터 농사(農師)로는 최고 전문가로 ‘내가 굶주리고 내가 물에 빠진 듯 ’타인의 고통을 내 고통처럼 느낀다‘는 인물이다. 맹자는 지도층 인사라면 이런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임금과 후직은 백성들이 겪는 물난리와 굶주림이 자신들 때문이 아님에도 그들은 백성의 고통을 자기 것으로 여겼다. 비단 동양식 사고방식의 문제만이 아니다. 우리의 정 재계 지도층 인사들도 아집과 욕심을 버리고 국민에게 국민을 위한 책임감과 사명감,배려심을 가져준다면...성탄절 새벽 배송으로 어려운 이웃을 찾은 산타클로스의 마음으로 이를 국민에게 선물한다면...다음주 중 시작되는 대한민국의 새해는 올해보다는 확실하게 더 나아질 것 같다. 성탄 전야의 생각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