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IATA 총회 기자회견장에 자리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 :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한진 그룹의 경영권 다툼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선대 회장의 뜻을 어기고 있다며 동생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가운데 조 회장 측은 공동경영이 아닌 기업가치 제고에 무게를 둬야 한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한진그룹은 23일 오후 입장 자료를 내고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국민과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는 한편 기업가치 제고를 통해 주주와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했다"면서 "이것이 곧 고(故) 조양호의 간절한 소망이자 유훈이라고 믿는다"고 전했다.

앞서 이날 오전 조 전 부사장이 선대 회장의 유훈이 “가족들이 협력해 공동으로 한진그룹을 운영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것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다. 한진그룹의 입장자료는 결국 조양호 전 회장이 가족 공동경영에 대해서는 별다른 유훈을 남기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조 전 부사장의 경영 참여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반박한 셈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경영 참여를 두고 맞붙게 되면서 내년 3월에 열리는 주주총회에 시선이 집중된다.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 회장 임기는 내년 3월 23일에 만료된다. 만약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부결될 경우 그는 경영권을 잃게 된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진. 구혜정 기자

이와 관련 조 전 부사장 측 법무법인 원은 미디어SR에 “(조 회장이) 최소한의 협의도 없이 마치 조현아 전 부사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하지 않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당사자 및 법률 대리인 등 논의하는 자리가 없지는 않지만 아무리 만나도 한쪽이 성의 없이 임해서 진전이 없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법무법인 원 측은 미디어SR에 “법적 문제보다 경영과 관련한 의사결정 단계에서 (비슷한 지분을 가진) 대주주로서의 의결권을 인정하지 않고 경영 관련 의사 결정을 협의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밝혔다.

현재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상속 이후 6.46% 지분으로 최대주주가 됐고,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6.42%, 차녀 조현민 한진칼 전무도 6.42%,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은 5.2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재계와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삼남매간 지분 차이가 크지 않아 조현아, 조현민 한진칼 전무 등 가족들의 협력 없이는 한진그룹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한다.

문제는 특수관계자 제외 2대 주주인 KCGI(15.98%) 등 견제 세력과도 경영권 분쟁이 다시 불붙을 수 있다는 점이다. 사모펀드 KCGI(강성부펀드)는 지배구조 투명성을 추구하는 행동주의 펀드로, 지난해 11월 한진칼 지분을 취득하면서 본격적으로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견제해왔다. KCGI와 반도건설 등 외부 주주들의 지분율이 높은 상황에서 남매간 분쟁이 지속할 경우 조양호 회장 일가가 경영권을 잃을 가능성은 커진다.

한진그룹이 입장 자료를 통해 "이번 논란이 회사 경영의 안정을 해치고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한 배경이기도 하다. 재계 관계자들은 조 회장과 한진그룹이 물밑에서는 조 전 부사장을 접촉해 분쟁이 장기간 이어지지 않도록 설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으나 양측의 입장이 확연히 달라 쉽게 분쟁이 가라앉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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