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 아시아나항공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이 닷새 뒤에 아시아나항공의 주인이 된다. 2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이 27일 주식매매계약(SPA)을 맺고 매수 절차를 마무리한다.

업계에 따르면 금호산업과 현산 간 입장 차이가 상당해 당초 SPA 기한으로 잡은 일정보다 2주 가까이 늦어졌다. 협상 초반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 구주 6868만 8063주(31.05%) 가격을 정하지 못하면서다. 하지만 연내 매각이 무산되면 매각 주도권을 채권단에 넘겨줘야 하는 금호가 현산의 요구를 상당히 수용하면서 현산 측 요구대로 3200억원으로 책정했다.

현산은 SPA를 체결한 후 내년 1월 아시아나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이사진 교체와 유상증자 등의 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2조원 대의 유상증자를 통해 현산은 ‘실탄’을 마련할 방침이다. 현재 1조 4000억원인 아시아나의 자본금이 유상증자로 3조원 이상이 되면 부채비율은 현재 660%에서 330% 수준으로 떨어진다. 다만 일본 불매운동으로 인해 일본 노선 고객이 급감했고 저비용항공사(LCC) 확대로 업계 경쟁도 심화해 단기간 매출 성과를 내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정몽규 HDC 회장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난달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아시아나가 업계 최고의 재무건전성을 확보하도록 기술과 서비스 분야에 지속적인 투자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때문에 기업 이미지(CI) 변경 등 ‘금호 색’을 빼고 ‘HDC 색’을 입히는 작업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산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트레이드마크인 '윙'(날개) 마크가 사라진 새 CI를 선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정몽규 회장은 앞서 열린 간담회에서 아시아나항공의 명칭에 대해 "아시아나항공이 지금까지 상당히 좋은 브랜드 가치 쌓아왔다"며 "현재로서는 바꿀 생각이 없다"고 밝혔으나 HDC그룹 내 계열사 대부분이 HDC현대산업개발, HDC아이파크몰, HDC신라면세점 등 'HDC' 명찰을 달고 그룹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HDC아시아나항공' 등으로 바꾸고 소속감을 높일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런 가운데 아시아나항공 내부에서는 향후 조직 개편 과정에서 구조조정 가능성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비록 정 회장이 "인력조정 등 구조조정은 현재까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밝히기는 했으나 통상 기업 매각 후 구조조정이 이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불가피한 수순이라는 분석이다.

아시아나항공은 23일부터 희망퇴직을 받으며 인력 조정에 들어갔다. 국내 일반, 영업 공항서비스직 중 근속 만 15년 이상인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자에게는 기본급 등 24개월분의 퇴직 위로금과 학자금을 지원한다. 아시아나는 지난 5월에도 같은 조건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올해 두 번째 희망퇴직 신청이어서 일각에서는 매각을 앞두고 HDC그룹의 주문에 따라 본격적인 군살 빼기에 나선 것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아시아나관계자는 미디어SR에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 노력의 하나”라고 밝히면서 “현재까지는 (현산과) 독립적이고 분리된 조직이기 때문에 매각과는 관련이 없다“고 선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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