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강태오.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김예슬 기자] 

완벽한 변신이다. 기존의 부드러운 이미지를 내던지고 반전의 주인공이 돼 인생 첫 악역을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드라마 ‘조선로코-녹두전’(이하 녹두전)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강태오는, 데뷔 7년 만에 ‘재발견’이라는 수식어를 얻어내며 자신의 존재감을 아로새겼다. 2020년을 바라보는 지금, 연기에 대한 강태오의 열정은 더욱 뜨겁다.

Q. ‘녹두전’으로 2019년을 더할 나위 없이 잘 마쳤어요. 감회도 새로울 것 같은데.
강태오:
6개월 동안 찍다보니 ‘녹두전’으로 한 해를 다 보낸 느낌이에요. 길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제게는 정말 짧더라고요. 후련함보다는 아쉬움이 컸어요. 스태프 분들도 좋고 배우들 사이의 케미스트리도 좋았거든요. 동윤이, 소현이와 다 친해져서 한강에도 놀러가고 방 탈출 카페도 가봤고, 볼링을 치기도 했어요. 그런 좋은 사람들과의 작업이 끝난다는 게 참 아쉬웠죠. 연기하는 사람으로서는 율무와 작별이 아쉬웠고요.

Q. 사극 장르가 힘들진 않았나요.
강태오:
주변에 사극 경험해본 분들이 정말 힘들 거라면서, 더울 땐 덥고 추울 땐 추운데 지방 촬영까지 많아서 고생할 거라고 걱정해주더라고요. 힘들긴 했어요. 하지만 그것보다는 분위기가 좋았고 배움을 얻을 만한 것들이 많았어요. 다음에도 사극 제의가 온다면 또 해보고 싶어요.

Q. 사극이 어렵다 해도 중장년층에겐 크게 어필되는 장르기도 하죠. 게다가 지상파 첫 주연작이니, 부모님 반응도 좋았겠어요.
강태오:
제가 데뷔하고 6년 정도가 지났는데, 그동안 늘 어머니가 사극을 해봤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왕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이번에 사극도 하고 왕좌에도 앉아보니 어머니가 정말 좋아하시더라고요. 방송이 끝나면 늘 고생했다고 문자를 보내주셨고, 메신저 프로필 사진도 흑룡포를 입은 제 사진으로 해두셨더라고요. 뿌듯해하시니 저도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배우 강태오. 사진. 구혜정 기자

Q. 율무는 극 중간에 변화를 거치게 되는 인물이에요. 극 분위기를 반전시켰기도 하죠.
강태오:
처음부터 변화를 하게 된다는 걸 알고 있어서 더욱 율무 캐릭터에 매력을 느꼈어요. 율무를 두고 악역이라고도 하시지만 저는 그런 생각을 일부러 하지 않았어요. 악역을 근간에 두고 연기하면 단면적으로 표현될 수도 있으니까요. 율무가 가진 동주와의 서사를 바탕으로 이런 이유와 명분이 있다는 걸 보여드려서 율무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공감하실 수 있게 연기하는 게 목표였어요. 하지만 욕을 먹은 것 보니 그건 실패한 것 같고요(웃음). 다만 그래도 기분이 나쁘진 않았어요. 극에 몰입하고 반응해주신 거니까요.

Q. 사실 율무는 원작 웹툰에 나오지 않는 오리지널 캐릭터예요. 그런 만큼 배우가 해석할 수 있는 영역이 넓은 반면 기댈 수 있는 곳이 없다는 단점도 있어요.
강태오:
그래서 부담이 컸어요. 기존 배역들과 조화가 될지에 대해서도 걱정됐고, 원작 팬 분들이 못 보던 인물이 나오니 불편함을 드릴 수도 있겠단 생각이 있었죠. 하지만 말씀하신 대로 좋은 면도 있었어요. 감독님과 제가 상상력으로 캐릭터를 만들어갈 수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감독님 작가님과 캐릭터에 대한 대화를 많이 했어요. 동주와의 서사에서 출발하고 실존했던 왕인 인조가 되니까, 인조와 율무 각각을 생각하며 캐릭터를 잡았고요. 시놉시스에 나온 율무는 냉철하고 계산적이면서 여우같은 인물인데, 그 안에서 표정이나 행동을 생각하며 감을 찾아갔어요.

Q. 기존에 연기했던 캐릭터와 성격이 사뭇 달라요. 반전의 핵심인 캐릭터인데 존재감을 잡고 가면서 극을 잘 만들어갔죠. 스스로도 만족도가 어느 정도는 있을 것 같은데.
강태오:
매 신을 만족하진 않았어요. 잘 나왔다고 만족한 게 있는가 하면 아쉬웠던 것도 있죠. 대체적으로 아쉬웠어요.

Q. 아쉽다고는 하지만 ‘녹두전’을 두고 ‘강태오의 재발견’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에요.
강태오:
정말 감사하죠. 제겐 모든 작품, 모든 캐릭터가 인생작과 인생 캐릭터인데 이번 작품에 그런 수식어를 붙여주셔서 행복해요. 제가 생각한 것과 보시는 분들이 만들어주시는 건 다른 거잖아요. 고맙고 감사하면서 한편으로는 제가 노력한 것에 대해 보상받는 것 같아 뿌듯해요. 쓰레기와 사랑꾼을 합친 ‘쓰랑꾼’이나 ‘착한 쓰레기’ 같은 별명도 붙여주셨는데, 그 자체가 관심 속에서 나온 거니까 감사할 따름이죠.

배우 강태오. 사진. 구혜정 기자

Q. 데뷔 7년차에 다다르고 있는데 이제야 ‘재발견’이라고 이야기를 듣는 건 조금 억울할 수도 있겠어요. 고마운 말이지만, 그 수식어엔 빛을 늦게 봤다는 느낌이 강하잖아요.
강태오:
하지만 어느 정도 공감은 돼요. 기존에 맡은 역할들을 사랑하지만 비슷한 느낌을 가진 캐릭터가 많았거든요. 짝사랑을 하면서 아련하고 우수에 차고, 늘 다정한 키다리 아저씨 같은 배역을 자주 했었어요. ‘녹두전’의 1막에 해당하는 율무 역시 그런 느낌이었지만 2막에서는 다른 분위기를 가진 색다른 인물이 됐어요. 지금까지 보여드린 적 없는 느낌이어서 재발견이라는 말을 해주시는 것도 저는 정말 좋았어요.

Q. 이전에도 많은 작품을 찍었지만 새로운 반응을 이끌어낸 만큼 ‘녹두전’이라는 작품이 강태오라는 배우에게 남다른 의미를 남겼을 것 같아요. 강태오의 전환점이자 재발견이라는 반응이 많은데, 당사자에게 ‘녹두전’은 어떤 의미일까요.
강태오:
제게 ‘녹두전’은 ‘새로움’이라는 단어를 가져다준 작품이에요. 이렇게 긴 기간을 잡고 드라마를 찍은 것도 처음이었고요. 영화 ‘명당’에서 사극 연기를 경험해보긴 했지만 촬영 회차 자체가 짧아서 아쉬웠거든요. 그걸 이번 작품에서 풀어낸 데다 강렬한 개성을 가진 인물도 처음으로 연기해볼 수 있었어요. 이걸 ‘재발견’이라고 해주신 건 저의 새로운 모습을 봐주셨다는 거니까, 제겐 분명하게 ‘새로움’이죠(웃음).

Q. 연기 변신에 좋은 반응이 나온 만큼 다른 장르 캐릭터에도 도전하고 싶을 것 같아요.
강태오:
저는 연기에 있어 도전하는 걸 좋아해서, 기회가 된다면 여러 도전을 하고 싶어요. 반전된 율무 캐릭터 같은 연기도 하고 싶어서 ‘녹두전’이 더욱 좋았죠. 그 외에는 장르물을 해보고 싶어요. 나중에 나이가 더 들면 영화 ‘신세계’ 같이 느와르 작품이나 쌍방으로 마음이 통하는 로맨틱 코미디를 하고 싶어요. 액션에 대한 갈망도 있어요. 운동을 좋아하거든요. 몸 쓰는 걸 좋아해서 연기로 표현해보고 싶어요.

배우 강태오. 사진. 구혜정 기자

Q. 배우는 연기를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에요. 직업적인 측면에서 배우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요?
강태오:
스스로 철저해지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제 자신에 채찍질을 많이 하죠. 제 일은 기록으로 남잖아요. 이후에 제가 연기한 영상들을 봤을 때 창피하지 않았으면 좋겠고요. 그러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죠. 그리고 이제는 그 안에서 저만의 색을 표현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연기를 본업으로 삼고 한 우물만 파는 사람이면 적어도 창피해선 안 되니까요.

Q. 모든 것엔 목표가 있어야 확실한 동기부여가 되잖아요. 배우로서 가진 지향점은 무엇인가요.
강태오:
강렬함보다는 어느 순간 옆에 다가온 배우 같은 이미지이고 싶어요. 그냥 정말, 어느 순간, 언제부턴가 이 배우가 TV에 나오며 내 눈을 즐겁게 했구나 라고 느끼게 하는 그런 배우요. 편안하면서 익숙하고 친숙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Q. 차기작 계획은 정해졌나요.
강태오:
아직은 미정이에요. 쉬면서 올해를 마무리하려 해요.

Q. 휴식 계획이 있다면요?
강태오:
사실, 제가 저만의 시간을 잘 못 보내는 스타일이에요(웃음). 집에 있으면서도 친구들이 저를 불러야만 나가는 ‘집돌이’거든요. 동적인 성격인데도 생활패턴이 정말 정적이에요. 잘 돌아다니지도 않고 집에서 조용히 있곤 하죠. 막상 나가면 잘 놀거든요? 하지만 웬만한 건 집에서 다 해요. 운동도 집에서 홈 트레이닝을 하고, 다른 동료들이 대본을 카페에서 본다고 할 때 저는 집에서 봐요. 집에 있는 게 가장 좋더라고요(웃음). 특별한 일이 없다면 아마 집에서 쉴 것 같아요.

배우 강태오. 사진. 구혜정 기자

Q. 올해가 끝나가고 있어요. 되돌아보면 2019년은 어떤 해였나요?
강태오:
저는 늘 지금이 행복하니 지금처럼 지내자는 마음이 커요. 작년도 그렇고 올해도 그랬는데, 올해는 정말 성공적이었던 것 같아요. ‘녹두전’의 율무를 만났고 작년처럼 올해 역시 좋은 사람들 사이에서 행복하게 한 해를 보냈죠. 이제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소소하게 좋은 작품과 좋은 배역을 만나 사랑하는 지인들과 좋은 관계 속에서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게 지금 갖고 있는 생각의 전부예요.

Q. 연말 시상식이 코앞이에요. 수상, 기대하고 있을까요(웃음).
강태오:
주변에서 신인상 받고 싶지 않냐며 많이들 물어보시는데, 주면 당연히 감사하게 받겠죠. 나름 최선의 노력을 했으니 그에 대한 보상이라면 감사히 받을 수밖에요. 이걸 받음으로서 다음에도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텐데, 저도 그렇지만 더 좋은 활약을 보여준 저희 팀이 좋은 결과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동전커플’ 소현이와 동윤이가 베스트 커플상을 받고 앵두가 아역상을 받으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

Q. 꼭, 원하는 대로 이뤄졌으면 좋겠네요. 방금 언급한 것처럼, 새해에도 지금의 행복이 앞으로도 이어지길 바랄게요.
강태오:
감사합니다. 저는 정말, 지금처럼만 지내고 싶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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