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영 디자인 기자.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강희석

신임 이마트 대표. 유통업계가 대격변을 겪는 가운데 이마트도 변화의 바람을 피해가지는 못하고 있다. 6년간 자리를 지키던 이갑수 전 대표가 떠난 뒤 그보다 12살이나 어린 강희석 신임 대표가 부임했다. 이마트가 1993년 1호점을 개점한 이후 26년 만에 처음으로 영입한 외부 최고경영자(CEO)다. 강희석은 전 베인앤컴퍼니 소비재‧유통부문 파트너로 이마트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이마트의 주요 경영 전략을 짜온 그가 유통업계를 덮치는 변화의 쓰나미에서 이마트를 구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1969년생인 강희석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1993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농림수산부 식량정책과‧농수산물유통기획과를 거친다. 이후 공직을 떠나 2002년 세계 최고 MBA(경영학 석사)로 꼽히는 미국 펜실베니아 와튼스쿨 MBA 과정을 밟고 2005년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베인앤컴퍼니에 입사한다. 이후 소비재·유통부문 파트너로 2009년부터 최근까지 이마트의 경영 자문을 맡아왔다.

10여년동안 이마트의 경영 전략을 짠 경력이 강희석의 강점이면서 동시에 아킬레스건이기도 하다. 외부에서는 실제로 기업을 이끌어 본 적은 없다며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외부 인사로서 소통이 원활하지 않거나 리더십 부족 등으로 경영 성과가 빠른시일내 나타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강희석에게 두터운 신뢰를 보내고 있다. 일렉트로마트, 노브랜드, 삐에로쑈핑 등 이마트의 미래 먹거리로 키우는 전문점 사업 컨설팅, 스타필드 운영사인 신세계프라퍼티 설립 등이 강희석의 컨설팅 자문이 밑바탕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희석은 2014년 “하나의 플랫폼으로 승부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언급한 바 있다. 국내외 유통 트렌드를 오랜 기간 들여다 본 전략·기획 전문가답게 이마트의 온·오프라인 판매채널을 융합한 옴니채널 구축 등 온라인 유통환경 변화에 대응한 전략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용진 부회장은 2006년부터 이마트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강대표는 2009년부터 10년 가까이 이마트 경영컨설팅 자문을 맡아 인연을 맺어왔다. 때문에 회사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동시에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한 것이 강희석의 선임 배경으로 꼽힌다.

강희석 선임과 함께 이마트 ‘정용진 호’가 꾸려졌다는 평가가 크다. 그동안 이마트 인사는 대부분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시절 임원들을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이번 인사는 정용진이 먼저 결정하고 이 회장에게 승인을 받는 형태로 진행됐다.

정용진의 이마트는 도전을 이어나간다. 정용진이 데블스도어, 삐에로쇼핑, 레스케이프 호텔, PK마켓의 미국진출 발표 등 다양한 모습으로 새로운 사업들을 선보이는 가운데 최근에는 유통사업에 정보통신기술(ICT)를 접목시킨 ‘리테일 테크’를 추진해 오프라인에서 스마트쇼핑을 구현한다. 이와 함께 미디어 사업에도 손을 뻗쳐 ‘미디어커머스’ 회사로도 자리매김한다. 가전제품 전문점인 일렉트로마트의 캐릭터 일렉트로맨을 소재로 한 히어로 영화를 제작해 2020년 개봉한다.

1968년생인 정용진은 동생이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으로 남매 사이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는 동갑내기 외사촌-이종사촌 지간이다. SNS를 통해 소비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며 최근에는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백종원 사장과의 친분이 알려지면서 폐기 처분을 앞둔 3만톤의 ‘못난이 감자’를 전국 이마트에서 판매하기도 했다.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이자 내부 경쟁자. 강 대표는 정용진-정유경 남매 간 실적 경쟁에서 정용진 부회장을 대리하게 될 전망이다. 이마트가 올해 처음으로 신세계 영업이익보다 크게 뒤처질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지면서다. 처음 정용진-정유경 남매경영을 시작했을 때인 2016년에는 이마트의 영업이익이 월등히 앞섰다.

정유경은 2003년 조선호텔 프로젝트실장을 거쳐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신세계 부사장을 역임하다 2015년 말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으로 나섰다.

미국 로드아일랜드 디자인학교를 졸업해 ‘디자인 DNA’를 갖춘 것으로도 유명하다. 1990년대 전성기 이후 갑작스럽게 내리막길을 걷다 부도를 맞은 패션 브랜드 ‘톰보이’를 인수해 2014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16년부터 자체 패션 브랜드 사업도 키우고 있으며 화장품, 가구 사업에도 진출하고 흑자 경영을 유지하면서 정 사장은 패션에 이어 코스메틱, 유통까지 아우른 경영으로 호평받고 있다.

트렌드세터로 적극적인 SNS 및 대외활동에 나서는 정 부회장과는 달리 정사장은 외부와는 거의 소통하지 않는다. 2016년 12월 대구신세계백화점 개점 행사에 등장한 이후로는 공식행사에 모습을 비추는 경우가 거의 없어 ‘은둔 경영’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김범석

쿠팡 대표이자 유통업계 공공의 적. 최근 쿠팡이 단일 브랜드로 거래액 10조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강희석 대표와 가장 치열하게 맞붙을 경쟁자다.

1978년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대기업 주재원이던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을 대부분 해외에서 보냈다. 미국 명문사립학교인 디어필드아카데미와 하버드대 정치학부를 졸업한 뒤 2009년 하버드 비즈니스쿨(MBA)까지 거쳤다.

하버드 재학 시절부터 그의 사업가적 기질은 뛰어났다. 재학 중에 잡지 ‘커런트’를 만들어 뉴스위크에 매각하고 보스턴컨설팅그룹에 2년간 재직하다 '빈티지미디어컴퍼니'란 명문대 출신들을 겨냥한 월간지 회사를 설립했다가 매각했다.

그리고 마침내 2010년 한국에 돌아와 하버드대에서 친분을 쌓았던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의 딸 윤선주 이사, 하버드MBA 동문인 고재우 부사장 등 7명의 창업멤버와 함께 쿠팡을 세우고 대표이사를 맡았다. 설립 2년 만에 국내 소셜커머스업체 사상 처음으로 흑자를 달성하면서 주목받게 된다. 당시 소셜커머스 본토인 미국에서도 그루폰을 제외하고 흑자를 기록한 회사가 없었다.

현재까지도 거침없는 사업확장을 시도하는 김범석은 ‘스펀지’로도 유명하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궁금하거나 모르는 게 있으면 그 분야 최고의 전문가를 찾아내고 자료를 뒤져 불과 몇 주만에 그 분야 최고 전문가와 맞먹는 지식을 습득해서 붙은 별명이다. 현재 쿠팡이 자랑하는 빅데이터 기반 유통 최적화 솔루션(상품 추천 알고리즘)도 이러한 학습력과 집요한 탐구로 탄생했다는 후문이다.

 

이갑수

전 이마트 대표. 외부 인사인 강희석 대표가 부임하면서 이마트 터줏대감이 물러나게 된 셈이다. 2014년부터 6년간 대표로 재직해 정용진 부회장의 신임을 받는 최측근으로 평가 받았다.

1982년 처음 신세계백화점에 입사하면서 그룹과 연을 맺은 이갑수는 1999년 계열사인 이마트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2006년 마케팅담당 상무를 거쳐 가전레포츠담당 상무, 판매본부장, 고객서비스본부장 등을 두루 거쳐 다양한 현장경험이 무기인 영업‧마케팅 전문가로 꼽힌다. 2012년 이마트 총괄대표이사로 승진한 뒤 2016년 이갑수 단독 대표이사체제가 된다.

정용진이 아이디어를 내면 이갑수는 이를 구체화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실제 ‘52주 발명 프로젝트’ 캠페인, 새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이마트 자체개발 브랜드인 ‘피코크’도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국내 대형마트산업과 온라인 유통산업 간의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이마트는 창사 이래 처음 분기 적자를 내면서 이갑수는 강희석 대표에 자리를 내주게 됐다.

 

임지훈

전 카카오 대표, 현 미국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 재계와 벤처업계에서는 직접 기업을 이끌어 본 적 없다는 점에서 강희석 대표를 임지훈과 비슷하다 평가하기도 한다. 지난 20여년간 국내에서는 외국계 컨설팅펌의 유명 컨설턴트를 스카우트했다 성과 없이 물러나는 등의 시행착오가 반복된 후부터 오히려 수장으로는 컨설턴트를 거의 영입하지 않는 추세다. 이번 강희석 대표 선임 처럼 카카오 대표 취임때 젊은 나이와 외부 수혈이라는 점을 논외로 하더라도 현장경험이 없어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1980년생인 임지훈은 2003년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KAIST) 산업공학과를 최우수로 졸업했다. IT애널리스트로 직장생활을 시작한 임 교수는 NHN 기획실 전략매니저와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컨설턴트를 거쳐 소프트뱅크벤처스에서 수석심사역을 맡았다.

2015년 9월 임교수는 카카오 단독 대표이사로 전격 발탁된다. 2012년부터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세운 투자전문기업 케이큐브벤처스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임교수는 이미 투자업계에서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내며 IT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임교수는 당시 만 35세로 대표이사를 맡게 돼 그에 대한 김범수 의장의 신임이 영향을 끼치지 않고서는 불가능했다는 평가다.

2년 6개월 가량의 임기를 마치며 2018년에 교체될 당시 임교수는 경영 미숙으로 실패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물론 임교수의 투자가 성과를 내고 있는 부분도 있다.

와튼스쿨 MBA 동문회

강희석 대표는 미국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 MBA코스(경영학 석사)를 거쳤다. 유수의 경영대학원 중에서도 세계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곳이다. 저명한 학교로 꼽히기도 하지만 국내에서는 ‘MBA계 해병 전우회’로 불릴 정도로 결속력이 탄탄한 동문회로 유명하다. 정기 신년회를 비롯해 수시로 열리는 골프모임과 와인모임, 80년대 학번 모임, 기수별 모임 등을 통해 많게는 연간 10회가량 동문들끼리 교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류 재계 인사들 중 와튼스쿨 MBA 출신도 많다. 대표적으로 정사장의 남편인 문성욱 신세계인터내셔날 부사장이 있다. 문 부사장과 강 대표는 와튼스쿨 MBA 입학 동기다. 강 대표가 그룹 내부 사정에 훤하고 오너 일가의 신임을 받는 데는 이러한 인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밖에 구본걸 LF 회장, 안재현 SK건설 대표, 김대철 HDC현대산업개발 대표,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 최세훈 전 다음카카오 공동대표 등이 와튼스쿨 MBA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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