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장동윤. 사진. 동이컴퍼니

[미디어SR 김예슬 기자]

여자보다 더 고운 남자. ‘조선로코-녹두전’(이하 녹두전)은 녹두의 여장 비주얼로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그 녹두를 만들어낸 건 배우 장동윤이다. 지난 2015년 편의점 강도를 잡고 뉴스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2016년 배우로 전격 데뷔, 알찬 필모그래피를 쌓던 그는 데뷔 3년 만에 비로소 ‘인생작’을 만났다. 그럼에도 장동윤은 ‘녹두전’에 과한 의미부여 없이 ‘연기의 성장을 일궈낸 작품’이라고 정의 내렸다. 배우로 더 큰 도약을 위해 장동윤은 자신만의 소신을 갖고 나아갈 길을 개척하고 있다. (인터뷰 ①에서 이어집니다.)

Q. 편의점 강도를 잡아 데뷔했잖아요. 그날의 용기가 장동윤이라는 사람의 인생을 바꾼 것이나 다름없죠.
장동윤:
처음에는 꿈인가 생시인가 했어요. 한 1년가량은 계속 그랬죠. 지금 해야 할 게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곤 했어요. 제가 적응이 빠른 편이어서 새로운 일을 하게 되면 흡수를 빨리 하려고 하는 편이거든요. 되돌아보면 시행착오들에 직접 부딪혀가며 겪어온 게 연기나 마인드컨트롤에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시작은 우연치 않게 한 거지만 어쨌든 결정하고 선택한 사람은 저잖아요. 이왕 하는 거면 잘하고 싶은 게 당연하고요. 돌이켜보면 스스로 터득해온 게 제게는 더 좋게 작용했다고 느껴요.

Q. 배우라는 직업을 택한 것에 후회는 없나요?
장동윤:
딱히 후회한 적은 없어요. 지금도 계속 확신이 들고 있어요. 후회한다면 다시 되돌아가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겠죠?(웃음) 물론 배우를 하게 된 뒤 처음엔 힘든 과정들이 있었지만 포기하고 싶을 정도는 아니었어요. 그만큼 연기가 재미있고 점점 더 흥미가 커지고 있는 단계거든요.

KBS2 드라마 ‘조선로코-녹두전’에서 ‘김과부’ 전녹두 역으로 활약한 배우 장동윤. 사진. (유)조선로코녹두전문화산업전문회사, 프로덕션H, 몬스터유니온

Q. 연기의 어떤 점이 재미있어요?
장동윤:
매일 매일이 다른 게 좋아요. 제 성격에도 더 잘 맞는 것 같고요. 역할이 비슷할 수는 있어도 새로운 걸 계속 시도하고 뭔가를 제 스스로 만들어 표현하는 게 정말 재미있어요. 배우는 몸으로 하는 직업이잖아요. 운동선수와도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아요. 계속 훈연하고 발성 연습과 목소리도 관리하고 몸도 만들고… 그런 게 제 체질에 맞더라고요. 외향적이어서 어릴 때부터 집에만 박혀있지 않고 밖에 뛰어나가는 걸 좋아했거든요. 연기는 그런 쪽에 더 가깝다고 생각해요. 감정표현도 재미있고, 여러모로 제게 잘 맞는 직업이에요.

Q. 초반엔 조바심도 느꼈을 법해요. 이 일을 어릴 때부터 시작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으니까.
장동윤:
이왕 시작할 거면 더 일찍 했을 거라는 생각은 해요. 25살 때 회사와 계약을 했으니 그때보다 더 빨리 시작했다면 좋았겠다 싶죠. 이왕 할 것이었다면요. 그래서 조바심이 났던 것도 사실이에요. 또래들은 어린 나이에 필모그래피를 쌓아왔지만 저는 부족하잖아요. 연기 관련 전공도 아니었고요. 불안했어요, 많이.

Q. 지금도 불안할까요?
장동윤:
아뇨. 지금은 전혀 불안감이 없어요. 어떤 계기가 있었다고 하기 보다는 작품을 하면서 조금씩 사라진 것 같아요. 촬영현장은 흔히들 전쟁터라 하잖아요. 시간에 쫓기고 대본도 외워야 하는데다 물에도 빠지는 등 고생도 하고 육체적인 노력도 필요해서 저희끼리는 ‘생존한다’는 표현을 하기도 해요. 그런 치열함 속에서 저만의 생존방법을 찾다보니 불안감도 자연스럽게 사라졌어요. 그리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했는데, 그것 역시 좋았던 것 같아요.

Q. 생존본능을 발휘해서인지, 유독 성장이 빠르다고 느껴져요.
장동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전쟁터에 맨 몸으로 던져놓으니 불안해하면서도 조금씩 저만의 무기를 갖춘 거죠. 그만큼 살아남고자 노력을 했으니 성장이 촉진된 게 아닐까 싶어요.

KBS2 드라마 ‘조선로코-녹두전’에서 ‘김과부’ 전녹두 역으로 활약한 배우 장동윤. 사진. (유)조선로코녹두전문화산업전문회사, 프로덕션H, 몬스터유니온

Q. ‘녹두전’에서의 활약은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연말 시상식도 기대해볼만 하죠(웃음).
장동윤:
그건 마음을 비우고 있습니다(웃음). 솔직히, 욕심 없는 배우가 어디 있겠어요. 배우는 욕심이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기대를 많이 하면 실망도 크니까, 불러주시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하고 또 주신다면 감사히 받아야죠. 아니면 열심히 일하면 되는 거고요. 수상에 너무 연연해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Q. 대중에 배우로서 확실히 각인된 만큼 앞으로 장르의 확장도 꾀해볼 만해요.
장동윤:
뚜렷한 역할일수록 캐릭터를 표현하기 좋은 것 같아요. 일상적인 것들은 오히려 두루뭉술해서 표현하기 힘들더라고요. 뚜렷하면 제가 준비할 게 많아져서 준비하면서 자신감이 생기고 또 재미있어져요. 뚜렷한 직업을 가진 역할을 해보고 싶고, 설정 자체가 뚜렷했으면 좋겠어요. 물론 뚜렷하게 표현하는 것도 배우의 몫이지만요.

Q. 올해는 굉장히 뚜렷한 작품으로 자신을 알릴 수 있었죠. 본인에게 2019년은 어떤 의미로 남을까요?
장동윤:
치열하게 살았던 해예요. 100% 만족은 아니지만 일종의 성과를 거둔 것이어서 성취감을 느끼고 뿌듯하기도 하죠. 대중이 사랑해준 게 성취잖아요. 그런 점에서 무한한 감사를 느끼고 있고 점점 사랑받을수록 부담감도 생겨요. 연기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는 것도 느끼거든요. 하지만 배우는 다른 길로 보답할 길이 없잖아요. 연기로 보답하고 본업을 충실히 하는 게 가장 크니까요. 사랑받은 만큼 각오를 다지게 되는 한 해예요.

Q. 성취가 대중에게서 온다는 게 인상적이네요. 배우라는 직업인으로서 대중에 듣고 싶은 평가나 반응이 있나요.
장동윤:
보통 ‘국민배우’라는 말을 쓰잖아요. 저는 그게 많은 사람들이 호불호 없이 좋아하니까 쓸 수 있는 것 같아요. 단기간에 이뤄낼 수 있는 것도 아니죠. 그래서 저는 꾸준히 오래, 소처럼 열심히 일해서 많은 분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어요. 그래서 ‘국민배우’라는 칭호를 얻는다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 국민이 사랑하는 배우가 되는 것만큼 좋은 게 없죠. 그게 최대의 목표예요.

배우 장동윤. 사진. 동이컴퍼니

Q. 대화를 나누며 느낀 건, 일에 대해 굉장히 주체적으로 생각하는 편 같다는 점이에요. 생각해보면 강도를 잡아 데뷔한 일이나 ‘골목식당’에 찾아가는 것들도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배우’의 느낌과는 다르죠.
장동윤:
일적인 것 외에는 항상 저를 먼저 생각하려 해요. 저는 제 삶이 중요하거든요. 일로 보답을 하면 그 뒤 사생활은 남들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해요. 제 자신을 잃지 않으려 하죠. 다른 배우들이 잘 그러지 않기 때문에 제가 특별해 보일 수도 있지만, 저는 이게 맞는 거라고 생각해요. 죄 짓는 게 아닌 이상에야 뭘 하든 저는 떳떳할 수 있는 거니까요.

Q. 바른생활 청년 이미지도 생겼더라고요. 부담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 이미지가 있으면 늘 잘하다 하나만 삐끗해도 더 큰 비난을 받게 되기 마련이니까.
장동윤:
아무래도 그렇긴 해요. ‘내가 100% 완벽한 사람이에요’라고 누가 자신감 있게 말할 수 있겠어요. 저도 사람이고 실수 안 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언젠가는 실수도 할 수 있고 저도 모르게 누군가를 기분 나쁘게 할 수도 있는 거고요. 저는 의도하지 않았는데 그런 이미지가 구축돼 행동이 더 조심스러워지긴 해요. 하지만 저는 늘 떳떳하고 싶거든요. 사생활에서 그러려면 제가 찔리는 게 없어야 하고요.  저는 더 제멋대로 떳떳하게 살고 싶어요. 그래서 도덕적 관념에서 더욱 조심하게 되죠.

Q. 이렇게 영민하니까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도 더욱 잘 잡은 거겠죠?(웃음). 전환점을 맞은 본인에게 스스로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장동윤: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스스로에게 고생 많았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더 열심히 할 수 있지 않았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부끄럽지 않을 만큼의 노력은 스스로에게 한 것 같아요. 휴식으로 보답 받을 만한 한해였다고 봐요. 물론 현실적으로 쉬긴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요(웃음). 참, 고생 많았던 해였네요.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