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장동윤. 사진. 동이컴퍼니

[미디어SR 김예슬 기자] 

여자보다 더 고운 남자. ‘조선로코-녹두전’(이하 녹두전)은 녹두의 여장 비주얼로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그 녹두를 만들어낸 건 배우 장동윤이다. 지난 2015년 편의점 강도를 잡고 뉴스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2016년 배우로 전격 데뷔, 알찬 필모그래피를 쌓던 그는 데뷔 3년 만에 비로소 ‘인생작’을 만났다. 그럼에도 장동윤은 ‘녹두전’에 과한 의미부여 없이 ‘연기의 성장을 일궈낸 작품’이라고 정의 내렸다. 배우로 더 큰 도약을 위해 장동윤은 자신만의 소신을 갖고 나아갈 길을 개척하고 있다.

Q. ‘녹두전’이 남다른 기억으로 남아있을 것 같아요.
장동윤:
여운이 커요. 여장남자라는 포인트가 극 중반까지 시청자를 유입시켜야 하는 핵심이어서 부담과 걱정이 많았던 작품이었어요. 사진 공개 후 방송 반응이 어떨지 전혀 예상을 못하겠어서 걱정이 컸죠. 실패할 수도 있잖아요. 방송 이튿날까지 그 걱정을 계속 했던 것 같아요.

Q. 시청자 반응이 괜찮다는 확신은 언제부터 들었나요?
장동윤:
방영 첫 주에 전반적인 드라마 분위기가 보이잖아요. 그때 시청자 분들이 코믹한 요소들을 재미있게 봐주시는 것 같아서 한시름 놨어요. 다만 ‘김과부’ 캐릭터를 너무 좋아하셔서 남자로 나올 땐 매력이 떨어져 보일까봐 우려도 됐는데, 5부 엔딩에서 녹두가 동주에게 상의 탈의 후 고백하는 장면에 좋은 반응을 보여주셔서 그때 걱정이 많이 사라졌어요. 다만 후반부로 갈수록 극이 무거워지는 걸 알았기에 시청자 분들께서 배신감을 느끼실까봐 걱정이 계속 되긴 했죠.

KBS2 드라마 ‘조선로코-녹두전’에서 ‘김과부’ 전녹두 역으로 활약한 배우 장동윤. 사진. (유)조선로코녹두전문화산업전문회사, 프로덕션H, 몬스터유니온

Q. 여장남자 연기를 위한 준비과정도 화제가 됐어요.
장동윤: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여성이니 어떤 특정 모습을 갖춰야 하는 건 아니라는 점이었어요. ‘녹두전’을 준비하면서 참고 차 여러 작품을 봤는데, 여장남자는 코믹하거나 과장돼 희화화돼 그려지는 게 많더라고요. 소재의 쓰임새가 한정적이랄까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연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외국 작품에서 자연스러운 여장남자를 연기하는 모습을 참고했어요. 영화 ‘투씨’와 ‘미세스 다웃파이어’ 같은 작품을 봤죠.

Q. 생각해보면 작품 속 여장남자는 유독 코믹한 소재로만 활용됐던 것 같아요.
장동윤:
맞아요. 그리고 녹두를 연기할 때 ‘여자처럼 걸어보라’는 디렉션을 받기도 했었는데, 사실 여자 걸음이라는 건 없는 거잖아요. 제 의견으로서 주장하는 것도 있지만 리얼리티에 입각해도 그건 정말 아니고요. 그러려면 과부촌 여성들의 걸음이 일률적인 모습을 띄어야 하는 거지만 그분들이 연기할 땐 그런 디렉션이 없었을 테니까, 저 역시도 저만 과하게 표현해야 하는 부분은 거부하려 했죠. 다만 기존에 사람들이 여장남자를 떠올릴 때 생각하는 코믹한 부분을 겨냥해서 만들어진 신은 어쩔 수 없이 했죠. 다행히 보시는 분들도 재미있게 봤다는 반응을 보여주셔서 그 장면은 활용이 잘 돼 좋은 효과를 본 것 같아요.

Q. 과한 표현이 없던 터라 김과부 캐릭터에 더욱 반응이 뜨거웠던 것 같아요. 여자보다 더 곱다는 칭찬을 넘어 캐릭터 자체의 호감 자체가 컸죠. 그 캐릭터를 표현하고자 하는 배우의 마인드도 좋았고.
장동윤:
김과부를 표현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 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면 더 이상해질 것 같았어요. 여자의 걸음, 여자의 목소리가 없듯 여자의 열굴이란 것도 없다고 생각했죠. 그저 ‘녹두’ 캐릭터에 맞게 준비했을 뿐이에요. 고증을 위해 비녀도 꼽아보고 의상·분장팀과 콘셉트 회의를 거쳤지만 외모를 인위적으로 어떻게 만들어야겠다는 노력은 전혀 하지 않았어요. 사실 제 콤플렉스가 선이 굵지 않은 외모인데, 사람은 결핍된 걸 얻고 싶어 하는지라 야성미 넘치는 외모를 동경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런 밋밋하게 생긴 얼굴이 남자·여자 구분 없이 여장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는 부분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KBS2 드라마 ‘조선로코-녹두전’에서 ‘김과부’ 전녹두 역으로 활약한 배우 장동윤. 사진. (유)조선로코녹두전문화산업전문회사, 프로덕션H, 몬스터유니온

Q. 사실 여장 캐릭터는 ‘모 아니면 도’로 통해요. 출연 결정에 있어 각오가 남달랐을 것 같은데.
장동윤:
연기적으로 제게 180도 반전 같은 파격적 시도였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조금씩 폭을 넓히는 정도로 받아들였죠. 표면적으로만 봤을 땐 여장남자가 파격적인 엄청난 연기변신처럼 느껴질 수 있겠지만 저 스스로는 제가 감당할 수 있는 범주 안에서 폭을 넓힌 거라고 보고 있거든요. 한정지어 연기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니 연기가 더 재미있더라고요. 안 해본 연기를 시도하는 건 앞으로도 제게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녹두전’은 제게 그런 의미를 찾은 과정이 됐고요.

Q. 사극인데 주연이고 심지어 여장까지 했어요. ‘녹두전’에서 가장 부담으로 다가왔던 지점이 무엇이었을지 궁금해요.
장동윤:
사극은 부담이 되지 않았어요. 사극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면 오히려 녹두 캐릭터 표현에 방해가 되더라고요. 의상과 장소, 인상착의와 대사 톤 모두 사극이지만 녹두는 그거에 연연하지 않아야 연기하기에 수월했어요. 여장 역시 연기 요소일 뿐이어서 제게는 큰 걸림돌이 아니었죠. 다만 주연에 타이틀 롤이라는 부분은 부담이었어요. KBS의 월화드라마인데다 내부에서 기대작으로 통해서 더 부담됐고요. 제가 시청자를 몰입시키지 않는 이상 다른 요소로 채워질 수가 없던 작품이기도 해서 중압감이 엄청났죠.

Q. 그래도 이 작품을 성공적으로 마쳤어요. 함께 호흡을 맞춘 동료들에게 배우는 바도 많았을 것 같아요.
장동윤:
배려가 많은 현장이었어요. 마음이 편해야 연기하기도 편한데 불편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거든요. 가장 많은 신을 함께 한 김소현 씨는 워낙 베테랑인데다 인생 자체를 배우로서 살아와서 그런지 제게 배려를 많이 해줬어요. 경험치가 많다보니 상대방이 어떻게 해야 연기를 편하게 할 수 있을지를 잘 알더라고요. 감정 연기를 할 때도 편하게 할 수 있게끔 유도를 해주고 녹두가 동주에게 어떻게 행동해야 다정한 매력이 느껴지는지도 알려줬어요. 연기에 대한 조언보다는 호흡을 잘 맞췄고 이야기도 많이 나눴어요. 많은 배움이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KBS2 드라마 ‘조선로코-녹두전’에서 ‘김과부’ 전녹두 역으로 활약한 배우 장동윤. 사진. (유)조선로코녹두전문화산업전문회사, 프로덕션H, 몬스터유니온

Q. 이번 작품을 통해 장동윤이라는 배우가 대중에 확실히 각인됐어요. 본인도 체감하는 부분이 있나요?
장동윤:
객관적으로 봤을 때 대중에 가장 저를 많이 알려준 작품인 건 당연히 맞아요. 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요. 저는 최대한 주위 반응에 담담하려 하거든요. 그게 좋은 거든 나쁜 거든 간에 흔들리기 마련이니까 연기에 득 될 게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욱 초연해지려 하는데 팬 카페에 사람도 많아지고 저를 많이들 좋아해주셔서 사랑받고 있다는 걸 느끼고 감사해하고 있어요.

Q. 그래서인지 ‘녹두전’이 장동윤의 ‘인생작’이라는 평가도 많아요.
장동윤:
하지만 그런 평은 떨쳐내려 하고 있어요. 사람은 발전하길 원하잖아요. 이걸 인생작으로 말하거나 전성기라고 스스로 못박아버리면 그거에만 연연할 것 같아요. 녹두가 정말 매력 있는 캐릭터고 이런 친구를 만나기 쉽지 않은 걸 알지만, 그걸 뛰어넘는 캐릭터를 못 만나면 너무 슬플 것 같아서 저는 녹두를 너무 특별하게 여기지 않으려 하고 있어요. ‘녹두전’만 하고 배우를 때려 칠 건 아니니까요(웃음). 꾸준히 일해야 하는데 녹두만 부각되면 앞으로 초라해 보일 수도 있으니까 최대한 생각 않고 배우로서 연기적인 성장을 이뤄냈다는 정도로만 생각하려 해요.

Q. 녹두 캐릭터의 임팩트가 강한 만큼 이미지의 고착화에 대한 우려도 나와요.
장동윤:
걱정되죠.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람들에게 확실한 인상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 작품을 정말 하고 싶었던 거라 끝난 뒤의 우려까진 미리 생각하지 않았어요. 다만 끝내고 보니 그런 생각은 들더라고요. 그래도 ‘김과부’가 여장남자 요소로만 소비될 건 아니라고 봐요. 드라마 외에도 많은 영역에서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려는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녹두전’은 성별이 남자여도 남자 주인공이라 해서 이런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관념을 깨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KBS2 드라마 ‘조선로코-녹두전’에서 ‘김과부’ 전녹두 역으로 활약한 배우 장동윤. 사진. (유)조선로코녹두전문화산업전문회사, 프로덕션H, 몬스터유니온

Q. 규정된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 했고, 또 그렇기 때문에 녹두에 대한 반응이 더 뜨거웠던 것 같아요.
장동윤: 
앞으로는 제가 여장을 굳이 하지 않더라도 김과부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 포인트들을 표현할 수 있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김과부는 남자나 여자라는 구분 없이 규정된 행동도 하지 않아 더 매력적인 캐릭터라 생각하거든요. 이미지 고착화에 대한 우려는 들지만 만약 또 좋은 대본에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면 여장 캐릭터여도 배우로서 안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요.

Q. 영민한 배우라는 생각이 들어요. 작품을 연구할 때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려 하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어요.
장동윤:
배우라는 직업은 대중 트렌드에 맞춰 따라갈 수밖에 없으니까요. 제가 혼자 골방에 갇혀 독백하는 게 아닌 이상 배우는 대중을 위해 존재하잖아요. 평가에는 담담하려 하지만 대중 시선은 더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반응하려 하죠. 대중에 사랑받는 게 0순위 목표이기 때문에 연기할 때와 대본을 볼 때도 트렌드를 최대한 생각하면서 하려고 해요. 그 트렌드가 잘못된 것이어도 그건 소수의견이 아닌 대다수 사람들의 생각이니까요.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 주는 게 최고 목표고 그게 또 맞는 거라고 봐요.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게 아닌 이상 트렌드를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는 거죠.

Q. 대중의 한 사람으로 있다가 배우가 된 거라 그런지 배우라는 직업 자체에 대해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 같아요.
장동윤:
그런 면이 있죠. 데뷔 전에 연예인들을 보면서 ‘왜 저렇게 할까?’라고 느꼈던 게 많거든요. 그래서 더 그런 부분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취업준비와 사회 경험도 해봤고 제 성격 자체가 일에서 득실을 따진 합리적 판단을 많이 하려 해요. SNS도 득실을 따져보니 실이 압도적으로 커서 안 하거든요. 배우로서 처신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늘 득실을 따져보고 있어요. (인터뷰 ②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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