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대단히 죄송합니다”

삼성그룹이 18일 고위 임원들이 삼성전자서비스 노조를 와해시키려 한 혐의로 1심서 실형을 받자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과문에 ‘건강한 노사문화’를 정립해나가겠다고 밝혔지만 창립 이후 ‘무노조 경영’ 원칙을 고수했던 삼성이 노동조합을 교섭 대상으로 인정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명의로 “노사 문제로 인해 많은 분들께 걱정과 실망을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과거 회사 내에서 노조를 바라보는 시각과 인식이 국민의 눈높이와 사회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겸허히 받아들입니다. 앞으로는 임직원 존중의 정신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이고 건강한 노사문화를 정립해 나가겠습니다”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삼성은 무노조 경영 원칙을 50년 넘게 고수해왔다. 1938년 이병철 회장이 대구에서 삼성상회를 창립한 이후 줄곧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았다. 1960년 제일모직 노조, 1977년 제일제당 미풍 공장 노조가 있었으나 결성 직후 내외부 압력에 의해 해산됐다.

현재 삼성그룹 내에서는 사원협의체로 직원의 의견을 사측에 반영하고 있다. 19일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디어SR에 “그간 사원협의체 등을 통해 직원들의 요구나 복지 등을 협의해왔다”고 밝혔다. 그간 삼성 측은 비노조 경영이 노조가 필요하지 않은 업무 환경을 조성하는 기업 경영방식 중에 하나라고 밝혀왔다.

현재 삼성그룹에 계열사별로 노조가 설립돼 있긴 하나 삼성은 노조의 요구에 대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측이 사과문에서 ‘건강한 노사문화’를 추구하겠다 밝혔으나 앞으로 살펴봐야 할 이유다.

이에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디어SR에 “건강한 노사문화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과 프로세스는 아직 논의 중”이라면서 노동조합과 교섭하는 등 실절적으로 노조와 소통할지에 대해서도 “법과 절차에 따를 것”이라고만 밝혔다. 삼성 내부에서는 노조 없이도 ‘건강한 노사문화’라고 판단했는데 이번 판결이 생각의 전환이 됐다고 전해진다.

이에 대해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위원은 미디어SR에 “삼성의 무노조 경영은 50년도 더 된 경영 전략인 셈인데 경영 환경부터 근로자의 가치관, 근로 환경 등 수많은 것이 바뀌었다”면서 “이제는 노조 설립을 억지로 막는 것이 훨씬 더 큰 리스크(위험)를 떠안는 결정이며 무노조 경영이 한계에 다다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미디어SR에 “노조 설립은 결국 노동자의 목소리가 전달되는 의미가 가장 크다. 임금의 문제가 아닌 노동자의 ‘권리’와 ‘의견’을 듣고 소통하는 것이야말로 노사가 협력해 리스크 관리를 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야 한다”면서 서구의 발전한 노사문화를 예시로 조언했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유영근)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과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에게 각각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이상훈 의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삼성그룹은 고위 임원들이 이례적으로 실형을 선고받아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선고 다음날에서야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이름으로 200자가 채 되지 않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