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파기환송심 재판에 앞서 서초 서울고등법원 앞 포토라인에 섰다.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법원이 삼성그룹이 조직적으로 삼성전자서비스 내 노동조합 설립을 와해시키려 한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고 삼성전자 및 삼성전자서비스 고위 임원 5명에게 실형을 선고, 법정구속했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유영근)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삼성전자 전‧현직 임원 다수에게 실형을 선고하며 “문건 자체로도 범행 모의와 실행, 공모까지 인정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고 언급했다.

1심 재판 결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과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이 각각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대응 조직인 종합상황실 실장으로 근무하며 노조를 무력화하는 ‘그린화’ 작업을 진행한 최평석 삼성전자서비스 전무에게도 징역 1년2개월이 선고됐다.

이 외에 목장균 삼성전자 전무는 징역 1년,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은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박용기 삼성전자 부사장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정금용 삼성물산 대표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에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측은 18일 입장문을 내 “대단히 죄송하다”면서 “과거 회사 내에서 노조를 바라보는 시각과 인식이 국민의 눈높이와 사회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것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은 창업 초기부터 고수해온 ‘무노조 경영’ 방침을 관철하기 위해 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주도로 노조와해 공작을 총괄‧기획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라 불린 미전실이 매년 노조설립 저지, 세 확산방지, 고사화, 노조탈퇴 유도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그린화’ 전략을 수립하면 계열사별로 대응태세를 점검하고 다시 대응했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삼성은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해 조합활동을 이유로 임금을 삭감하고, 조합원들의 재취업까지 방해하며 채무 등 재산관계 및 임신 여부까지 사찰하는 등 갖은 수단을 동원했다.

재판부는 “미래전략실에서부터 파생돼 계열사 및 자회사로 배포된 각 노조전략, 비상대응 시나리오, 비밀동향 보고 등 노조를 와해시키고 고사되도록 하겠다는 구체적인 시행방안까지 기재한 문건들이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판결로 삼성전자는 창사 이래 최초로 이사회 의장이 구속되는 사태를 맞았다. 추후 이사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신임 의장이 교체되거나 이사회 내에서 직무대행을 선출할 것으로 보이지만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미디어SR에 “이 의장이 등기이사에서 물러나면 주주총회 의결까지 필요해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걸린다”고 밝혔다.

현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지난 10월부터 파기환송심을 진행하고 있으며 내년 1월에 네 번째 공판을 앞두고 있는 만큼 경영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삼성전자의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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