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재벌 소유 토지자산(땅값) 장부가액 변화. 제공.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현대, 롯데, 삼성, SK, LG 등 5대 재벌그룹이 소유한 부동산 가격이 23년 사이 6배나 올라 차액이 최대 22.5조원에 달했다. 또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기업 소유 부동산 자산에 대한 감시는 미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오늘 오전 서울 종로 경실련 강당에서 ‘5대 재벌 토지자산 증가 및 역대 정부 재벌토지자료 공개현황’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발표 내용에 따르면 현대차·롯데·삼성·SK·LG 5대 그룹이 소유한 토지자산은 장부가액 기준 1995년 12조3000억원에서 2018년 73조2000억원으로 약 61조원 증가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미디어SR에 “공시자료의 장부가액으로밖에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에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이 증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실련은 “정부의 부동산 투기 방지 및 불로소득 환수 장치가 부재해 재벌그룹이 기업 활동이 아닌 비생산적인 경제활동에 몰두하고 있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재벌그룹이 토지자산 증식, 부동산 개발‧임대‧관리 등의 비생산적 경제활동으로 불로소득을 얻는 데 집중하게 되면 전반적인 주택 가격 및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5대 재벌 보유 토지자산(땅값) 장부가액 변화. 제공. 경실련

1995년 김영삼 정부는 부동산 실명제를 실시해 5대 재벌의 토지 소유 현황을 공개한 바 있다. 당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실명제 실시 직전 각 그룹 임원들의 차명 소유 토지까지 합해 1995년 6월 기준 삼성이 3.7조원으로 가장 많은 토지를 소유하고 있었다. 이어 엘지(LG) 3.3조원, 현대 2.2조원, 선경(SK) 1.8조원, 롯데 1.3조원 순이다.

2018년 말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하면 현대차그룹이 24.7조원으로 가장 많은 토지 자산을 갖고 있으며 23년 사이 11배나 가격이 올라 22.5조원의 차액이 발생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더라도 5배 넘게 올랐다. 그 다음 롯데 17.9조원, 삼성 14조원, SK 10.4조원, LG 6.2조원 순으로 토지자산을 소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평균적으로 이들의 토지자산은 6배 올랐으며 물가상승률(1995년 대비 2018년 물가상승률 1.906배) 감안해도 3배 가까이 올랐다.

경실련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재벌개혁과 공정경제, 부동산 투기 근절을 외치면서 재벌의 부동산 보유현황 등 기초적인 정보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경실련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지방세법에 따라 비업무용토지를 구분해 과세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적어도) 재벌그룹이 소유한 비업무용토지와 공정가액 등을 파악할 수 있다”면서 “올해 3월부터 꾸준히 정부에 공개 요청을 했음에도 비공개 결정을 한 것은 정부의 의지가 없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미 지난 7월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회동 시에도 기업의 비업무용 토지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김상조 정책실장에게 해당사항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1989년부터 2019년까지 역대 정부 재벌 보유토지자료 공개 현황. 제공. 경실련

한편 재벌그룹의 토지 자산 자료를 제대로 공개하지 못하게 된 것은 이명박 정부 때다. 2011년 국제회계기준 도입을 핑계로 기업 공시 자료에서 토지 자산 내역이 제외되면서 재벌그룹의 토지 소유 현황은 베일에 가려졌다.

30년 전 1989년 노태우 정부는 재벌들의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고 기업 본연의 생산 활동에 집중하도록 토지공개념을 도입하고 법인의 비업무용 부동산에 중과세를 매기거나 강제로 매각하도록 했다. 부동산대출 사전‧사후 심사와 규제도 엄격하게 적용했다. 김영삼 정부도 부동산 실명제를 도입해 재벌 기업의 토지 소유를 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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