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조합총연맹 김주영 위원장(좌), 중소기업중앙회 김기문 회장(우). 사진. 한국노총, 중소기업중앙회 제공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중소기업중앙회가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협력해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공동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대립적 노사관계가 경제 성장의 걸림돌로 제기된 가운데 나온 노사공동행동이라 의미가 더 깊다.

16일 오전 11시 중소기업중앙회 김기문 회장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김주영 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서 두 단체는 납품단가 후려치기, 일감 몰아주기 등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관행을 개선해 중소기업의 영업이익을 현실화하고 상생협력의 생태계를 정착시키기 위해 공동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두 기관은 공동 태스크포스(TF·공동협의체)를 설치해 ①현황조사 및 분석 ②제도 개선방안 연구 ③공정거래 정착 및 상생협력문화 조성의 3단계로 공동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양측은 우선 2020년 중 1단계(현황조사 및 분석)를 우선 추진한 후 2‧3단계 추진과 관련한 세부계획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우리가) 사용자를 대상으로 불공정거래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면 한국노총에서 운영하는 (불공정거래) 신고센터는 협력업체 등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신고센터를 설치한 뒤 접수 사례는 공정거래조정원의 조정 지원도 같이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계자는 미디어SR에 “다만 향후 추진 일정은 내년에 한국노총 위원장이 바뀔 수도 있어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간담회에서 김 회장은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0.3%인 대기업이 영업이익의 64.1%를 차지하고, 전체기업의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영업이익은 22%로 나타났다”고 지적하면서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개선 없이는 (중소기업이) 이익 내기 힘들다”고 중소기업의 어려운 경영 상황을 지적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중소기업의 지불능력이 늘어난다면 (노동)시간 단축이나 최저임금 등에 있어서 노동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면서 “이것이 바로 상생”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대‧중소기업 노동자들이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국노총은 국내 양대 노총 중 하나로 이 중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이 절반 이상(55.4%)을 차지한다. 50인 미만 사업장(31.6%)까지 더하면 전체 조합원의 87%가 중소기업 종사자다. 이은호 한국노총 대변인은 미디어SR에 “예를 들어 금속(노조)의 경우 한국노총 소속 노조원들은 1밴드, 2밴드(협력업체) 소속이 많고, 운수 쪽으로도 택시나 버스 등 중소기업 소속 노조원이 많다”고 설명했다. 결국 대기업 하청업체 등 중소기업의 영업이익이 현실화하면 한국노총 노조원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데 적합한 경영 환경이 조성되는 셈이다.

사용자 단체인 중소기업중앙회와 노동자 단체인 한국노총이 대기업의 불공정 관행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노총에 따르면 오늘 간담회는 지난 10월 말 김 회장이 한국노총을 방문했을 때 제안해 성사됐다. 이 대변인은 미디어SR에 “당시 김 회장님이 방문해 (입장 차가 분명한 건 차치하더라도) 함께 할 수 있는 건 먼저 해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면서 두 단체 간 공동행동의 출발점을 밝혔다.

추후 중기중앙회는 한국노총과 함께 시작한 공동대응을 '범(凡)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생태계 조성 운동'으로 확장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와 관련 김 회장은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이나 대한상공회의소와도 접촉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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