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김사민 기자] 2000여 명의 투자자에게 4600억원 규모로 판매된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이 수익을 내지 못해 만기를 연장하고 있어 내년 금융권에 잠재한 위협으로 지적되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독일 헤리티지 DLS의 전체 발행 금액은 약 4600억원으로, 이중 신한금융투자가 3800억원을 판매했다. 은행권에서도 KEB하나은행이 500억원, 우리은행이 220억원을 판매했다.

독일 헤리티지 DLS는 독일 정부가 문화재로 지정한 부동산을 매입해 재개발을 진행한 뒤, 분양 수익과 매각 차익으로 수익을 내는 펀드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파생상품이다. 독일 현지 시행사 저먼프로퍼티그룹(옛 돌핀트러스트)이 매입한 18곳의 독일 부동산 개발에 투자하는 싱가포르 역외펀드를 기초자산으로 해서 NH투자증권, 키움증권, KB증권 등 자산운용사가 2년여 만기로 발행했다.

문제는 독일 유산 재개발을 위한 독일 정부의 인허가가 지연되면서, 예정된 만기일에 원금 상환에 실패한 것이다. 지난 7월 23일 만기가 도래한 상품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신한금융투자 판매 잔액 중 1000억원가량이 내년 3월까지 만기가 연장된 상태다. 

KEB하나은행도 같은 상황에서 총 판매잔액 500억원 중 200억원의 만기를 연장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만기가 도래한 200억원은 계속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지만, 나머지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300억원은 만기 도래 상품과 동일한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당장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DLS 규모가 32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원금 손실 우려와 함께 '잠자는 폭탄'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운용사와 판매사는 현지 시행사가 보유한 부동산 자산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원금을 회수하려는 계획이지만, 아직까지 원금 상환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16일 미디어SR에 "재개발이 미뤄짐에 따라 펀드 운용사가 시행사에 자산 매각을 지시하고, 신한금융투자도 전체 매각을 통한 빠른 상환 방법을 알아보는 등 원금 상환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부동산 매각이 돼야 원금 상환을 하는데, 급하게 부동산을 매각하면 좋은 가격을 받기 어렵다"고 전했다.

재개발 사업은 출구가 보이지 않고, 자산 매각 작업도 더디게 이뤄지면서 계속된 만기 연장이 어느 시점에서 원금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지난주까지 신한금융투자에 대한 종합검사를 진행하면서 독일 헤리티지 DLS 상환 계획도 함께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금융투자검사국 관계자는 미디어SR에 "독일 헤리티지 DLS 원금은 기초자산에 있는 부동산을 팔아야 상환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신한금융투자를 중심으로 판매사에서 관련 부동산 자산을 매각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전수 조사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해당 상품의 손실이 제한적이라는 입장을 보인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손실 가능성을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부동산을 담보로 잡고 있으니 원금이 0원이 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손실 자체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는 부동산 처분이 가능한 상황이라서 시행사 쪽에서도 원금 회수에 대해 심각하게 보는 상황은 아니다"고 전했다. 

한편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5일 '금융투자회사 CEO 간담회'에 참석해 "부동산금융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내년부터 펀드의 제조부터 판매, 사후관리 등 모든 단계를 관리하는 부동산금융 종합관리시스템 개발에 착수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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