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사진:구혜정 기자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공격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CJ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주력 계열사인 CJ제일제당은 인력 재배치를 통해 경영 효율을 제고하겠다고 밝혔지만 이같은 조치가 인력 감축 차원에서 실행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그레이트 CJ’를 천명하며 매출 100조원 달성을 목표로 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10월 목표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면서 “연내에 재무구조 개선 성과를 내라”는 특명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그룹 주력사인 CJ제일제당은 비상 경영을 선포하고 인력 재배치에 돌입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미디어SR에 “회사 차원에서 인위적으로 공고한 것이 아니라 구조조정이라고 볼 순 없다”면서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SKU(품목 수)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이뤄지는 자연스러운 직무 조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이직하거나 퇴사한 직원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인력 재배치가 구조조정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CJ제일제당 내부에서는 입사 3년차 대리 직급도 인력 재배치 대상에 올랐다는 소문도 나오면서 내부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CJ는 노조가 없으며 희망퇴직, 명예퇴직 등의 제도도 없다.

CJ가 이같은 인력 재배치까지 나선 것은 중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공격적인 투자와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비롯됐다. 주력 계열사인 CJ제일제당은 수년간 국내외 인수합병(M&A)과 대대적인 마케팅 등 외형 확장을 위해 공격적인 경영을 했다. 공격 경영의 성과가 가시화되기 전에 부채 비율이 올라가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이에 CJ제일제당은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미국 최대 냉동식품 회사인 쉬완스컴퍼니를 2조원대의 금액으로 인수하기로 결정하면서 급격히 재무 부담이 커졌다.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지난해 CJ헬스케어를 1조 3000억원에 매각했음에도 여전히 재무 부담이 큰 상황이다.

CJ제일제당은 가양동 유휴부지, 구로구 공장 부지 등을 매각해 1조 1328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가양동 부지는 CJ그룹 본사가 이전해 CJ타운을 건설하려던 곳으로, 이 회장의 비전 달성은 더욱 멀어진 셈이다. 2015년 5조원 수준이던 CJ제일제당의 차입금은 2018년 기준 7조 2000억원으로 늘었으며 올해 3분기 기준으로 9조4752억원을 기록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이같은 자산 유동화 작업과 함께 해외 자회사에서 영구채를 발행하기도 하는 등 내년 초에는 쉬완스컴퍼니 인수 전인 2018년 수준의 재무 건전성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한편 지난해 연말 부채비율이 1004%까지 치솟은 CJ푸드빌은 부채를 줄이기 위해 알짜로 평가받던 투썸플레이스 지분 매각에 나서면서 급한 불은 끈 상태다. 그러나 뚜레쥬르와 계절밥상 등 외식 브랜드 상황은 여전히 어려운 편이다.

CJ그룹 맏형인 제일제당의 이러한 자금 확보 노력에도 그룹의 14개 계열사가 발행한 사채 약 1조4302억 원이 내년 만기일을 앞두고 있으며 2021년까지 추가로 1조2141억 원 사채의 만기가 도래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CJ그룹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한편 지난 1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를 승인하면서 CJ ENM은 8000억원을 확보하게 됐다. CJ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미디어SR에 “차입금 규모와 무관한 사안으로 사업 간 선택과 집중의 차원에서 이뤄진 결정”이라고 답해 그룹 차원에서는 알뜰폰사업 수익성이 악화된 데 따른 부담을 덜어 낸 계기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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