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사진] 일반 결정질 실리콘 기판과 투명 실리콘 기판 비교. 사진. UNIST(울산과학기술원) 제공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국내 연구진이 유리창을 태양전지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서관용 교수팀이 그 주인공이다. 이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빌딩과 자동차 등의 유리창을 통해서 전기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12일 서관용 교수팀은 짙푸른 불투명 실리콘 태양전지를 투명하게 만드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고 밝혔다. 일반 유리창에 비해 조금 어둡지만 광전변환 효율(태양광을 전기에너지로 변환할 수 있는 능력)이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의 절반을 넘는 12.2%에 달한다. 지금까지 개발된 무색‧투명한 태양전지 중 가장 높았다.

고층 빌딩 유리창과 버스 등 다양한 곳에 서관용 교수팀의 태양전지가 사용되면 현재보다 많은 양의 태양광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광 투과율도 다양하게 조절할 수 있어 건물의 유리창부터 자동차 선루프까지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관용 교수는 미디어SR에 “태양광 발전이 확산하는 추세에 따라 산과 논밭 등에 무분별하게 태양 전지가 설치돼 산림 및 자연환경 훼손 우려가 있었다”면서 “기존의 태양광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결해보자”는 취지로 연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디어SR에 “사실상 현재 쓰이는 태양전지의 광전변환 효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기는 어렵고, 분자와 새로운 물질 등을 사용해 새로운 소재로 투명한 태양전지를 만드는 시도도 존재하나, 효율이 현저히 낮은데다 안전성도 검증이 안돼 상용화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태양광 발전에 쓰이는 태양전지의 90%는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다. 안전성과 광전변환 효율이 우수해서다. 하지만 이 태양전지의 광활성층(태양광이 흡수돼 전기에너지를 생산하는 부분)인 결정질 실리콘은 검고 탁한 특성이 있어 투명하게 만들 수 없다고 알려져 왔다. 물체가 투명하게 보이려면 가시광선이 ‘통과’해야 하는데 결정질 실리콘은 가시광선 영역을 흡수해 전기에너지를 생산한다.

이에 서관용 교수팀은 실리콘 위에 ‘미세구조’를 도입했다. 이 미세구조는 인간의 눈으로 식별하지 못하는 구조로 이뤄졌으며 태양광을 투과한다. 따라서 미세구조가 있는 부분에서는 가시광선을 투과하고, 그렇지 않은 실리콘 영역에서는 가시광선을 포함한 태양광을 흡수하게 된다.

[연구그림] 실리콘 기판 모형도 및 전기적 성질. 사진. 울산과학기술원(UNIST) 제공

사람은 두 물체가 특정 각도 이하일 경우 두 물체를 식별하지 못한다. 제1저자인 이강민 UNIST 에너지공학과 석ㆍ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이 원리를 이용해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구조를 만들었고, 실리콘 태양전지도 투명하게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공동 1저자인 김남우 UNIST 에너지공학과 석ㆍ박사통합과정 연구원도 “이번에 개발한 투명 태양전지는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 제조시설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어 상용화 가능성이 크다”면서 “특히 투명 결정질 실리콘 제작 기술은 태양전지뿐 아니라 다른 실리콘 기반 전자소자를 투명하게 만드는 연구로도 확장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서관용 교수는 “‘결정질 실리콘은 투명할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깬 매우 의미 있는 연구”라면서 “이번에 개발한 태양전지는 투명성뿐 아니라 높은 효율과 옥외사용 안정성 등 투명 태양전지가 필요로 하는 모든 요소를 만족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셀의 에너지 분야 자매지인 ‘줄(Joule)’에 12월 12일자로 공개됐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