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 홈페이지. 캡처.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르노삼성자동차 노조가 파업을 결의하면서 판매 부진으로 시름하던 르노삼성자동차에게는비상이 걸렸다. 반면 올해 현대차 노조와 기아차 노조는 자동차 산업의 격변, 한·일 무역갈등과 국민 여론 등을 고려해 노사 모두 무분규 상태로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지난 9일 부산지방노동위원회가 르노삼성 노조의 조정 신청에 대해 중지 결정을 내리면서 르노삼성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권을 갖게 됐다. 이에 따라 10일 르노삼성 노조는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 찬성 1천364표(66.2%), 반대 565표(27.4%)로 파업 행위가 가결됐다고 밝혔다. 노조는 추후 대의원대회 등을 열어 파업 시기와 수위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지난 9월부터 사측과 7차례의 실무 교섭과 5차례 본교섭을 진행했음에도 사측과의 접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기본급 15만3335원(8.01%) 인상 △노조원 한정 매년 통상임금의 2% 추가 지급 △임금피크제 폐지 △일시금 및 격려금 400만원 등을 올해 임금협상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노조원의 임금을 10.1% 높이고 정년퇴직까지 고임금을 보장하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사측은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기본급 인상은 불가하다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지난 수년간 흑자가 이어진 만큼 기본급 인상 여력은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지난 6월 노조 측은 사측과 임단협에 합의하면서 노사 상생 공동 선언문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선언문에는 노사 모두 갈등보다는 화합을 통해 신차물량을 확보하고, 무분규 사업장으로 거듭나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았지만 노조가 파업을 결의하면서 선언문은 휴지조각이 될 처지에 놓였다.

문제는 자동차 산업이 마주한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사실이다. 미래자동차 시대로의 전환기에서 내연기관 자동차의 판매량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실상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선택은 고강도 구조조정으로 향하고 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자동차 둥에 올인하기 위해서 아우디, 포드자동차, 폭스바겐 등이 잇달아 감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르노삼성도 이러한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올해 10월까지 누적 생산은 13만7472대로 전년 동기 대비 24.7%나 축소됐다. 이대로라면 르노삼성의 올해 생산량은 2015년 이후 처음 20만대를 밑돌게 된다.

올해 초 르노 본사는 수출 물량을 배정할 계획이었지만 노조가 파업을 계속하자 결정을 미뤘다. 이 과정에서 닛산의 SUV 캐시카이 위탁생산이 무산됐고 내년 출시 예정인 신차 XM3의 유럽 수출용 위탁생산 물량도 배정받지 못했다.

자동차산업 전문가인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디어SR에 노조 측이 "상생을 위해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현재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혁신경제분과 의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그는 미디어SR에 “(자동차산업계) 노동조합이 이제 전환기를 맞이한 셈”이라면서 “(이전과 비교했을 때) ‘기업을 위한 노조’라고 할 정도로 노조의 성격이 앞으로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자동차산업 전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임금을 주요 이슈로 삼게 되는 것이 이기적인 행태”라면서 “이미 회사 매출이 현재 고용 인력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라 구조조정에 돌입하게 된 것이라면 이를 피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는 전략을 노조도 함께 고민해야 할 상황”이라고 르노삼성 노조의 파업 가결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같이 고민하려면 협상에 임하는 관점을 바꿔 전략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