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기준 기업집단별 연간 상품권 사용료 현황. 제공. 공정거래위원회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10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이 ‘이름값(상표권 사용료)’으로 부당이득을 취했는지 집중 점검한 결과, LG와 SK는 계열사로부터 2000억원이 넘는 상표권 사용료를 받았으며 삼성중공업과 롯데지주, 코오롱은 계열사로부터 상표권 사용료를 지불받고도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상표권은 특정 대기업집단을 식별하기 위한 문자‧기호‧도형으로 이루어진 상표법상 상표를 가리킨다. 상품을 대표하는 특정 브랜드 및 로고, 이름 등이 상표권의 대표적인 예시다.

특정 상표권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사용료를 지불해야하는데 2014년부터 대기업집단의 상표권 사용료 수입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4년 기준 8654억원에서 2018년에는 약 1조 3000억원으로 4년 새 50%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 5월 공정위는 상표권 사용료 등 31억원을 부당하게 취득했다며 이해욱 대림그룹 회장을 고발한 바 있다. 이처럼 상표권 사용거래는 총수일가의 사익편취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

 LG는 계열사로부터 가장 큰 액수의 상표권 사용료를 받았다. 연간 2684억원의 상표권 사용료를 받아 1위를 차지했고 SK도 2332억원의 상표권 사용료를 취득했다. 한화와 롯데도 1000억원이 넘는 상표권 사용료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상표권 사용료가 매출액이나 당기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기업집단도 많았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한국타이어)와 CJ는 각각 매출액의 절반 이상인 65.7%, 57.6%를 상표권 사용료로 채웠으며 코오롱(45.2%), 롯데지주(39.3%), LG(35.5%)가 뒤를 이어 상표권 사용료가 매출액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2018년 기준 매출액 및 당기순이익 대비 상표권 사용료 비중. 제공. 공정거래위원회

삼성중공과 롯데지주, 코오롱은 상표권 사용료를 받고도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반면 한라홀딩스(303%), 세아제강지주(305%), CJ(270%) 등은 당기순이익보다 많은 금액을 상표권 사용료로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도한 상표권 사용료가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우려가 있다면 무상으로 상표권을 사용할 경우는 계열사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으로 이익을 몰아줄 여지가 있다. 총수 일가 지분이 높은 계열사의 비용을 줄이는 조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이에 따라 상표권 거래가 적절하게 이뤄졌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는 상표권 취득 및 사용료 수취 경위, 사용료의 적정 수준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시내용을 기반으로 한 이번 점검이 상표권 거래의 적절성을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힌 것이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 공시점검과 민혜영 과장은 미디어SR에 “기업집단 및 각 계열회사마다 상품권 사용료의 적정 가격이 다를 수 있다”면서 “앞으로 지속적인 점검을 통해 기업집단의 상표권 거래에 있어 전체적인 경향을 파악한 뒤 적절성 수준을 따져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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