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회의사당.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박세아 기자] 내년도 512조 2504억원 규모의 슈퍼예산안이 20대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지난 10일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이번 예산안은 처리 법정 시한인 지난 2일을 넘긴 것뿐만 아니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과 선거제 개혁안인 패스트트랙 법안 등 여야 온도 차가 극명한 쟁점과 맞물리면서 졸속 처리됐다.

심지어 누가 얼마의 예산을 감액하고 증액했는지도 공개되지 않았다. 제외된 자유한국당이 날치기 처리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가 남은 만큼 연말 정국이 안갯속에 빠지게 됐다.

이번 예산안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국회 `4+1협의체`가 마련한 것으로 정부 원안인 513조 5000억원보다 1조 2000억원 가량 줄었다.

`4+1협의체`는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당권파,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이다.

1조 2000억원이 감액된 규모의 예산안이지만 2019년 469조 6000억원보다 9.1% 증가한 42조 7000억원이 늘어 슈퍼예산안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예산안 수정안은 지난 10일 오후 9시쯤 열린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무소속 의원들만 투표에 참여해 162명 중 찬성 156명, 반대 3명, 기권 3명으로 가결됐다.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여야 3당은 지난 10일 온종일 예산안 협상을 벌였지만, 감액 세부 항목을 놓고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자한당은 문재인 정부 일자리 정책과 남북한 경협 예산 관련 4조원 규모 삭감을 요구했지만 민주당은 한국당과의 합의를 포기하고 4+1협의체 수정안을 본회의에 제출하면서 예산안을 처리했다.

이렇게 예산안을 두고 격하게 갈등을 빚은 만큼 민생 법안 처리는 뒷전으로 밀렸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국회는 어린이 생명안전법안 3건과 청해부대와 아크부대 등의 파병 연장안 등 일반안건 10여 건만 처리하고 예산안 협상에 매달리느라 한 해 동안 크게 쟁점이 됐던 유치원 3법과 데이터 3법도 처리하지 못했다.

처리된 생명안전법안은 민식이법(어린이 보호구역 내 과속 단속 카메라 설치 의무화 관련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하준이법(경사진 주차장 내 차량 미끄럼 방지 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하는 주차장법) 등이다.

자한당은 이날 `날치기 예산 불법` 등 구호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본회의장 단상 앞에서 시위하고 문희상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하는 등 격한 모습을 보였다. 자한당의 격한 항의에 충격받은 문 의장이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등 패스트트랙 법안을 둘러싼 갈등도 격화될 예정이다.

예산안 처리 때문에 민생법안 처리가 뒷전으로 밀렸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한 미디어SR의 질문에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이미 예산안 처리는 시한을 넘긴 상태였다. 따라서 시급한 민생법안부터 먼저 처리하고 예산안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면서 "자한당이 제 1야당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타협하기 위해 기다린 것인데 민생법을 볼모로 예산안 처리를 늦춘다면, 나머지 법안 통과마저 어렵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라살림연구소 관계자는 이번 예산안 처리 관련 아쉬운 점을 묻는 미디어SR에 "아직 분석 중이라 말을 아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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