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혜윤.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김예슬 기자] 

김혜윤은 자신을 두고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열등감이 많기 때문이라는데, 그 때문에 나도 저렇게 해내야겠다는 동기부여를 안게 된단다. 긍정적인 불만족인 셈이다. 이 같은 마음으로 단역부터 ‘SKY캐슬’의 예서에 이어 지상파 첫 주연작 ‘어쩌다 발견한 하루’를 거머쥔 김혜윤은, 준비된 자가 기회를 잡는다는 격언에 꼭 맞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의 자신이 스스로 만족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힌 그의 다음 발걸음이 기대된다.

Q. ‘어쩌다 발견한 하루’로 올해를 꽉 채워 마쳤어요.
김혜윤:
첫 주연을 맡은지라 부담도 컸고 부족한 부분도 많았어요. 감독님과 스태프 분들, 배우들과 함께 잘 만들어 간 느낌이어서 뿌듯해요.

Q. 주연배우로 연기한 만큼 작품에서 신경 쓸 부분도 전과는 조금 달랐겠네요.
김혜윤:
작품에 대한 책임감이 크게 느껴져서 부담도 많이 됐지만, 가장 힘들었던 건 제 역할 자체가 모든 캐릭터를 다 만나고 다니며 소통해야 한다는 점이었어요. 극 중 저로 인해 내용이 바뀌는 부분도 있었으니까요. 그만큼 분량도 많아서 근본적인 체력 분배가 어려웠는데, 그러다보니 스스로 화가 나기도 했어요. 충분히 운동도 많이 하면서 체력을 길렀다고 생각했는데 6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이끌기엔 어렵더라고요. 체력이 부족하니 집중도가 떨어져서 NG도 나다보니 속상하기도 했지만, 해내고 싶다는 오기가 가장 컸어요.

Q. 벅차다고 느낄 만큼 어려운 배역이었어요. 김혜윤의 원맨쇼 같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죠. 한 캐릭터여도 스테이지와 쉐도우, 능소화까지 표현해야 할 부분이 많았으니까.
김혜윤:
이 자체로도 복잡한데 제가 연기를 복잡하게 하면 이해가 더 안 될 것 같다 싶어서 스타트를 잘 끊어야 한다는 부담이 컸어요. 1인 2역이라는 생각을 갖게 임했죠. 전작 ‘SKY캐슬’에서도 벗어나고자 애교를 많이 시도해봤는데, 실제로도 애교가 늘어서 부모님이 당황해하세요(웃음). 그렇지만 연기를 하면서 저 자체로도 변화가 생긴 게 뿌듯하더라고요.

배우 김혜윤. 사진. 구혜정 기자
배우 김혜윤. 사진. 구혜정 기자

Q. 이번 작품이 주고자 한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요?
김혜윤:
누구나 다 본인이 주인공이라 생각하고 살아가지만 조연이거나, 엑스트라일 수도 있어요. 자기가 믿고 살아온 게 틀렸다는 걸 알게 되면 절망감이 찾아오죠. 하지만 거기에 지지 않고, 더 열심히 바꿔보자는 마음을 갖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살자는 메시지를 담은 것 같아요. 저 역시도 엑스트라 시절을 겪은 터라 더욱 애착 가는 작품이기도 해요.

Q. 극 중 단오는 엑스트라에 불과하죠. 옛날 생각도 많이 났겠어요.
김혜윤:
저도 단오처럼 점점 욕심을 가졌어요. 지나가는 역할을 할 땐 대사가 생기길 바랐고 대사가 생기니 ‘이름이 생겼으면’, 이름이 생기니 ‘고정으로 됐으면’, 고정이 되면 하나의 캐릭터가 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죠. 엑스트라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건 작은 역할에서 큰 역할이 되고 싶다는 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걸 하자는 것, 행복해질 수 있는 걸 하자는 거예요. 그런 게 단오에게 정말 잘 담겨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단오에게 배울 지점이기도 했죠. 단오는 주체적으로 삶을 바꿔나가는 아이니까.

Q. 전작 ‘SKY캐슬’에서 워낙 강렬한 연기를 펼쳤던 만큼 그 캐릭터를 떨쳐내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을 법해요.
김혜윤:
초반에는 단오가 짜증을 내는 부분이 예서로밖에 안 느껴져서, 예서에서 벗어나는 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어요. 예서로서 짜증을 낼 때도, 단오로서 짜증을 낼 때도 결국 김혜윤이라는 사람이 가장 편한 상태에서 그랬던 거라 그 둘을 어떻게 분리할지 고민되더라고요. 그러다 깨달은 건 바로 ‘상황’의 차이가 있다는 점이에요. 예서와 단오가 살아온 환경이 다른데 제가 그걸 인지하지 못했더라고요. 가령 짜증을 내더라도 예서는 짜증을 내며 감정을 표출하는 건데, 단오는 투정을 부리는 애교 섞인 짜증이거든요. 

Q. ‘SKY캐슬’이 워낙 신드롬적인 인기를 구가한 만큼 배우로서 그 캐릭터가 쉽게 떠나지 않았을 것 같아요. 반년여 만에 새 작품을 하는 만큼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각오가 있었나요.
김혜윤:
전작을 마치고 인터뷰 자리에서 이런 말씀을 드린 적이 있어요. 같은 학생 캐릭터를 하게 되더라도 살아온 환경과 상황이 다른 캐릭터가 많으니 비슷한 인물이 아니면 주저 없이 선택한다고 했는데, 이번 작품이 그랬던 것 같아요. 두 캐릭터의 살아온 환경이 다른데다 매력 역시 다르다고 확신했거든요. 그리고 엑스트라인 자신을 주도적으로 바꿔보자는 메시지가 정말 좋았기 때문에 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배우 김혜윤. 사진. 구혜정 기자

Q. 로운, 이재욱과 삼각관계를 연기했어요.
김혜윤:
첫 리딩 때부터 두 사람과 호흡이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고받는 대사들이 본인 캐릭터들과도 잘 맞았고요. 현장에서도 서로 부족한 점이나 필요한 것들, 고민들을 서로 나누며 함께 만들어 간 장면들이 많아요. 저희끼리 만든 즉흥적인 애드리브도 많았어요.

Q. 두 배우의 키가 190cm 가량 되다보니 이들과의 키 차이도 자주 회자되곤 했죠(웃음).
김혜윤:
처음엔 적응이 잘 되지 않았어요. 그게 흔한 키는 아니잖아요. 멀리서 뛰어올 때도 가까이 올수록 갑자기 사람이 확 커져요!(일동 박장대소) 초반에는 설렌다거나 근무환경 부럽다는 반응이 많았는데 실제로 근무환경은 힘들었어요. 저는 항상 받침대를 놓고 서서 연기해야 했죠. 하도 올려다보니 촬영이 끝나면 뒷목이 그렇게나 아프더라고요(웃음). 

Q. 끝내고 난 지금, 이번 작품에 느끼는 만족도는 얼마나 되나요.
김혜윤:
점수로는 좀 낮아요. 100점 만점에 10점이요. ‘능소화’ 신들의 준비 기간이 짧아서 아쉽거든요. 머릿속에 확실하게 잡힌 게 없는 상태에서 흘러가는 대로 연기하다보니 그런 점이 아쉽고, 선배님들이 많았던 전작과 다르게 이번 작품에선 제가 주인공이고 경력이 있다 보니 그런 점도 부담이었어요. 도움도 제대로 못 주고, 제가 해야 할 것들도 잘 못 해낸 것 같아서 여러 가지 아쉬움이 남아요.

Q. 그래도 10점은 너무 짠 것 같아요. 자기 자신에 대해 만족을 잘 하지 않는 편이라는 생각도 들고.
김혜윤:
맞아요. 열등감이 좀 많거든요. 그리고 계획대로 일이 이뤄지는 걸 좋아하는데 사실 계획대로 다 될 수는 없는 거잖아요. 그런데도 그런 상황이 되면 스스로 자책하게 돼요. TV를 보면 예쁘고 잘생긴데다 연기도 잘하는 또래 배우들이 많아서, 그런 분들을 보면 내가 더 열심히 해야지 생각하게 돼요. 이게 바로 열등감이죠.

Q. 그런 생각을 계속 갖다보면 심적으로도 지치지 않나요.
김혜윤:
안 좋은 쪽으로 이어지기보단 원동력이 되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학원에서 함께 수업을 듣는 친구가 선생님께 칭찬을 받으면 ‘나도 칭찬받고 싶으니 열심히 해야지’라고 생각하게 되거든요. 하지만 사소한 것에 대해서도 ‘나도 해내겠다’는 생각을 가지니까 스트레스가 커지더라고요. 이걸 어떻게 푸느냐가 제 숙제 같아요.

배우 김혜윤. 사진. 구혜정 기자

Q. 엑스트라 시절이 길어서 더 힘들었겠어요. 사소한 부분에서까지 경쟁심리가 발현된다면 그만큼 성공에 대한 갈망도 컸을 것 같은데.
김혜윤:
제일 힘들 때가 ‘SKY캐슬’ 오디션 합격 바로 직전이었어요. 연기의 정체기였죠. 비슷한 단역들을 너무 오래 한다는 이야기도 주변에서 들렸고, 이 직업 자체가 정말 막연하잖아요. 그러다보니 의욕도 떨어지는데다 오디션 기회가 많이 있지도 않는데 어쩌다 생기기라도 하면 떨어져서 참 힘들었어요. 다른 직업 같으면 자격증도 따고 시험도 봐서 붙는 식으로 내가 나아가는 과정이 눈에 보이지만 이 일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까. 너무 힘들 땐 하루 한 편 영화 보기, 배우일지 쓰기 같이 짧은 계획을 세워서 하나씩 실현해갔어요. 그게 참 원동력이 되더라고요.

Q. 이번 작품을 찍으면서도 자신에 만족하지 못하는 열등감을 느꼈나요.
김혜윤:
다른 친구들을 본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 현장이었어요. 이렇게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 많구나 싶어 스스로 반성도 많이 됐죠. 체력이 부족해서 지칠 때마다 동료 배우들을 보며 ‘나는 왜 저렇게 못 하고 있지’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들도 분명 지쳤을 텐데 끝까지 열심히 하고 힘든 내색을 전혀 하지 않는 걸 보면서 많은 걸 배웠어요. 성숙해져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죠.

Q. 본인도 재능이 많고 연기를 잘한다는 평가를 듣는 배우예요. 그런 열등감을, 이제는 버려도 되지 않을까요.
김혜윤:
이게 그냥 제 성격 같아요. 저는 일상생활도 늘 짜진 대로 각박하게 하거든요. 주변 친구들이 조금 여유롭게 살라면서 계획을 어겨도 되고 자신에게 관대해지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막상 그렇게 하면 제 자신이 큰 일탈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대학을 다닐 때에도 출석하고 도망가는 행위가 무서워서 그걸 한 번도 하지 못했어요. 제 천성 같아요.

Q. 이번 작품을 연기한 것에 대해 만족감이 낮다고 했지만 그럼에도 단오 캐릭터를 통해 얻어낸 것도 있을 것 같아요.
김혜윤:
애교요. 그래서 부모님이 정말 부담스러워하세요. ‘얘가 원래 이런 애가 아니었는데’라고도 하시더라고요(웃음). 그리고 배우로서는 작품을 보는 시야가 조금 더 넓어졌어요. 항상 역할과 캐릭터만 봤다면 이제는 작품 전체를 보게 됐고, 시나리오를 보며 흐름 자체를 읽어내게 됐죠. 제가 바라보는 폭 자체가 넓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우 김혜윤. 사진. 구혜정 기자

Q. 학생 캐릭터만 연이어 두 번을 했어요. 성인 배역에 대한 갈증도 커질 것 같아요.
김혜윤:
나이가 더 많은 역할은 아직 상상이 안 되더라고요. 미지의 세계라고 할까요? 해보고는 싶은데 두렵기도 해요. 제가 스물네 살인데, 제 나이와 맞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대학생 캐릭터도 맡아보고 싶고요.

Q. ‘SKY캐슬’로 시작해 ‘어쩌다 발견한 하루’로 마친 2019년이 굉장히 특별하게 남을 것 같아요. 대중에 김혜윤이라는 배우의 존재감을 제대로 각인시켰죠.
김혜윤:
정말 한여름 밤의 꿈같아요. ‘SKY캐슬’을 최근에 찍은 것 같은데 거의 1년이 다 되어가더라고요. 그동안 제 주변과 저의 상황이 크게 달라졌어요. 그래서 신기하기도 해요. 그럴수록 초심을 잃지 말자는 생각도 커졌고요. 촬영을 하다 보니 후반으로 갈수록 지치면서 흥미를 잃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 애드리브를 고민하며 작품을 열심히 연구하는 그 마음을 더욱 다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좋아하는 걸 일로 삼으면 흥미가 떨어진다는 말이 있어요. 연기를 업으로 삼고 있는데, 지금도 연기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그대로인가요?
김혜윤:
연기를 하면 힘든 것도 많고 어려울 때도 있고 스트레스도 분명 받아요. 하지만 그런 걸 거쳐 작품을 해내고 나면 정말 뿌듯하거든요. 그래서 다시 또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저는 이 직업을 더 오래 하고 싶어요.

Q. 곧 연말 시상식을 앞두고 있어요. 기대하는 상이 있나요.
김혜윤:
그나마 베스트 커플상이요(웃음). 신인상은 너무 받을 만한 분들이 많더라고요. 베스트 커플상은 노려볼 만한 것 같아서 욕심이 나요.

Q. 올해를 성공적으로 마친 만큼 내년에 이루고 싶은 바람도 클 것 같아요.
김혜윤:
작품을 할 때마다 제가 더 나은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 내년 이맘때쯤 다시 지금 이 순간을 돌아보면 ‘내가 그때보단 그래도 발전했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스스로 만족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편집도 배워보고 싶고요. 그런 걸 배우면 제가 바라보는 연기의 폭이 더 넓어질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좋은 작품도 하고 싶고, 제 스스로 만족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Q. 만족하려면 열등감이 꼭 없어져야겠네요(웃음).
김혜윤:
그러게요. 책을 많이 읽어봐야겠어요. 하하.

배우 김혜윤. 사진. 구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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