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여의도점.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지난 7월 말부터 시작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12월 초인 현재까지도 지속 중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수출 규제 관련 양국의 합의를 조건으로 달아 일시적으로 연장한다는 결정을 내렸음에도 한 번 돌아선 한국 소비자의 마음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 모양새다. 일본 불매운동의 영향을 받아온 항공·여행업계와 일본산 자동차·의류·술 등을 판매하는 기업도 아직은 불매운동의 타격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신호탄을 쏜 격인 유니클로는 아직까지도 매출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일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국내 8개 전업 카드사(삼성‧신한‧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의 ‘신용카드 매출액 현황’을 분석한 결과 유니클로의 올해 10월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67%, 11월 1일~20일 매출액, 11월 15일~20일 매출액은 같은 기간 대비 각각 64%, 70% 급감했다.

특히 유니클로는 지난 10월에 대표상품을 최대 50% 할인하고 11월 15일~20일에는 히트텍 무료 증정 행사를 진행했음에도 매출은 개선되지 않았다. 이는 일부 오프라인 매장에 사람이 몰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시들해졌다는 지적과 현실이 다르다는 것을 증명한다.

주류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수입맥주 1위를 달리던 아사히맥주는 판매량이 급감했다. 식품산업통계정보(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롯데아사히주류의 매출은 140억원으로 2분기 매출 458억의 3분의 1 수준(-69.3%)이다. 통상 7, 8월이 포함된 3분기는 맥주 시장에서는 성수기로 간주하는데 업계에서는 이를 고려하면 3분의 1 수준까지 악화한 매출이 치명적일 것이라고 본다.

아사히 맥주 국내 유통을 담당하는 롯데아사히주류는 롯데칠성음료와 일본아사히그룹홀딩스가 각각 지분 50%씩 갖고 있다. 롯데아사히주류 관계자는 미디어SR에 “매출이 크게 감소한 부분에 대해서는 시장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항공‧여행업계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일본정부관광청(JNTO)이 지난달 20일 발표한 방일 외국인 여행자 통계에 따르면 10월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수는 19만7300명으로, 전년 동기(57만1200명) 대비 65.5% 감소했다. 일본 불매운동이 본격화한 8월은 전년동기 대비 48.0%, 9월은 58.1% 각각 일본을 찾는 관광객 수가 감소했다. 이에 따라 일본·중국 등 인근 국가 단거리 노선이 주력인 한국 저비용항공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력(GSOMIA·지소미아) 조건부 연장을 밝히면서 11월부터는 일본 불매운동이 서서히 꺾이지 않겠냐는 관측에 9일 한 업계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지소미아 연장 등 정치적 현안과 연결해서 볼 문제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한‧일 정부의 정치적 갈등이 당장 격화하지 않더라도 이미 소비자가 마음을 돌려 일시에 원래대로 회복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여행이라는 산업 자체가 사람들의 니즈(Needs·욕구)와 직결되는 편이라 (소비자의 선호가) 오랜 시간에 걸려서 형성된다”면서 “상황이 변했다고 해서 급작스럽게 (업황이) 좋아지지 않을 것이다. (저희도) 추세는 지켜보고 있지만 예측이 어렵다”고 현재 업계의 애로사항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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