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영화로운 나날’의 사소한 판타지
[리뷰] ‘영화로운 나날’의 사소한 판타지
  • 한혜리 기자
  • 승인 2019.12.06 16: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 '영화로운 나날'의 포스터. 사진 제공. 인디스토리
영화 '영화로운 나날'의 포스터. 사진 제공. 인디스토리

[미디어SR 한혜리 기자] ‘우연이 반복되면 그것은 곧 필연’이라는 말이 있다. 그렇지만, 그것이 ‘영화로운 나날’(감독 이상덕)의 영화(조현철)가 겪은 것처럼 매우 색다른 우연이라면, 그것은 필연이 아닌 ‘어드벤쳐 판타지’가 된다. ‘영화로운 나날’은 일상 속 사소한 우연의 반복으로 어드벤쳐 판타지, 그리고 로맨스까지 일군 영화다.

영화 ‘영화로운 나날’은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보통 사람’ 영화가 한순간의 다툼으로 사랑하는 아현(김아현)을 떠난 이후, 우연히 석호(전석호), 혜옥(서영화), 태경(이태경)을 차례로 만나면서 기묘한 하루를 겪는 내용을 담은 영화다. 개봉 전부터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제45회 서울독립영화제 2019 특별초청부문 장편 상영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이기도 하다.

작은 규모, 일상적인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운 나날’은 지극히 ‘인디’스럽다. 화려한 배경보다는 익숙한 자취방이 눈에 들어오고, 현란한 대사보다는 어리숙한 대화가 귀에 들린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잔잔하며, 어느새 마음으로 스며드는 게 지극히 독립영화의 특징을 가졌다. 등장인물도 마찬가지다. 남자 주인공 영화는 영화배우를 꿈꾸지만, 매번 오디션에 낙방하고 정기적인 수입이 없는 보조출연 담당 팀장이다. 그와 2년째 동거하는 아현은 지구과학 선생님으로 영화처럼 프리랜서다. 두 사람은 마치 오늘 아침 출근길에서 마주칠 법한 인물들이다. 다른 영화처럼 극적인 특징이나 초인적인 능력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영화 '영화로운 나날' 스틸컷. 사진 제공. 인디스토리
영화 '영화로운 나날' 스틸컷. 사진 제공. 인디스토리

두 사람의 갈등 역시 일상의 대화에서 시작된다. 동거하는 연인들의 가장 큰 고민인 ‘공과금’과 ‘앞날에 대한 걱정’이 그 주제다. 양말을 뒤집어 놓는 것처럼 익숙해서 무심해지는 것들, 아주 사소하지만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것들. 영화 속 영화(조현철)는 ‘현실’의 고민을 그린다. 영화 역을 맡은 조현철은 지난 5일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언론 배급 시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영화는 밉상이고 아현은 피해자”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갈등 속 영화(조현철)는 당면한 문제를 회피하려는 전형적인 ‘남자친구’였기 때문. 현실 속 이런 사람들의 결말은 보통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게 된다. 영화(조현철) 역시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겠거니 여겼다. 석호, 혜옥, 태경을 만나기 전까지는.

아현과 다투고 영화(조현철)가 집을 떠나자 어드벤처가 시작된다. 첫 번째는 바로 친한 형이자 동료 연기자 석호. 대학 시절부터 ‘맥주’와 ‘가지튀김’만 외치던 그 역시 별 볼 일 없는 보조 출연자가 되어 있었다. 영화(조현철)가 그를 마주친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우연으로 시작된 석호와의 동행은 영화(조현철)에게 기묘한 경험을 선사한다. 이후의 캐릭터들은 모두 이렇게 영화(조현철)에게 다신 없을 하루를 선사한다. ‘우연히’ 버스에서 만난 영화(조현철)의 누나 혜옥은 영화가 잊었던 어릴 적 기억을, ‘우연히’ 만난 연기자 태경은 영화(조현철)가 열정을 불태웠던 과거를 일깨우게 한다. 일련의 진기한 경험을 겪은 영화(조현철)는 잊고 있던 어릴 적의 일상, 과거의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동시에 ‘지금의 일상’인 아현이 보고 싶어진다.

이렇게 영화(조현철)에게 주어진 판타지 같은 하루는 ‘지금의 일상’을 돌아보게끔 한다. 이것이 바로 ‘영화로운 나날’의 메시지. 주인공이 모험을 떠나 고난과 역경을 딛고, 다시 집으로 회귀하는 어드벤처 물의 구성을 답습하면서 로맨스로 종착한다. 늘 보던 장르 같다가도, 묘하게 다르다. 장르적 관습의 탈피는 ‘영상미’로 완성된다. 이상덕 감독은 그간 가수 헤이즈, 트와이스, 매드 클라운, 볼빨간 사춘기 등의 뮤직비디오를 통해 일상 속 작고 소소한 이야기를 특유의 감수성으로 그려내 왔다. 이러한 이상덕 감독만의 감성은 ‘영화로운 나날’ 속으로 스며들어가 희소성이란 가치로 매듭짓게 된 것이다.

영화 '영화로운 나날' 스틸컷. 사진 제공. 인디스토리
영화 '영화로운 나날' 스틸컷. 사진 제공. 인디스토리

영화로운 나날’의 주목해야 할 또 다른 포인트는 바로 내레이션. 사소하고도 다큐멘터리 같은 리얼함을 담은 ‘영화로운 나날’에서 그나마 영화적 장치를 꼽아보자 바로 소제목 챕터와 내레이션이다. 그중 내레이션은 싱어송라이터 요조가 참여해 극의 분위기를 더했다. 이에 ‘영화로운 나날’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영화 속 중간중간 주인공들의 상황을 설명하는 내레이션이 바로 요조다. 출연은 아니며, 내레이션으로 영화에 참여해주셨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영화적 기법에 대해 이상덕 감독은 기자간담회 당시 “영화 안에서 보여줄 수 있는 영화적 장치 중 클래식한 방법이다. 영화의 하루를 도식화시키기 위해 더한 장치들”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기본적이면서도 작은 장치들로 인해 영화의 하루가 매끄럽게 연결될 수 있었던 것. 지극히 ‘사소’한 장치이지만, 영화의 완성도는 높아졌다.

분명 여러분들께도 영화(조현철)의 하루 같은 이런 날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 영화가 아현한테 편지로 말하는 것처럼 ‘아침에 해가 뜨는 것’, ‘때때로 너와 함께하는 것’과 같은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 (이상덕 감독)

영화는 끊임없이 ‘사소한 것’들을 ‘사소’하게 그려낸다. 그런데도 판타지를 완성하고 희소성을 일군다. 사소하지만 결코 지나칠 수 없는 우연을 통해서 말이다. 사소한 우연처럼 스며드는 영화 ‘영화로운 나날’은 오는 12월 12일 개봉.

한혜리 기자 hyeri@mediasr.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법인명 : 주식회사 데일리임팩트
  • 제호 : 미디어SR
  • 등록번호 : 서울 아 02187
  • 등록연월일 : 2012-07-10
  • 발행일 : 2012-06-18
  • 사업자 등록번호 : 774-88-00676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영등포, 라00676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53-1 대오빌딩 5층
  • 대표전화 : 02-6713-3470
  • 대표자 : 전중연
  • 발행인/편집인 : 전중연
  • 고문 : 이종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승균
  • 미디어SR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고충처리
  • 보도자료 수신처 : press@mediasr.co.kr
  • Copyright © 2020 미디어SR.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