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지역혁신을 위한 강원과 울산의 선도적 실험

이종재 PSR대표 · 박민석 미디어SR 객원기자

지난달 27일, 강원도 춘천과 울산광역시에서는 공공기관이 참여하는 지역살리기 행사가 동시에 열렸다. 춘천에서는 ‘작은 도시의 전환방식’이란 주제의 행사가 30일까지 4일간 일정으로 춘천시내 일원에서 다양하게 진행됐고 울산에 본사를 둔 공공기관들의 지역기여방안 포럼이 있었다. 정부와 자지체, 시민과 사회적 경제조직, 그리고 공공기관들이 머리를 맞댄 선도적 지역혁신 실험들이다.  

#사회혁신 한마당 씬 2019@강원 춘천
춘천의 실험은 올해 전국적으로 이어온 6개 지역혁신포럼의 마지막 행사로 지역발전방안 모색을 위한 창의적 확대판이다. 강원 춘천으로서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개최하는 포럼답게 농촌형 커뮤니티케어, 민관협력 돌봄시스템 등 발굴 의제 9개 모두의 협업을 완성했고 이 기회를 ‘작은 도시의 혁신적 전환으로의 한마당’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지난 11월 28일 강원 국제포럼 주제발표. 제공. 춘천사회혁신센터

주목받은 행사는 전국 지역혁신포럼 행사중 처음으로 개최한 혁신 우수사례 경진대회다. 28일 관광공사 대강당에서 원주 혁신도시내 9개 공공기관과 강원랜드 등 모두 10개 기관이 참가해 지난해부터 시도해온 민관협업 지역혁신의 성공사례들을 공유하는 자리다. 도내 다양한 문제들을 도민이 찾고 도민이 실행방안까지 제시하면 정부와 지방정부 공공기관이 지원하는 사회공헌 협업방식을 확인하는 행사였다. 

이날 경진대회에서 10개 공공기관들은 각각 지역혁신포럼 과정을 통해 발굴된 사업과 그동안 펼쳐온 지역기여 활동들의 공유와 확산방법을 논의 했다. 강원도내에 가장 먼저 자리한 강원랜드는 ‘하이원 희망나눔 프로그램’을 통해 리조트를 운영하는 유일한 공공기관이라는 업의 특성에 맞게 저소득층 및 취약계층에게 객실을 기부하고 지역특색을 반영한 문화서비스사업을 펼쳤다. 이를위해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사회복지 공동모금회, 사회적협동조합 동행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사회복지 분야 종사자 및 활동가들과 함께 나눔의 선순환체계를 구축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도시농부 아카데미 하우스’란 이름으로 지역 노숙인 문제를 해결하고 첨단 도시농업 기술을 교육해 자립기반까지 제공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공공구매 확대와 공동 상품개발 및 판로지원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활동했고 도로교통공단은 경찰청과 함께 운전면허의 국제화를 실현했다. 이밖에 대한석탄공사, 국립공원관리공단, 광물자원공사, 보훈복지의료공단 등이 지역혁신과 사회혁신 사례들을 발표했다.

강원도 소재 대형 공공기관인 한국관광공사는 ‘우리 업소가 안전해졌어요’란 캐치프레이즈에 여행안전지대 구축작업으로 관심을 모았다. 소방 위생 안전진단 및 컨설팅을 통한 안전관리 역량강화와 범죄예방, 소비자 권익보호 및 안전모니터링 제도 등이 주요 활동이다. 관광공사는 강원도 최대 자원인 관광분야에서 안전기반을 구축하고 학술대회와 품질관리 전문가 모임 등을 통해 지속적인 사회가치 구현 방안을 정착시켜 나간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날 행사를 위해 강원도는 9월과 10월 두달간 기관별 자체 사회적 가치분야 경진대회를 갖고 각 기관의 최우수 혁신사례를 발굴했다. 이날 본선대회에서는 기관별로 발굴된 혁신사례를 놓고 시민참여혁신단이 최고상을 선정하기도 했다. 혁신단은 도로교통공단의 운전면허 국제화사업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노숙인 문제해결 프로젝트를 최고의 혁신사례로 평가했다. 

#국제포럼과 혁씬 말잔치

강원도의 실험은 사회혁신과 사회공헌의 국제포럼으로 차별화됐다. 지역행사에 세계적인 전문가들을 초청해 주요국의 지역혁신 사례를 공유한 것으로 지난해 전주행사의 확대판이다. 포럼 현장은 춘천시 사회혁신가, NGO, 기업, 학생 등 지역혁신에 관심 있는 다양한 참가자들로 붐볐다.    

포럼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네델란드의 아르누드 반 데 보엘이 섬유산업의 쇠퇴와 함께 어려워진 틸뷔르흐시의 지역음식 프로젝트 013푸드와 스푸어파크 사례를 소개했다. 네덜란드 최대규모의 시민참여 프로젝트인 스푸어파크는 시민과 지역정부의 협력으로 사회혁신 허브시스템(MCSI)을 구축사업인데 마리켄 MCSI총장은 학업 초기부터 사업이나 단체 참여를 통한 창업교육 사례를 전했다. 패널로 참석한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춘천시민들의 혁신공간인 커먼즈 필드(춘천사회혁신파크)를 중심으로 스푸어 파크와 같은 시민주도 지역혁신 사례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시아쪽 전문가로는 대만의 제시장 타이중사회혁신실험기지 센터장과 일본 CSR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이즈미 요시츠구 일본 CSR전문가는 일본의 인증제도를 소개하고 지역기업과 시민이 만드는 지역혁신사례로 IT전문도시 사이타마시를 소개했다. 

행사기간중 이틀동안 계속된 혁씬 말잔치는 국내 사회혁신 전문가와 관심있는 젊은이들을 불러 모았다. 혁씬 말잔치에는 두 개의 서로 다른 장소에서 26개의 주제를 놓고 전문가의 발표와 참여자들과의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됐다. 청년, 지역살이 도전기, 지역에서 문화예술 기획을 한다는 것, 지역을 신나게 바꾸는 모험, 도시재생, 미디어가 지역을 바꾸는 방법, 모두가 과학자가 되는 혁신 등이 그것이다. 
관심을 모은 청년 지역살이 말잔치에는 강화 청풍상회 유명상대표와 부여 자온길 박경아대표, 부산 공유를 위한 창조의 박은진 대표 등 지역혁신가들이 하승창 전 사회혁신수석과 지역에서 오히려 기회를 잡은 생생한 사례들을 공유했다. 충남 부여의 작은 마을에 버려진 빈집 빈상가에 전통공예문화거리를 조성하고 있는 박경아 세간대표의 성공담은 참가자들의 높은 관심을 모았다. 

전국 각지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면서 고유명사가 된 ‘로컬 크리에이터’들의 말잔치도 주목대상이었다. 연대 모종린 교수와 AURI 윤주선 박사, 춘천일기 최정혜대표가 자리한 로컬크리에이터가 바꾸는 지역사회에서는 지역정체성을 강화하는 창의적 소상공인에 관한 국내외 현장얘기를 나눴다. 강원 고한에서 태어나 대구 서울을 거쳐 다시 고한으로 돌아온 들꽃사진관의 이혜진, 울산에서 태어나 조치원에서 청년공동체를 만들어 가고있는 청년희망팩토리 강기훈씨는 ‘90년대생도 사회혁신을 한다’며 남녀노소가 없는 혁신이야기를 펼쳤다. 

20여 주제를 놓고 벌인 말잔치에는 60여명의 전문가들이 해당 주제를 이끌었다. 29일 밤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는 무박2일간의 일정으로 모든 토론 내용들을 정리, 공유했다. 4일째 되는 전체 행사의 마지막날에는 사물인터넷 보트제작 워크숍을 가진 뒤 의암호반의 쓰레기 수거활동도 벌였다. 

#울산의 사회가치
울산 행사는 ‘사회적 가치 울산 공공포럼’이란 이름으로 진행됐다. 울산대학교와 동서발전이 공동주최한 행사로 울산 혁신도시에 입주한 9개 공공기관 중 7개 기관이 참가했다. 

포럼에서 공공기관들은 우선 지역발전 기여를 목표로 한 ‘울산 혁신도시 공공기관간 사회적 가치구현’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시민의 희망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공공기간의 협업우수사례를 발표했다. 
대표적인 협업사례로는 전통시장 화재감시시스템 구축과 청년 일자리 및 고등학교 취업지원프로그램, 분야별 취약계층 지원, 공공시설 개방 등이 발표됐다. 안전과 환경 일자리 지역경제 공공성 인권 등 정부가 제시한 사회적 가치 중점 분야와 입주기관들의 특성이 반영된 지역기여사업들이다. 울산 혁신도시에는 에너지산업(석유공사, 에너지공단, 에너지경제연구원, 동서발전)과 노동복지(산업인력공단, 근로복지공단, 산업안전보건공단, 노동부고객상담센터) 관련기관들과 국립 재난안전연구원 등이 본사를 두고 있다. 

울산 포럼은 혁신도시에 입주한 공공기관들이 자발적으로 협의체를 만들어 지역기여방안을 논의했다는 점에서 주목됐다. 지방으로 본사를 옮긴 공공기관들이 지역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사업을 발굴하는 지역혁신 활동에 손에 손을 잡고 나선 것이다. 
특히 지역 대학과 공동으로 행사를 기획하고 사회적 기업과 마을기업 사회복지단체 등 지역발전에 관심이 높은 이해관계자들과 함께한 울산포럼은 혁신도시에 입주한 공공기관의 지역혁신 선도 사례로 꼽힌다. 포럼 행사장에는 판로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기업과 관련 단체에 홍보부스를 제공해 공공구매 활성화의 마당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이번 포럼을 공동주최한 동서발전 관계자는 “공공기관간 협력체제를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사회적 가치를 확산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고 참가 공공기관들은 “혁신도시 공공기관들이 지역문제를 공동 발굴해 해결하고 네트워크와 연계해 확산함으로써 지역혁신 거점으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적극적인 활동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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