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배우 이승기. 사진. 후크엔터테인먼트

[미디어SR 김예슬 기자] 

“그동안은 힘이 많이 들어갔던 것 같아요. 이제는 잘해야만 한다는 부담을 떨치려 해요.”

다방면에서 활동 중인 이승기가 이번에는 액션으로의 도전을 마쳤다. 가수, 예능, 연기 등에서 진가를 발휘하던 그는 SBS 드라마 ‘배가본드’를 통해 액션 장인이라는 수식어까지 얻어냈다. 연기 외에도 그에게 연예대상을 안겨준 SBS ‘집사부일체’와 넷플릭스 ‘범인은 바로 너2’로 바쁜 한해를 보낸 이승기. 모든 것에 집요할 정도로 몰두하던 그는 이제 부담감을 내려놓는 것에 몰두하게 됐다. 그럼에도 열심히 한다는 태도에는 변함이 없다. 주어진 역할을 최적으로 소화하는 걸 우선으로 생각하며 매 순간에 열정적으로 도전하고 있다.

Q. ‘배가본드’를 찍으면서 “액션을 목숨 걸고 했다”는 말을 했어요. 어려움은 없었나요.
이승기:
배우가 직접 하는 것과 그러지 않는 건 화면에 담기는 것부터가 달라요. 그래서 저도 욕심이 났는데 잘 나온 게 많아서 더욱 욕심을 냈어요. 액션드라마를 표방하는 만큼 처음부터 끝까지 힘 빠지지 말고 보여주자는 생각이었거든요. 시간투자를 많이 해야 했지만 재미도 있었고 잘 나와서 뿌듯했어요. 제가 봐도 멋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웃음).

Q. 결말을 보고 시즌2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죠.
이승기:
‘배가본드’를 찍는 저희의 입장에서도 뒤에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더 있었어요. 이야기가 길어지면서 그 부분이 생략됐던 터라, 시즌2를 하게 된다면 즐겁게 참여할 의향은 있어요. 너무 전문적이어서 못 보여드린 시퀀스가 있었는데, 시즌2가 나오면 그런 부분을 극대화해서 보여드리고 싶어요.

Q. 수지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이승기:
수지 씨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털털한 여배우가 아닌가 싶어요. 다들 ‘여신 수지’라고 여기는데도 정말 털털하게 다가와 줬고, 1년 동안 촬영하면서도 겉으로 불편한 걸 내색하는 게 없어서 그 덕분에 마지막까지 촬영장 분위기가 좋았던 것 같아요.

가수 겸 배우 이승기. 사진. 후크엔터테인먼트

Q. 유독 연기적으로 도전이 많았던 작품이에요. 그런 만큼 듣고 싶던 평가도 있었을 것 같은데.
이승기:
처음에 이 작품을 한다고 했을 때 이승기가 액션에 안 어울린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멜로나 로맨스 작품을 많이 해왔으니까요. 저 역시도 이 드라마를 찍기 전에 걱정이 됐지만 1년 동안 찍어온 것들을 보니 좋은 평을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시청자 분들도 볼 만한 높은 퀄리티의 드라마가 나왔다고 평가해주셔서 기뻤어요. 액션이 어울린다는 이미지를 얻게 된 게 제게는 가장 큰 선물이죠.

Q. 액션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편견이 속상했을 수도 있겠어요.
이승기:
제가 더 잘해서 그런 것들을 이겨내고 싶은 마음이 크죠. 제가 더 많은 시간동안 노력을 하면서 꾸준히 보여드려야 편견도 없어지는 거라 생각해요. 한 작품이 잘 됐다고 바로 좋은 평가를 받을 것 같진 않고, 좋은 작품을 계속 보여드리면서 이승기에 대한 신뢰를 더 쌓아야겠다 싶어요.

Q. 예능을 많이 한 게 대중적인 호감도는 높여도 연기나 액션 등 진지한 모습에 대한 편견에는 한 몫을 했겠다 싶어요.
이승기:
그런 이미지에 대한 걱정은 있지만 크지는 않아요. 그러기엔 15년 동안 너무 많은 길을 와버렸죠. 갑자기 ‘배가본드’를 했으니 예능은 그만한다 하면 그건 정말 꼴불견이지 않을까요?(웃음) 이 길을 걸어온 이상 돌아갈 수는 없다고 봐요. 다만 드라마, 가수, 예능의 콘셉트를 조금씩 바꿔가며 하는 게 중요하겠다 싶죠. 예능을 하지 않을 생각은 없어요. 그리고 연기에 대해서는, 주어진 역할을 최적화되게 소화하는 게 우선이라 생각해요. 아직 한 부분에서 연기를 잘해냈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거든요.

가수 겸 배우 이승기. 사진. 후크엔터테인먼트

Q. 가수의 이야기를 하니 컴백에 대해서도 궁금해져요. 한동안 가수로서 활동이 거의 없다시피 했죠. 하지만 특유의 시원한 가창력을 그리워하는 팬들도 상당하죠.
이승기:
가수로 컴백할 생각은 물론 있어요. 팬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앨범은 대체 언제 나오냐’는 거였어요. ‘집사부일체’에서도 간간히 노래를 부르곤 했는데 희한하게 반응도 좋고 조회수도 높더라고요. 사실, 군대에서 목이 좀 상했어요. 작년 동안 이것 때문에 고민이 컸는데, 생각을 비우고 요가도 다시 시작하니 올해 초 지나면서부터 소리가 조금씩 돌아오더라고요. 그래서 내년 정도로 앨범 발매를 생각 중인데, 구체적인 시기를 정해놓지 않아서 쉽게 말씀드리긴 어려울 것 같아요. 싱글앨범이나 그런 것보다 조금 더 앨범 형태를 갖추려 하거든요. 제가 생각하는 이야기나 콘셉트를 잘 담아보려 해요. 어떤 음악으로 나올지 모르겠지만 진지하게 준비해보려 해요. 저도, 사실 노래를 정말 부르고 싶거든요.

Q. 지금 목 상태는 어느 정도까지 회복된 건가요?
이승기:
한 번 상한 건 완전하게 돌아오기 어려운 것 같아요. 목소리의 전반적인 톤이 두꺼워지고, 허스키한 느낌도 생겼어요. 그런데 이 목소리를 더 좋아해주는 분도 계시더라고요. 음색에 깊이가 더해지니 성숙한 느낌도 나는 것 같아서, 그런 부분을 잘 살려서 준비할 생각입니다.

Q. 요가는 정신 수양의 목적으로도 많이 하죠. 다른 고민이나 고뇌가 있었던 걸까요.
이승기:
시작하게 된 계기는 몸이 아파서였어요. 액션을 찍다보니 몸에 긴장감이 생기고 살짝만 눌러도 아프더라고요. 요가를 시작해보니 제가 계속 긴장하며 살아온 터라 알게 모르게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가 있다는 걸 느꼈어요. 힘을 빼고, 저를 비워내려는 연습을 했죠. 모든 걸 내려놓기보다는, 모든 걸 잘해내고 싶다는 압박감을 제 스스로에게 너무 주고 있다는 걸 느꼈거든요. 그걸 조금 내려놓는 연습 중이에요.

가수 겸 배우 이승기. 사진. 후크엔터테인먼트

Q. 전역 후 2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어요. 되돌아보면 어떤 마음으로 임했던 것 같나요.
이승기:
군대에서 참아왔던 이야기가 쌓여있어서 그걸 분출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어요. 군대에서 TV를 보다보면 나도 저렇게 노래하고, 연기하면서, 예능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제대를 하니 그걸 마음껏 풀어낸 거죠.

Q. 그 결과는 성공적이에요. 대상도 탔고, ‘배가본드’의 시청률도 괜찮게 나왔죠.
이승기:
사실, 저는 결과에 대한 기대가 잘 내려놔지지 않아요. 인정받기 위해 하는 일이잖아요. 결과를 내려놓는다는 건 도의 경지에 오른 사람이죠. 하지만 지금은 그 결과를 온전히 보고 있지는 않아요. 플랫폼이 많아졌잖아요. ‘배가본드’도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에 나가서 그런지, 지금까지 했던 드라마 중 가장 많은 피드백을 받았어요. 동네 사람들을 봐도 ‘배가본드’가 재미있다고 하고, 해외에 가도 저를 이승기가 아닌 ‘차달건’으로 불렀죠. 시청률 수치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어요. 그래서 이제는 여유를 갖고 결과표를 받아들게 됐죠. 드라마에 대한 좋은 평을 해주시는 것도 감사하고, ‘배가본드’가 재미있어서 제 팬이 됐다는 메시지를 받으면 정말 기뻐요. 기존에 제게 없던 거친 이미지가 생긴 것도 좋고요.

Q. 사전제작 드라마를 처음 해본 소감도 궁금해요. 기존의 작법과는 많이 다를 텐데.
이승기:
질적인 부분에서의 아쉬움은 거의 없어요. 다만 사전제작이 처음이어서 예상보다 기간이 늦어져서 텐션이 조금 떨어진 감은 있는데, 그런 것 외에는 만족해요. 그리고 촬영 중간마다 휴식이라는 공백이 생기면 감정선이 흐려져서 배우로서는 부담이 되기도 하더라고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사전제작이 답이라고 느끼고 있어요. 정말 단순한 이유인데, 보는 사람이 가장 양질의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건 사전제작뿐이겠더라고요. 여론에 휘둘리지 않고 처음에 하려 했던 이야기를 그대로 보여주면 장르적인 다양성도 생길 것 같아서 사전제작이 좋다고 더욱 느끼게 됐어요. 

Q. 피드백을 못 받는 건 작품의 이야기를 그대로 이끌고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시청자들의 반응을 전혀 알 수 없다는 불안을 줄 수도 있죠.
이승기:
무섭긴 해요. 제가 한 연기를 못 보니까. 다들 괜찮다고 해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피드백을 받고 싶긴 하거든요. 하지만 좋은 감독님과 작업을 하면 그런 부분을 매끄럽게 보완해주는 것 같아요. 편집 과정을 통해 전체적인 흐름을 보시니까 감독님이 좋다고 하면 ‘내가 지금 맞게 하고 있구나’라고 느끼게 되거든요.

가수 겸 배우 이승기. 사진. 후크엔터테인먼트

Q. 비교적 뚜렷한 수식어를 갖고 있는 편이에요. 대표적으로는 ‘황제 이승기’라는 별명도 있죠. 하지만 대외적인 이미지가 좋고 수식하는 말들이 정형화돼 있다 보니 변화에 대한 갈망도 있었겠다 싶어요.
이승기:
사실 저는 그런 걸 잘 의식하지 않는 편이에요. 칭찬해준다고 해서 엄청나게 들뜨지도 않고요. 저는, 올곧게 제가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보여준 어떤 모습으로 인해 그런 수식어가 붙었다고 생각해요. 변화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괜한 힘이 들어가니까, 더욱 생각을 안 하려 하죠.

Q. 수식어가 붙어 있다는 건 그만큼 활동을 꾸준히, 열심히 해왔다는 표시기도 해요. 매너리즘을 느끼는 순간은 없었나요?
이승기:
그 전환점이 된 게 군대였어요. 한 사람으로서 자신감이 생긴 곳이 제게는 군대거든요. 전역 후 2년간은 가장 저다운 걸 많이 보여주며 달려왔다고 생각해요. 매너리즘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제가 하는 장르가 워낙 다양하다보니 어떻게 하면 이 부분에 더 몰입감 있게 빠져들 수 있을지를 더 생각하게 돼요.

Q. 다분히 시청자의 관점에서 봤을 때, ‘집사부일체’에 크게 몰입하고 있다고 느낄 때가 많아요. 멤버들끼리도 따로 여행을 갈 정도로 친해졌다고 들었어요.
이승기:
멤버들이 각자 너무 달라요. 그래서 오히려 존중을 해요. 다르다보니 미묘하게 불편할 수 있는데, 그걸 존중해서 친해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생각보다 공통점이 많으니 더 빨리 친해졌고요. 다들 착하고 이기적이지 않아요. 서로가 서로를 정말 많이 배려해서, 여행을 다녀온 뒤 훨씬 더 편해졌어요. 사실 제가 ‘집사부일체’를 이끌어야겠다는 생각에 부담이 컸거든요. 다만 이 프로그램엔 ‘사부’라는 매개가 있어서 그 부담이 덜하죠. 멤버들도 서로를 많이 믿어주고요.

Q. 그렇다면, 요즘의 고민은 무엇인가요?
이승기:
너무 잘하지는 않으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저는 15년 동안 이 일을 하면서 한 번도 일을 대충 한 적이 없거든요. 그러다보니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 있던 것 같아요. 어떤 프로그램을 하더라도 집요할 정도로, 재미있다거나 즐긴다는 생각보다는 뭔가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정말 빠져있었어요. 그래서 생각을 하게 됐죠. 아무리 내가 덜 잘해보겠다고 해도 어차피 열심히는 할 테니까, 너무 잘하려고 하지는 말자고요. ‘집사부일체’도 갑자기 메인 MC를 덜컥 맡게 돼 과부하가 걸린 것 같아요. 이제는 제가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인정하고 초보 MC의 마음으로 임하고 있어요.

가수 겸 배우 이승기. 사진. 후크엔터테인먼트

Q. 시야가 넓어졌다는 느낌이 들어요.
이승기:
익숙해지다 보면 시야도 넓어지거든요. 제가 할 일 외에도 제작진의 영역이 보이고 점점 여러 것들이 봉게 돼요. 하지만 그걸 너무 의식하려고 하진 않아요. 어떤 포지션에서 어떻게 하는 게 좋은 건지를 보게 되는 과정 같아요.

Q. 그런 면에서는 넷플릭스 ‘범인은 바로 너’의 합류가 부담을 덜어내는 계기일 수도 있겠다 싶어요. 공인된 국민 MC인 유재석이 있죠. 실제로도 제작발표회에서 ‘유재석 때문에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하기도 했고요.
이승기:
유재석 형이 있기 때문에 제가 옛날에 예능을 임하듯 촬영할 수 있었어요. 내 것만 하자는 생각으로요. 과거에 강호동 형과 프로그램을 할 때도 ‘1박 2일’의 기획 의도나 취지를 생각하기보단 재미있게 놀러가는 마음으로 찍었거든요. ‘범인은 바로 너’에도 재석이 형이 있으니 저는 다른 생각을 할 필요 없이 재미있어 보이는 플레이만 하자고 생각했어요. 덕분에 하나도 안 힘들더라고요.

Q. 이승기에게 2019년은 넷플릭스로의 진출이 도드라진 한 해 같아요. 덕분에 전 세계적인 피드백을 받기도 했고요. 방송사 외의 다른 플랫폼으로의 진출을 모색해 볼 수도 있겠다 싶어요.
이승기:
플랫폼에 대한 도전보다는 콘텐츠에 대한 도전의식이 더 커요. 플랫폼이 새로워지니까 제한이 적어지고 색다른 걸 시도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더라고요. 해외 팬 분들은 한국 방송사의 방송보다 넷플릭스에 대한 접근성이 훨씬 좋아서, 앞으로도 더 경험해보고 싶다는 마음이에요.

Q. ‘배가본드’가 배우 이승기에게는 또 다른 세상을 열어준 셈이네요.
이승기:
그렇죠. 이승기가 아닌 배역 이름으로 절 불러주시는 것도 새로웠고요. 가장 듣고 싶은 말은 늘 같아요. ‘이승기 연기 잘한다’는 말인데요, 아직은 갈 길이 먼 것 같아요. 열심히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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